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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23 15:23:26
  • 최종수정2023.05.23 15:23:25

최한식

수필가

-육십쯤 되어 보이는 키가 크고 골격이 굵고 마르신 분이 찾아주셨습니다.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슈타인이라고 합니다. 병원 의사, 대학교수로 20세기 초·중반을 살았습니다."

-예에, 그런데 어떤 일로 찾아주셨는지요? 제가 잘 모르니 무슨 질문을 할 수 있을지 애매하네요.

"제가 무척 후회스런 삶을 살았습니다. 한 여인은 험하지만 멋진 삶을 살았고요, 제 삶이 너무나 한스러워 용기를 냈습니다."

-혹시 그 여인 이름을 알려줄 수 있나요?

"'니나 부슈만', 그냥 '니나'라고 불러요. 나보다 스무 살 어렸지요."

-그 분도 잘 모르겠네요. 혹시 보충 설명할 거라도 없을까요?

"'생의 한가운데'라는 소설 속 여주인공이지요, 저는 그 여인 주변을 18년 동안 맴돈 유약한 지식인이라 할까요."

-아이고, 반갑습니다. 제가 무식합니다. 꼭 봐야지 하면서 못 읽은 소설입니다. 많은 분들이 친숙할 겁니다. 선생의 가족을 소개해 주실까요?

"동생 헬레네와 시골집을 관리하는 아네트 아주머니, 친구로는 알렉산더와 브라운이 있습니다."

-선생의 삶 가운데 어떤 면이 그렇게 한스럽고 후회가 되었나요?

"내 뜻대로 못 살고 독신이면서 사랑했던 '니나'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못했어요. 행복한 삶이 아니었지요. 늘 자기변명, 합리화, 도덕에 갇혀 살았어요. 내가 원하는 대로 내 삶을 살지 못한 거지요."

-'니나'라는 분은 선생의 눈과 마음을 가릴 만큼 아름다웠나요?

"외적 아름다움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매력적이었지요. 활력, 야성, 개성 같은 말로하기 어려운 독특함이었지요. 주변 남성들이 다 좋아하고 가까이 하려 했어요."

-어떤 일을 하는 분이었나요?

"글쎄요, 좀 애매하네요. 가게, 서점 점원도 했고, 작가, 칼럼니스트, 반 나치운동가 정도였어요. 그런데 하는 일을 넘어서 영향력이 있었어요."

-그 분을 가장 대단하게 보시는 면이 무엇인가요?

"어디에도 매이지 않는 자기 결정력과 두려움 없는 실천이었어요."

-실제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너무 극단적인 예라서 적절할지 모르지만 어느 시골 연구소의 한 학자를 만나 그의 가정에 어려움을 초래했고 당시에도 해결이 어려운 성적인 고민을 듣고 야외에서 함께 했다고 합니다. 시비와 선악판단이 어렵지만 자신의 판단으로 윤리적 벽과 이해관계를 넘어 신념 따라 행동했다는 것은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일이지요."

-쉽게 동의가 되지는 않네요. 다른 예는 없나요?

"자신의 안위보다 옳다고 생각되는 '반 나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감옥에 갔습니다. 옛 남편의 처형을 앞둔 소식을 듣고는 그 비참함을 덜고 자존심을 세워주려 독약을 조달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지요."

-과격하게 들리네요, 실정법 위반 아닌가요?

"그렇지만 옳다고 확신하는 일을 행하고 위법에 대해서는 감수하는 거지요. 법이 다 선한 건 아니니까요."

-여인의 무엇이 주변인들로 그녀를 그토록 매력적으로 느끼게 했을까요?

"자유로움, 과격함, 틀을 깨는 신선함, 신념에 따르는 행동, 그녀만의 독특함뭐 그런 것들이겠지요. 처음엔 그녀를 비난하다가도 가만 생각하면 그녀가 옳고 내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곤 했어요."

-선생 같은 삶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살기도 쉽지 않은데….

"한 번 사는 삶을 너무 타인의 시선에 따라 산 것 같아요. 갈팡질팡, 좌충우돌, 전속력, 내가 원하는 삶, 이런 말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그렇게 살았으니 긴 세월 '니나'와 우정 같은 관계로 지낼 수 있지 않았나요? 격렬히 불타올랐으면 오래가지 못했겠지요.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그래서 나는 행복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한 마디 해 주시죠?

"조심스럽지만, 본인이 원하는 삶, 그런 행동을 하세요. 어려움을 겪더라도…, 그게 후회가 덜 남는 삶이라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어떻게 들으셨나요? '생의 한가운데'의 슈타인 박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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