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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1.26 17:30:02
  • 최종수정2021.01.26 17:30:02

이호식

한국교통대학교 철도인프라시스템공학과 교수

일 년 중 1월이 대학에선 가장 분주한 달이다.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달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신입생 입시만큼 대학에서 중요한 업무도 없기에 대학 구성원들 모두가 새 식구 맞이하는 데 관심이 집중된다. 언제부턴가 입시 절차가 워낙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대학의 입시 업무를 담당하는 여러 선생님이 많은 고생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비록 몸은 고달프지만, 신입생을 맞이한다는 설렘으로 마음만은 즐거웠던 계절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입시 시즌만 되면 대학은 걱정이 앞선다. 저출산 문제에 따른 학령인구 부족과 이로 인한 정원 미달 문제가 해가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부터 대학 입시 지원생들의 급격한 감소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많은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문제로 대학들이 이에 대한 대책들을 마련하고자 노력하였으나 막상 절대 학생 수 감소에는 백방이 무효인 것 같다. 일부 대학들은 최초 지원 합격 학생들의 타 대학으로의 이탈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대폭적인 장학 특전을 제공하는가 하면 미달 학과의 정원을 그나마 경쟁력 있는 학과로 충당하는 고육지책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단지 재정 지원이라는 칼자루만 쥔 채 뒷짐을 지고 미충원의 모든 책임을 대학으로 전가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신입생 충원에 이렇듯 고전하는 데에는 대학의 선제적 구조조정이나 자구 노력이 부족했던 이유도 있지만, 정부의 근시안적인 정책이 더 큰 원인을 제공하였다. 이미 출산율 저하로 절대 학생 수 감소 현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역으로 대학 신설이나 증원을 허가할 뿐만 아니라 대학의 퇴출을 위한 적절한 대책도 부재하였다. 즉 대학의 설립과 증설의 대문은 활짝 열어 둔 채 퇴로는 마련하지 않고 부실대학들을 연명하게 함으로 문제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금년부터 본격화된 대학의 미충원 위기는 향후 수년간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대학이 내놓는 자구적 방안들은 단기적 처방은 가능할지 몰라도 근본적 문제해결에는 미흡하다.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합심하여 고민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현재 대학의 미충원 문제는 지역별 큰 편차를 나타내고 있는데, 수도권 대학들 본다는 지역의 대학들이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수도권으로 전국의 학생들이 모여들다 보니 지역의 대학들은 당연히 신입생 자원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무엇이 대학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지 질문하면 대부분 학생이 장래 진로를 답한다. 즉 학생들은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다. 일부 학문적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 학생들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이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기도 하고 지역 인재 할당도 배정하는 등 부산하게 대안들을 시행하고 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반면 지역으로 과감하게 본사를 이전하는 대기업은 아직까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공공기관은 이전해도 단독으로 움직이고 그 일자리도 제한되나 대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협력업체까지 동반해서 이전하므로 일자리 창출 효과는 공공기관과는 비교가 안 된다.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과 정부의 과감한 기업 이전 지원 혜택이 보장된다면 그로 인해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난다면 지금의 대학위기는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대학과 지역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특성화된 산업을 육성하여 지역도 발전하고 대학도 경쟁력이 배가 된 사례는 선진국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대학과 지역이 상생 가능한 실질적 전략이 이제는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단순히 구호나 지자체장 연임을 위한 홍보용 실적 위주가 아닌 실효적 대안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대학도 지역의 발전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대학이 지역에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이나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면 지역도 대학을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으로 보답할 것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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