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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한국교통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우리에게 주한 미군철수로 인해 별로 인기도 없고 미국에서도 정치적으로 탁월한 업적도 많지 않은 평범한 대통령이었다. 조지아 주지사를 마치고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선거공약으로 주한 미군철수를 걸고 당선되어 실제 철수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깊은 앙금을 남긴 채 퇴임했다. 그러나 한국 방문 때에도 조깅과 교회출석을 통해 우리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고 그 감동의 깊이와 넓이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오히려 퇴임 후 더 존경받는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칭송을 듣고 있다.

지난 달 3일 MRI 검사 후 뇌로 종양이 전이된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카터 전 대통령은 "그날 밤 '이제 살날이 몇 주밖에 안 남았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아주 편안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어 "나는 멋진 삶을 살았고, 수천 명의 친구를 사귀었고, 즐겁고 기쁜 생활을 누렸다. 놀랍게도 난 아내보다 훨씬 더 편안하다"라고 덧붙였다. 살면서 가장 후회된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대통령 재임 시절 이란의 미국 인질 구출작전에 실패한 것을 꼽으면서 "헬리콥터 한 대를 더 보내고 싶었다. 그랬다면 우리는 인질을 구하고 나도 재선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그는 "4년의 임기를 더 맡는 것과 카터센터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난 카터센터를 골랐을 것"이라며 퇴임 후 인도주의 활동에 자부심을 보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어 "이제 신의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 한다"며 "어떤 결과가 오든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의 인터뷰를 방송을 통해 보면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생각났다. 대학시절 유행하던 연극제목이다. 지금도 서울에서는 45년째 상연되고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작가 사무엘 베케트(1906∼1989)가 1952년 발표한 희곡이다. 1953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됐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상연이 시작하여 지금까지 계속 상연중이다. 극단 산울림이 이 작품 덕에(?) 생겨났다.

기다림에 지친 평범한 사람들에게 카터의 생애는 존경받을 만하다. 자기의 신앙적 소신과 정치적 소신을 평생유지하며 받은 것을 나누어주며 낮은 자로서의 길을 가는 그에게 우리는 경외감을 느낀다. 전직대통령의 특혜를 거부하고 전 세계 어디든지 달려가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그의 발걸음에 인류는 감사하고 있다. 이제 이생에서의 삶을 마감할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 있는 노인의 고백은 더욱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연극의 내용을 보면 시골마을의 두주인공은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에 지칠 대로 지쳐 있는 그들은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린, 지루한 기다림이 시간을 죽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본다.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하여,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실감하기 위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말을 하는 것이다. 서로 질문하기, 되받기, 욕하기, 운동하기, 장난과 춤추기…. 지루함과 초조, 낭패감을 극복하기 위해 끝없이 지껄이는 그들의 광대놀음, 그 모든 노력은 고도가 오면 기다림이 끝난다는 희망 속에 이루어진다.

과연 나는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가. 나는 어떤 최후를 기다릴 것인가. 우리는 어떤 리더를 기다리는가? 어느새 우리도 나이가 들어 기다림의 대상이 되어버린 나를 발견하고는 씁쓸한 마음이다. 당신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습니까? 아직도 임은 희망을 놓을 때가 아니다. 우리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래서 오늘도 '고도를 기다리며'는 계속 우리마음과 생각 속에서 상연되고 있다. 영화 '암살'에서 피스톨박과의 대화중에 여주인공의 대사가 울림이 되어 나온다. 당장 독립은 안 될지라도 우리의 존재와 저항, 독립운동이 계속 되면서 후손에게와 일본에게 우리의 살아있고 항쟁함의 현재성이 증거 될 것이라고. 오늘도 고도를 기다리며 한걸음을 내딛는 당신에게 감사한다. 당신의 일상을 통한 삶의 과정이 역사이고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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