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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04.02 18:07:08
  • 최종수정2018.04.12 19:50:49

우리나라 최초의 궁중 기록화 명인이 된 박효영(60) 작가, 경복궁 수라간 궁중화 복원과 평창올림픽 문화관 기록화를 그리는 등 기록화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충북일보] 수암골의 꼬불꼬불 비탈길을 한참 올라가야만 궁중 기록화 명인 박효영(60) 작가를 만날 수 있다.

그녀는 2007년도 이곳에 정착했다. 11년째 이 마을에서 예술 촌을 조성해보겠다며 촌장직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수암골에 왔다가 불편하다고 떠난 작가도 많지만 현재 16명의 예술인들이 정착, 나름 열심히 창작 활동에 임하고 있다.

박 작가는 어머니 최복순씨의 영향으로 기록화에 입문했다. 그의 고향은 충북 제천시 수산면이다. 어린 시절 그곳에서 자라며 10세부터 기록화를 그리던 어머니 최씨의 영향을 받아 그림을 그렸다. 박 작가의 외가는 삭녕 최씨로 원주 지역의 대표적 양반가다.

외조부 최만영씨는 강원도 감영을 중심으로 사가 기록화를 그렸으며 딸에게 기록화를 가르쳤고, 다시 어머니로부터 박 작가가 사사를 받아 3대째 기록화 명인이 된 것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기록화에 도전하게 된 것은 18세가 되던 해인 1976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18호 민화장 김만희 선생의 문하로 들어가면서 부터 궁중 회화 및 기록화의 종류와 기법 등을 전수받기 시작했다. 특히 지방 기록화에 중점을 두어 공부했다.

박효영씨가 모사하여 청주시에 기증한 상당산성도.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박 작가는 스승과 함께 기록화의 분류, 채색 기법, 지방 기록화의 중요성과 역사성을 연구하며 선조들이 그린 기록화를 모사하는데 집중했다. 그의 연구와 노력이 결실을 맺어 지난 2011년 무형문화재 18호 이수자가 되었다.

이후 1983년부터 청주를 중심으로 지방 기록화와 궁중 기록화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으며 특히 사가 기록화 중에서도 지방색이 짙은 행사도, 문자도, 평생도 등에 주안점을 두어 그림을 그렸다.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지난 2013년 우리나라 최초로 한국문화예술 궁중 기록화 명인으로 지정됐으며 2016년 대한민국미술대전 전통 미술 부문 초대 작가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게 됐다.

이에 앞서 2006년 대한민국 미술작가 작품 기증 소장 공모전에서 서울시장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대한민국 현대 여성 미술대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의 실력을 인정한 문화재청에서 2016년 경복궁 수라간 궁중화 및 기록화 복원을 의뢰하여 40점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궁중화를 보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또 평창동계올림픽 전통문화관에 사가 기록화, 창호도 등 70점을 복원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 사가 기록화와 창호도는 특히 외국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전통문화관의 자랑거리가 됐다. 그가 작업한 병풍은 사대부의 일생을 담은 평생도, 선비 정신을 나타내는 기명절지도 등으로 우리의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의미가 더 깊다.

이 그림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 12월까지 8개월 간 하루도 쉬지 않고 그렸으며 특히 평생도에 등장하는 나비가 500마리쯤 된다. 이는 전 세계에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나비처럼 힘차게 날아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형상화 했다.

박 작가는 지난해 조선 후기 청주읍성도와 상당산성도를 재현하여 청주시에 기증한 것도 보람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전남 구례 문화 류씨 고택인 '운조루'에 소장돼 있는 이 그림을 8개월간 10여 차례나 방문하여 탐구하고 사진으로 찍어 9개월간의 작업 끝에 작품을 완성했다. 이 기록화는 조선 후기 청주읍성과 주변, 상당산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으로 역사적으로 가치가 매우 높다.

박 작가는 청주읍성도와 상당산성도를 청주시에 기증한 것에 대해 "청주시민으로서 청주의 역사를 밝히고 알리는 데 힘을 보탠 것으로, 개인적으로도 더없는 영광"이라고 말했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조선 성종 18년에 완공된 청주읍성은 길이가 1천783m에 달했지만 일제 강점기 정비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강제 철거하고 이곳에서 나온 성돌을 축대 정비, 도로 건설 등에 사용했다. 만약 청주읍성이 지금까지 보존됐다면 상당산성 이상의 엄청난 문화재적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당산성도도 산성 일대 뿐 아니라 인근 낭성면의 모습을 한 눈으로 볼 수 있어 역사 지리적으로도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작가는 현재 청주 수암골과 문의문화재단지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다. 제자들에게 기록화에 대한 모든 것을 전수하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녀는 "궁중 기록화나 사가 기록화는 전시보다 박물관 수장고에 넣어두고 보관만 하여 이를 일반인들이 마음 놓고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기록화 명인들이 모사하여 전시하므로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마음놓고 기록화를 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 조무주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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