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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6.15 15:49:14
  • 최종수정2014.06.15 15:47:55

김광현

한국교통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잘 지내고 있지? 날씨가 이제는 조금씩 더위지고 있어.

발칸반도라는 동동유럽(크로아티아-세르비아 헤르체고비나-몬테네그로-알바니아-코소보-몬테네그로-불가리아-루마니아)을 다녀오고 집에서 쉬고 있어.

오랜만에 타보는 rowing에, 혼자서 single을 타니 가슴 설레며, 아직도 폼은 좀 엉성하지만 그래도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과 함께 돌아갈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쁘기도 아쉽기도 해.

열심히 생활했다고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목표의 70% 정도 밖에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많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아.

특히 이번에는 어째 체력이 일찍 고갈되어 고생하는 것 같네.

돌아간다고 하니 영어 단어 더 이상 안 외워도 될 것 같아서 너무 기뻐. 영국과 미국 대학생들이 구사한다는 7만5천 개의 단어를 어쩌지 못하여 단어와의 전쟁을 치른 기분이야. 정말로 죽어라 외운 것 같은데 실제로 사용할 때는 다소 미흡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으니….

뱃살이 줄어들어서 한국서 가져온 옷들이 전부 커서 입지를 못해. 주먹 2개 정도가 준거 같아. 좋은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현실이야. 이것 때문인지 체력이 바닥이 났어. 정신력으로 버텨. 어떨 때는 시간이 있는데도 체력이 없어 단어를 못 외우는 경우도 있고….

크로아티아의 두브루니크에는 한국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 지 한국 같아. 방송이후 많이들 찾는 것 같아. 3년 전에 갔을 때는 비가 계속 내려서 old town 성벽도 걷지 못하고 겨울이라 울시년스러웠는데 이번에는 날씨가 좋았어. 한국서 온 런던에 방을 얻어 놓고 몇 개월 쉬며 여행하고 있다는 치과 의사 아가씨를 만나서 몇 일을 재밌게 계속 같이 다녔어. 이야기도 잘 통하고 이런저런 것들로 즐거웠어. 한국 사람들이 두브루니크에서 행복해 하며 즐겁게 여행하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흡족했어. 특히 모녀지간도 꽤 있어.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에는 세계문화 유산인 스타리 모스트(Stari Most)라는 다리를 보기 위해서 갔어. 처음에는 몬테네그로와 나중에는 크로아티아와 정말로 죽기 살기로 싸워서 400년 이상된 저 다리도 크로아티아가 폭파하게 돼. 얼마 안가서 정말 잘못했구나 하고 후회하게 되지만... 근데 복구 작업이 기가 막혀. 원형과 똑같이 복원하기 위하여 400년 전에 돌다리를 만들 때의 채석장을 찾아내서 그곳에서 돌을 구하여 완벽한 복원을 해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게 돼. 우리나라 남대문이나 광화문의 복원 과정과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부러움 그 자체야. 경제적으로야 물론 우리나라가 훨씬 더 잘살지.

전쟁이 가장 치열했던 도시의 최전선 지역은 20년이 지난 아직도 폐허의 건물들이 많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경제적 이유로 복구가 늦어져서. 모스타르 information center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많이 찾는거냐고 정색을 하며 나에게 물어와. 아마도 TV 방송 때문에(?). 하루에 버스 대여섯대 정도라나..

몬테네그로는 정말로 아름다운 나라야. 크기는 강원도 정도인데 크로아티아 같은 사파이어 해변, 스위스 같은 깍아 지른 절벽의 절경의 산, 미국 콜로라도의 그랜드캐년 같은 깊은 협곡, 그리스 같은 오래된 도시, 베니스 같은 우아한 궁전을 다 갖고 있어. 하나 더 하면 북유럽 같은 피오르드도 있어. 나는 코토르에 머물렀는데 두브르니크 같은 성으로 둘러싸인 old city야. 매일 대형 쿠르즈선들이 들어오고.

몇 일 후 알바니아의 쉬코드라로 가는데 첫 차는 12시 반에 오후 4시에 막차로 2번 밖에 없어. 다행히 숙소에 일본 아가씨 2명이 머물고 있는데 그리스로 간다고 하여 내가 택시를 흥정하여 알바니아 쉬코드라까지 편하게 갔어. 일본 아가씨는 공항에서 5년 일한 후 퇴직하고 6개월 여정으로 친구와 여행하는데 4개월 정도가 지났고 매우 행복하다고 했어. 돌아가서 다시 직장 잡는 것이 걱정이 안 되는가 물었더니 조금만 노력하면 별 문제 없다고 하면서.

숙소 주인 할머니가 어디서 왔나 물어서 한국이라고 했더니 한국은 미국과 너무 한편이라며 안 좋아하는데, 너는 괜찮다고 하면서 옆의 러시아 커플과 러시아어로 이야기하는데 그들의 표정과 웃음으로 봐서 한국 흉을 보는 것 같은데 러시아어를 못하니. 근데 할머니의 영어가 기가 막혀 이런 영어로도 호스텔을 운영하며 의사소통이 된다니 한국 사람들은 자신 있게 영어의 주룩에서 어서 벗어나길.

