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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홍

월드클래스모델협회장·법학박사

우연한 기회에 짧은 시간이지만, 의미 있는 웰 다잉 체험교육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못 보고 무관심했던 삶의 소중함에 대한 좋은 깨달음과 반성의 기회였다.

체험장 실내로 들어서니 천장은 높고 마루바닥이다. 벽과 천장은 흰색으로 심적인 위압감과 숙연함이 바로 인생 끝방 호스피스 방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실내는 불안의 공포와 싸늘한 두려움이 엄습한다. 검은 커튼 사이로 드리워지는 움직이는 내 그림자에 내가 놀란다. 조그만 유리창 밖으로는 늦가을과 초겨울의 계절 틈새에서 구룡산 단풍들은 나를 위로하려는 듯 고개 숙여 살짝 쳐다보고 간다.

고요함에 어둠과 공포 그리고 벽에 걸린 커다란 벽시계 소리와 겁먹은 깊은 숨소리만이 크게 들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죽음을 만나기 위해 잠시 대기하는 마음의 준비와 자기 참회의 시간이다.

초 단위로 굵게 똑딱이는 벽시계 소리의 울림은 내 생의 마지막을 재촉하듯 더없이 두렵고 깊은 전율을 느낀다. 어둠속에서 내 육신과 영혼을 분리하기 위한 자기최면을 한다.

지금까지의 내 삶에 있어 나는 어떤 사람이고, 또한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평가를 받기 위한 자기 관조(觀照)와 정화(淨化)의 시간이다.

이제 정신의 옷을 갈아입고,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세 통의 편지를 쓴다.

첫째는 사랑하는 가족이요, 둘째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잊지 못할 은인이며, 셋째로는 내가 용서를 받아야 하거나, 아니면 용서를 해주어야 할 사람에게 쓰는 편지이다. 죽음 앞에서 지금까지의 내 삶에 대한 인생 정산(精算)이다.

편지를 쓰는 동안 함께한 대부분의 체험 교육생들이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당진에서 왔다는 40대 후반의 여자분은 깊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 내어 흐느낀다. 그분은 죽음을 체험하러 온 것이 아니라, 정말로 죽음을 준비하러 온 거란다. 중등교사인데 이미 암 투병중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니, 정말 스스로가 몸과 마음을 가눌 수가 없을 것이다. 모두들 지금까지의 자기 삶에 대한 마지막 정리이다 보니,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뒤엉키고 북받친다.

나 역시도 돌아보니, 그동안의 내 삶에 너무도 소홀했고 많이 부족했다.

삶에 대한 애착은 죽음에 대한 공포에 비례하며, 이는 모든 생물(生物)의 욕심이 아닌 본능이라고 한다.

가치 있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려면, 먼저 올바른 삶을 살아야 한다. 죽음도 삶의 또 다른 연장이기에 지금에 삶을 소중히 하고, 당당해야 한다.

결국 웰 다잉은 웰 라이프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죽음을 미리 준비해 가는 시대이다. 나는 오늘 비록 가상(假想)의 체험이라지만, 내 죽음 앞에서 가장 소중한 본래의 나와 미래의 또 다른 나를 찾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입관(入棺)의 시간이다. 삼베 수의(壽衣)를 입고 각자 자기가 들어갈 관(棺)앞에 섰다. 지금 이 순간 시간의 울림소리가 너무도 크다. 갑자기 사형수가 생각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내 발로 관에 들어가 누우니, 폐쇄성 공포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드디어 관 뚜껑이 닫히고, 헛 망치 소리의 울림이 천둥 같다. 관속에서의 5분의 시간은 살아온 60여 년과 살아갈 20여 년을 함께 저울질한다. 관 뚜껑이 열리면서 맞이하는 빛은 또 다른 나의 탄생이며 새 세상이다.

모두들 눈가가 촉촉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 그리고 참회(懺悔)와 앞으로의 삶에 대한 새로운 각오의 흔적이다.

참으로 다행이다. 나는 오늘 짧지만, 죽음 앞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지금까지의 삶이 아쉽다지만, 억울해 하지는 말자. 이제는 남은 소중한 삶을 결코 허비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세심하게 성찰해가며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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