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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어머니대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시작했다. 육영수 여사의 머리 모양과 흡사한 헤어스타일이다.

그녀가 올림머리만을 고수했던 것은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시절이던 지난 2003년 연말, 박근혜는 올림머리와 치마 정장을 던지고 단발머리에 바지차림으로 회의석상에 나타나 주변을 술렁이게 했다.

달라진 외모에 놀란 당대표 최병렬 의원이 "헤어스타일이 확 바뀌었네요"라며 관심을 보이자 "지금이 헤어스타일 이야기나 할 때입니까"라며 단칼에 최대표의 말을 쳐 머쓱하게 했다는 일화가 있다.

박근혜의 파격적 변신에 대해 '곧 닥칠 총선을 앞두고 박 의원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겠다는 무언의 메시지가 아닐까'하는 분석이 분분했다. 이와 함께 육영수여사를 연상케 하는 단정한 올림머리 스타일을 발랄한 단발머리로 바꾼 이유가 강금실 법무장관과 추미애 의원을 의식한 이미지 변신일 수 있다는 추측도 있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인 1987년에도 틀어 올린 머리를 내리고 잠깐 단발머리로 지낸 적이 있다. 30대의 젊은 여성이던 박근혜에겐 당연히 단발머리 스타일이 자연스럽고 편했을 것이다. 그런데 가족처럼 지냈던 옛 새마음 봉사단 간부들이 찾아와 예전 머리 모양이 낫다며 간곡히 올림머리를 권했다고 한다. 박근혜는 한 여성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분 때문에 머리도 맘대로 못 빗는다"며 웃었다.

새마음 봉사단은 최태민이 만든 단체다. 자신이 총재로 있던 구국봉사단이 문제가 되자 최태민은 1978년 구국봉사단을 새마음 봉사단으로 개명하고 박근혜를 총재로 내세웠다. 박근혜를 얼굴마담으로 이용하며 명예회장에 앉은 최태민이 제 잇속을 챙긴 것은 천하에 드러난 사실이다.

당시 단국대 청강생이었던 최태민의 딸 최순실은 '새마음봉사단'에서 대학생 조직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박근혜에게 올림머리가 어울린다며 아첨을 떤 새마음 봉사단 간부들의 정체가 최순실 무리였으리라 짐작된다.

사람의 신체부위 중 젤 중한 부분이 생각을 관장하는 '머리(頭)'다. 그래서 사물과 문장의 앞부분이나 처음 단계 또는 군중의 대표 등을 비유할 때 모두 머리를 가져다 붙인다. 밥상머리, 말머리, 우두머리 등이 흔한 예다.

머리의 두 번째 의미인 머리카락은 쓸모보다 미적기능과 문화적 상징성이 강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머리스타일이 계속 화제의 중심에 있는 까닭도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스포츠나 야외활동에 입문을 할 때도 머리를 얹는다는 표현을 쓰지만 머리를 얹는다는 말은 혼인의 의미였다. 처녀 총각 때는 귀밑머리를 땋았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누구나 머리를 풀어 올려 상투를 틀고 쪽머리를 얹었다.

그런데 머리를 얹다를 살짝 비틀어 머리를 얹어 준다로 고치면 어린기생에게 첫 남자가 되는 행위처럼 쉽게 여자를 취한다는 뜻으로 변한다. 엄청나게 다른 뉘앙스다.

어떤 사연으로 맺어졌건 머리를 얹는 일은 최고의 경사였다. 그러나 올린 머리를 풀어 내린다하면 어둡고 슬픈 사고나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충격으로 정신을 추스르지 못하는 사람은 머리카락을 수습하지 못했다. 죄인도 산발했다. 본 적 없는 귀신 역시 머리를 푼 형상으로 떠오른다. 부모의 상을 당하면 상제는 불효를 자책하며 머리를 풀고 통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화장실에서 스스로 올림머리를 고정했던 머리핀을 뽑았다고 한다. 국내 언론사는 물론 중국 언론들까지 더 이상 매만져 줄 사람이 없어 달라질 머리스타일을 궁금해 하고 있다.

그러나 공들여 손질했던 올림머리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어졌다. 어쩌면 권력이란 올림머리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머리를 지탱했던 핀을 뽑자마자 한 번에 무너지는 올림머리처럼 권력도 허망하게 스러진다. 모두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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