알바니아 쉬코드라와 티라나. 알바니아는 공산주의와 독재를 벗어나서 이제 막 시작하려는 듯 몹시 궁핍해 보였어. 과거에 독재자가 만들어 놓은 벙커(bunker)가 도처에 눈에 띄고.. 장거리 버스 사정이 좋지가 않아.(주차장도 수시로 바뀌고 시간도 임의로 다녀 몹시 고생)

코소보는 세르비아에서 떨어져 나왔는데 아직 세르비아가 독립국으로 인정을 하지 않고 있고 세계에서는 100여국 정도가 국가로 인정하고 있는 상태야. 국민의 93%가 알바니아 사람이지만 외모로는 세르비아와 구별이 안 돼. 수도 프리스티나의 중심가가 글세... 세르비아가 인종 청소를 한다고 코소보의 알바니아 사람들 특히 성인 남자들을 전부 죽이려고 하고 거의 죽였는데 사실은 종교 전쟁이야. 세르비아는 정교고 코소보는 이슬람이거든. 세르비아가 인종 청소를 멈추지 않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NATO의 전투기가 60일 이상 계속하여 세르비아를 폭격하여 쑥대밭으로 만든 후에야 손을 들고 인종 청소를 멈추게 돼. 종교 같이 무서운 것이 없어. 크로아티아는 카톨릭이고 보스니아는 이슬람이야. 몬테네그로는 정교고 알바니아는 이슬람이야. 동동유럽은 터키가 400년 이상 식민지로 갖고 있다가 마지막은 1910년 정도에 독립을 하게 돼. 프리스티나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에 세르비아 사람들의 그나차니카 수도원이 있는데 참 좋았어. 900년 동안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데 코소보 땅 안에 있어서 내가 간다니 코소보 사람들이 다 싫어하고 째려봤어. 우리는 정말로 이해하기 어렵지만 차가 시간을 정해 놓지 않고 다녀서 갈 때는 택시를 대절하여, 올 때는 한 없이 길 가에서 기다리다 차를 세워 타고 돌아왔는데 수도원 안에서의 조용하고 차분한 서너 시간이 너무 좋았어. 시간 나면 한 번 꼭 가봐. 코소보 사람들이 세르비아 정교 수도사들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려고 가끔씩 박격포로 공격을 해도 도망가거나 떠나질 않아. 완전 고립된 생활들이지. 영어로는 enclave라고 해.

마케도니아의 스코피예는 알렉산더의 후예답게 무지무지 커다란 동상들을 수도 없이 세워 놓아 여행객들이 카메라 셔터 누루기에 바쁠 지경이야. 존경할만한 조상들이 저렇게 많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고.. 알렉산더가 말을 탄 멋진 동상을 어떻게 저리 크게 만들었는지. 우리 같으면 중국 눈치 보느라 아니면 스스로 쪼그라들어서 죽었다 깨어나도 저 정도로 만들지 못할 것 같은 아쉬움과 부러움을 느꼈어. 예술성은 뒤로하고. 스코피예는 나에게 꽤나 마음에 드는 도시였는지 다음에 아들 딸 데리고 다시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알렉산더는 인도 근처까지 가장 큰 세계를 정복하였고 그리스도 정복한 적이 있어서 지금도 그리스가 반대하여 마케도니아는 EU에 가입을 못하고 있어. 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테레사 수녀도 마케도니아 사람이야.

한국에도 잘 알려진 장수 국가 불가리아 소피아는 아기자기 한 볼 것들이 참 많고 불가리아 전국에 볼거리들이 산재해 있어. 한국어 관광 안내서도 잘 되어 있고. 여기서는 예약하고 간 숙소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지. 6차선 돌길 옆인데 숙소 창문이 이중창인데도 밤새도록 너무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서 다음 날 나머지는 취소하고 옮겨야만 했어. 유럽에서는 가끔씩 방음 시설이 약한 숙소가 있어서 고생을 해. 문제다 느끼면 바로 해결해야 해. 소피아 대학을 들렸는데 학교 건물이 참 멋지고 열심히들 공부하고 있었어. 약간 쌀쌀한 날씨인데도 열심히 토론하며 공부하고 있어서 다가가 물어보니 의대생들인데 몇 일 후 있을 시험을 대비한다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은 것 같아.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서는 택시 기사와 대판으로 여러 번 싸우게 되었어. 여기서는 절대적으로 좋은 회사 택시를 확인하고 타야하는데 피곤하여 방심하면 죽음이야. 요금을 최고 15배 이상까지도 달라고 하더라고 너무 화가 나서 정말로 소리지르며 대판으로 싸웠어. 미터기도 조작하여 아무 소용이 없어. 집사람은 아는 사람 하나 없는데 어쩌려고 위험하게 이러느냐고 하는데도... 기선으로 제압하고 머리를 써야해 이기려면 (베트남 호지민에서는 한번 독한 베트콩 같은 놈을 만난 적도 있지만). 하지만 그러고 나면 어쨌든 기분은 별로야 이겨도. 여행서 Lonely Planet에서도 이들 나라에서는 사기꾼 택시를 절대로 조금하라고 경고하고 여행을 힘들게 하는 첫 번째로 사기꾼 택시 기사를 꼽고 있어. 1만 마리 정도의 배회하는 야생 개떼들과 더불어. 다음부터는 나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주위를 둘러보고 도와줄 만한 사람을 찾아서 택시를 물어보고 타니 충돌을 피하게 되더라고.

루마니아는 독재자 차우체스크가 김일성을 만난 후 방이 3100개나 되는 어마어마한 의회궁전을 짓게 되는데 미국의 국방부 건물에 이어 세계서 2번째로 큰 건물이야. 미친놈이 있으니 저리 크고 화려한 건물이 남게는 되지만 혹사당한 인민들과 이주자들의 아픔을 생각하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겠지. 부크리스트는 뻥 뚤린 넓은 길과 주변의 넓은 가로수 그늘, 끝없이 넓은 공원들이 정말로 부러웠어. 우리는 도시에 시멘트 콘크리트 건물들 밖에 없는데 말이야. 드라큐라도 이곳 루마니아에서야.

언제나 건강 유의하며 즐거운 나날 보내길 바라.

영국 노팅엄 Trent 강변 아파트에서 가는 봄날을 아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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