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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6.24 13:23:15
  • 최종수정2015.06.24 18:31:38

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부장·경영학 박사

메르스로 대한민국이 또다시 엄청난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작년 세월호 사태가 우리사회 전반을 대개혁 하라는 분명한 명분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국가 대개조와 의식 대개혁은 온데간데 없고 곳곳에'나하나 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과 관행들이 여전히 우리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으며 우리는 대안없는 비판과 남 탓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특히, 온라인상의 댓글을 보면 마치 '감정의 하수구'라도 되는 듯, 분노를 여과없이 쏟아내고 부정확한 정보와 괴담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으며 수 많은 사람들이 그 대열에 합류하면서 과도한 불안감이 조성되어 경기침체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악영향이 초래되고 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아마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시스템과 국민의식 전반에 대한 대개혁은 뒷전인체 네탓 공방만 벌이며 허송세월하다가 바뀌는 건 하나 없이 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 잊고 메르스 사태 이전으로, 아니 세월호 사태 이전으로 또 되돌아 갈 것이 뻔합니다.

'나하나 쯤이야'하는 무사안일, 문제가 발생하면 자성할 줄 모르고 비판만 일삼는 남탓하기, 바뀌는 건 하나 없고 아무일 없었던 양 금새 잃어버리는 망각증.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사회 전반에 만연하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이자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질서를 뒤흔드는 한국병(病)입니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법칙은 건물에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라고 여기고 돌을 던져 남은 유리창까지 모조리 깨뜨리게 되고, 결국에는 그 건물이 우범지대화 되어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입니다.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안일한 행동, 사회를 혼란으로 몰고가는 온라인 괴담, 거리에 쌓이는 쓰레기 더미, 주차장이 되어버리는 도로 등등 그 누군가의 '나 하나 쯤이야'하는 깨진 유리창과도 같은 사소한 생각이나 행동이 연쇄효과를 일으켜 무질서를 조장하게 되고 걷잡을 수 없는 사고나 사태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의 국민성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본에 다녀온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잘 정돈된 환경과 무서우리만큼 철저한 시민의식을 보며 '참 대단한 나라'라고 모두가 추쳐세우면서도 누구하나 솔선하거나 수범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쳐야할 것을 알면서도 깨진 유리창과도 같은 한국병(病)이 우리의 의식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깨진 유리창이 초래한 국가적 큰 사태를 겪으면서도 이를 바로잡기는 커녕 어느새 선배 세대들로부터 이어져 온 병폐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고, 이제는 어린아이들에게까지 그대로 되물림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시스템과 의식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세월호 사태와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더 이상 남탓만 하지 말고 전 국민 모두가 나서서 대한민국 곳곳에 산재해 있는 시스템상의 깨진 유리창과 우리 의식속에 잠재해 있는 깨진 유리창을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확실히 걷어내야 합니다.

"이게 뭡니까? 이래서야 되겠습니까?"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며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고질적인 병폐들을 질타했던 어느 지식인의 말이 이제 더 이상 오르내리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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