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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조영남은 생활력이 강한 가수다. 대작논란으로 만신창이가 됐으리라는 예상을 뒤엎고 지난 주말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6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에 예정대로 참석해 자신의 분량을 소화했다.

방송 프로그램의 인터뷰 요청을 충격으로 말을 못한다고 거절했던 그의 공연은 실어증에 걸린 가수의 공연으로 또 한 번 대중의 비웃음을 샀다. 노래 중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였다고 하지만 보통사람으로선 흉내조차 내기 힘든 내공에 존경심을 느껴야하나 잠시 머리를 정리하게 된다.

관객 앞에 선 그는 "어른들이 화투를 하고 놀면 안 된다고 했는데 너무 오래 가지고 놀아 쫄딱 망했다"고 했다. 이쯤 되면 반성이 아닌 한탄이요, 원망이다.

조영남은 콘서트 마지막 곡으로 '모란동백'을 선택했다. 자신의 장례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른 모란동백은 조영남의 대표 히트곡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조영남은 '모란동백'이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만든 곡이라면서 특별한 의미와 애정을 표시하곤 했다.

특유의 재기 넘치는 화술로 "가수들이 죽으면 '가수장'을 하는데 고인의 히트곡을 후배들이 같이 부를 때 히트곡이 밝은 노래라서 낭패를 볼 때가 있었다고 설명해 웃음을 주었다. 울어야 할 장례식장에서 웃음이 터지는 괴로운 상황을 겪고 나서 자신을 생각하니 자칫 '구경 한 번 와 보세요'란 '화개장터'를 부르게 될 것 같아 '모란동백'을 만들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조영남이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특별히 만든 곡으로 선전한 모란동백은 조영남이 만든 곡이 아니다. 원제가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인 이 시를 쓴 작가 이제하는 시인이며 소설가, 화가, 음악가인 이 시대 최고의 예술인이다. 1998년, 작가는 자신의 시에 직접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었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팔순임에도 청년 같은 이제하 작가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초야에 묻혀있는 분이다. 문학상조차 거부한 기인이지만 아무 곳에도 매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으로 부러움을 산다.

이제하씨에게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을 받은 조영남은 모란동백으로 제목을 바꿔 크게 인기를 얻었다. 참으로 운이 좋은 조영남이다.

그런데 노래가 국민가요로 사랑을 받게 되자 조영남은 슬그머니 자신이 만든 노래인양 모란동백을 포장했다.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특별히 고심하며 만들었다는 소설까지 곁들여서다. 이 정도라면 원작자가 환장하여 펄펄 뛸만한 허언임이 분명하지만 이제하 선생이 워낙 초연하신 분이라 별 말썽이 없이 넘어간 것 또한 대운이었다.

조영남은 인물검색에 가수, 화가로 소개되어 있다. 대놓고 자신을 가수와 화가를 합친 '화수'로 불러 달라 했던 사람이니 노래하는 화가로 폼 나게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독창적 작품이라 선전한 화투그림이 진짜 화가의 손을 빌린 대작으로 밝혀져 망신살이 뻗쳐 있지만, 유명 전업작가보다 더 비싸게 그림을 팔아먹은 그의 꼼수는 배우고 싶은 능력이다.

게다가 현대미술은 아이디어나 콘셉트가 더 가치 있는 것이라는 일부 오피니언 리더의 응원 덕에 조영남은 영광스럽게도 앤디 워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러나 그가 부른 이제하의 모란동백 노랫말처럼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조영남을 기억할 가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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