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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6.18 16:20:38
  • 최종수정2023.06.18 16:20:38

안종태

충청북도곰두리(장애인)체육관장

오후의 나른함에 젖어 있던 어느 날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사무실에 들어온 친구는 묻지도 않은 질문에 대답부터 내어 놓는다. '자네 생각이 나서 몇권 더 샀어' 독서광인 친구가 서점에 들렀다가 나를 주려고 구입했다고 하면서 여러 권의 책을 마주 앉은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다.

누군가의 손때를 기다리는 듯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던 순간 한 권의 책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신민영 변호사가 쓴 "왜 나는 그들을 변호하는가"라는 책이다. 지난해에 모 방송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자폐 스펙트럼을 소재로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에피소드 원작이기도 하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으로 드라마를 본 필자는 책을 접하는 순간 보는 시점의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드라마는 서번트증후군이라는 자폐성 장애인의 천재적 활약상에 대해 시점을 두었다면 책은 사회적 약자의 가슴속에 있는 억울한 사정을 명확하게 대변해 주기 위해 노력하는 국선전담변호사의 역할과 마음가짐에 시점을 두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그랬을까? 사회복지사로서 표제에서 강한 이끌림이 있었지만, 국선전담변호사 사건일지라는 부제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편에 서는 단 한 사람"

무심코 펼쳐 본 책의 첫 구절이다. 뭔가 따뜻하게 손을 맞잡고 있는 듯한 동질감을 느낀다.

국선전담변호사가 담당하는 피고인의 절대다수는 유죄판결이 거의 확실한 사람이지만 본인 자신마저 물러서 버리면 피고인을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3%가량인 형사재판 무죄율을 위해 그의 편에 서는 단 한 사람 되어야 한다.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복지사 선서의 일부분이다. 다양한 문제 상황에 놓여 있는 클라이언트와 함께하는 사회복지사 또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위해 그의 편에 서는 단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렇듯 국선전담변호사와 사회복지사는 현실의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그의 편에 되어주는 단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윤리적 책무성이 자연스럽게 동질감을 느낀 이유인 듯하다.

"우선 피고인의 말을 한마디 빼놓지 않고 듣고 기록한다."

"그다음 피고인의 입장에서 재구성해 본다."

신민영 변호사가 피고인의 보호자로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의 과정으로 법 집행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합병증,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내리는 처방이라 한다.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충분히 경청하여야 한다."

사회복지사들도 복잡하고 다양한 욕구를 지닌 클라이언트에게 직·간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면접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경청기법을 사용한다. 클라이언트 입장을 분명하게 해석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선전담변호사와 사회복지사는 그들의 피고인과 클라이언트가 안고 있는 민감한 문제에 접근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전문 기술 또한 유사성이 있어 보인다.

필자가 이러한 국선전담변호사와 사회복지사의 윤리적 책무성과 면접기법 등의 유사성에 마음이 간 이유는 아마도 두 전문가가 바라보고 시선의 끝이 사회적 약자에게 있기 때문이지 싶다.

따라서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잡아주지 않으면,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지 않으면 어디 한군데 의지할 때 없는 그들 편에 서는 단 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그 소임을 다하고 있는 국선전담변호사와 사회복지사들에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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