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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926호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민중의 손 잡아주는 ‘이상적 인간’ 형상화

  • 웹출고시간2008.09.03 19:39:5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최근 뉴스를 보면 ‘불교(佛敎)’가 이슈다. 불교하면 주로 산 속에 절이 있어 마치 은둔자들의 종교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민족사를 살펴본다면 불교가 민중들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쳐 왔는지 현대의 생활 곳곳에 스며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뒤 늦게 들어온 서양종교의 그 파급효과 역시 엄청나지만,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정신에 녹아 있는 그 정서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는 일인 듯 하다. 어쨌든 그 뉴스를 접하며, 종교를 떠나 우리 민족에 면면히 흐르는 문화적인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공덕이 덜 쌓인 이가 나라의 수장자리에 있음의 모순을 절감할 뿐이다.

불교미술하면 역시 불교문화가 가장 왕성했던 고려다. 고구려의 고분벽화가 있고 조선시대의 일반 회화가 있다면, 고려는 단연 불교회화로 대변된다. 고려시대의 일반회화는 거의 전해지는 것이 드물고 청자. 나전, 금속활자 등 조형예술이 현존하여 당대의 우수한 조형예술의 세계를 짐작할 수 있다. 전쟁 등의 이유로 소실된 것도 있겠지만 고려라는 나라 자체가 불교를 장려하던 나라여서 불상, 탑, 회화 등 불교와 관련된 많은 미술이 만들어졌고 그나마 오늘날 우리가 불교미술을 얘기할 때 단연 고려회화를 빼놓을 수 없게 된 듯 하다.

현재 알려진 고려불화는 대략 102여점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주로 고려 후기의 작품에 속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일본에 건너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는 작품들도 있다. 이렇게라도 남겨진 불교회화를 통해 고려시대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나, 고려시대 불교회화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게 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이다.

호암미술관 소장의 수월관음도(11.9x59.8cm, 견본채색, 14세기 중엽, 보물 926호

고려 불교회화 중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아닌가 한다. 이 수월 관음도도 많은 고려인들이 다양한 양식으로 그렸지만, 어떤 경로로 건너갔는지 상당수의 아름다운 그림이 일본 곳곳에 소장돼 있다.

관음보살(관세음 보살)은 아미타불의 왼편에서 교화를 돕는 보살로 중생이 괴로울 때 그 이름을 부르면 구제해준다는 보살이다. 주로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로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 중생들을 제도하고 고난에서 구제하며 안락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현세이익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관음보살의 공덕에 관해서는 ‘법화경’의 관세음보살 보문품과 ‘화엄경’의 입법계품이 대표적인 경전이다. 특히 화엄경에서 전하는 관음은 어느 보살 못지않게 친근감이 있어 민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보살이었다. 그래서 인지 고려의 불화중 이 수월관음도가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의 관음도를 ‘수월관음도’라 부르는 것은 고려대의 이규보가 지은 ‘낙산관음복장수보문(洛山觀音腹藏修補文)’에서 말한 수월수상이라는 말에서 연유했다고 전해진다. 일본에서는 관음도에 반드시 버드나무 가지가 있다하여 양류관음(楊柳觀音)이라고도 부른다.

일반 불화에 비해 아름답고 화려한 고려의 수월관음도는 그 형식면에서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관음이 약간 오른쪽을 향하고 반가(半跏)한 자세로 바위 위에 앉아 있으며 보관(머리에 쓰는 관)에는 화불이, 등 뒤에는 대나무가, 그리고 오른팔 앞쪽의 바위 위에는 정병(꽃병)에 꽂힌 버드나무 가지가 있고, 관음의 시선과 맞닿는 화면 오른쪽 아래 부분에는 선재동자(뛰어난 재주를 가진 동자)가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화면 구성은 관음보살이 머물고 있는 곳이 보타락산이라는 바다에 접해 있는 바위산이며 구도여행을 하는 선재동자를 맞아하였다 하는 화엄경 입법계품의 내용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라는 설이다.

현존하는 수월관음도는 서구방이 그린 일본 천옥박고관의 소장품과 대덕사, 담산신사의 소장품, 호암미술관, 파리 기메미술관 소장품 등이다.

이중 일본 동경 센소지(淺草寺)에 있는 고려의 수월관음도(144x62.6cm, 견본채색)가 독특하다. 이 그림은 왼쪽 아래에 ‘해동치선 납 혜허필’이라는 금분으로 쓴 명문이 있어 고려시대의 것으로 대부분의 수월관음도가 반가상인데 비해 현존하는 유일한 독립된 입상이다. 특히 섬세하고 유려한 아름다운 품격이 돋보여 고려의 대표 불화로 꼽고 있다.

이 관음도는 보살이 물방울 모양의 커다란 광배(회화, 조각에서 불상 뒤에 둥근 형태로 광명을 상징하는 장식, 후광) 속에 오른쪽을 향한 자세로 연화대를 밟고 서 있으며 손을 가슴높이까지 들어 왼손에는 정병을, 오른 손에는 버드나무 가지를 잡고 있다.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는 관음을 올려다보는 모습의 선재동자가 묘사돼 있다.

화면의 바탕색은 황토색이며 광배의 안쪽에는 녹청을 연하게 칠해 그 색의 대비가 압권이다. 관음의 육신부는 피부색인 황토색계열이며 보관을 비롯하여 베일 등 천의에는 녹청, 군청, 빨강을 제한적으로 사용한 반면 베일의 윤곽, 치마의 가장자리, 그리고 많은 문양들을 금니(금박가루를 아교풀에 갠 것)로 칠해 화려하게 장식했다. 베일의 질감을 백색안료로 실감나게 표현해 전체적으로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 입체 수월관음도가 마치 광배에 쌓여 신비감을 더해준다면 호암미술관 소장의 수월관음도(11.9x59.8cm, 견본채색, 14세기 중엽, 보물 926호)는 마치 화엄경속의 지혜롭고 인자하고 세련된 관음보살이 화면 밖으로 나와 앉아 있는 것 같다. 관음보살이 바위위에 결과부좌 하고 약간 오른쪽 측면을 향한 고려불화의 일반적인 그림이다. 사진 육안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관음상 뒤 바탕에는 앙상한 대나무가지가 언뜻언뜻 보인다. 둥근 해처럼 붉은 느낌의 광배 안에 앉아 있는 관음이 너무나 진지하다. 육신부의 묘선은 먹선 위에 붉은 선을 중복해 나타냈고 베일의 선은 밑 선인 먹선 위에 백색안료의 금니로 윤곽을 뚜렷하게 하였다. 베일의 바탕무늬는 마엽문(삼의 잎 문양)이며 그 위에 연화당초엽문(연꽃의 줄기문양)을 다시 그려 넣었다. 이처럼 다양한 장식그림이 복잡하면서도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다른 수월관음도 처럼 오른쪽 손끝에 정병에 꽂힌 버들가지가 있고 관음이 걸터앉은 바위의 느낌이 녹청색과 갈색으로 배치되어 마치 뭉게구름처럼 곡선을 이뤄 관음의 부드러운 이미지와 조화롭다. 얼굴의 눈썹은 초승달처럼 예리하면서 그 휘어진 선이 너무나 매혹적이다. 눈썹의 부드러운 곡선에 비해 그 아래 가는 눈매는 오히려 가늘고 날카로운 직선이나 역시 예사롭지 않다.

그 안의 눈동자는 뭔가를 몰두해서 바라보고 있는, 이곳에서는 왼쪽 화면아래 귀퉁이의 선재동자를 바라보고 있지만 살아있는 눈이어서 천년이 지나도 무엇을 보고 있을 것 같은 눈동자다. 부드러운 코와 선명한 입술로 이어지는 얼굴이 단정하고 고집 있고, 현명하고 지혜로운 보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채색, 묘선, 문양 모두 고려불화의 기본적 기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치밀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지닌 작품이다. 오랜 세월을 버티느라 색채가 변색되었으나 그 느낌이 오히려 부드러운 모습으로 시선을 끈다. 화려한 장식의 문양이나 색채의 조화가 도무지 수 백 년을 지나온 그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왜 고려 사람들은 이 수월관음도를 즐겨 그렸을까? 거기에서 당대의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지향하던 인간의 모습이 있지 않았을까싶다. 현명하고 지혜롭고 따듯하게 민중을 이끌어줄 사람, 인자하고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민중을 이끌어줄 영웅을 보살 속에서 찾으려 하지 않았나 싶다. 이 관음도가 유독 이처럼 아름다운 것은 그 외형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모습 보다는, 민중이 어려울 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이며 그 민중의 손을 잡아준다는데 있다. 이것은 시대를 초월해 어느 시절에나 있어야 하는 보살이고, 있기를 갈망하는 보살인 것이다. 그것은 종교를 떠나, 연약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그대로 상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김정애 (프리랜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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