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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0.23 13:40:34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최상천

청주상의 관리부장

요즘 우리 회사에서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류전형을 위해 접수한 응시원서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몇 가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응시자들이 영어권 국가에서 어학연수를 했거나 해외연수를 한 경력이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영어 능통자를 뽑는것도 아닌데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이렇게 응시를 많이 했는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학연수를 다녀온다고 해서 모두가 영어를 능통하게 하는 것은 아닐텐데. 왜들 이렇게 열풍처럼 어학연수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학연수 뿐 만이 아닙니다. 응시원서는 유사한 스펙들로 꽉 차 있었습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라는 속담이 생각이 납니다. 줏대없이 남에게 끌려서 덩달아 하게 되는 경우를 이르는 말입니다. 자신만의 경쟁력이나 스펙을 쌓아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그저 주변에 있는 친구들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따라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단 대학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열풍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남들이 한다고 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덤벼들거나 따라하기 일쑤입니다. 사교육 열풍, 부동산 열풍, 사재기 열풍, 몸보신 열풍 등등 이루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열풍, 열풍, 열풍입니다.

왜 그러는 걸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만 남들을 따라하는 특이한 유전자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동조현상'이란 말이 있습니다. 외부의 압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영향을 받아 행동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현상인데요. 사회심리학자인 솔로몬 애쉬가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습니다.

애쉬는 실험 참자자들을 대략 7명의 그룹으로 나누고 시각(視覺)에 대한 실험이라 가장하여 그들에게 시각실험을 받게 했습니다. 한 장의 카드에 20cm 길이의 선(X)를 제시하고, 다른 장의 카드에는 20cm 길이의 선(A), 40cm 길이의 선(B), 10cm 길이의 선(C)를 나란히 그려넣고, 20cm 길이의 선(X)과 동일한 길이의 선을 고르라고 7명의 피험자들에게 문제를 제시합니다.

피험자들은 일렬로 앉았고, 앉은 순서대로 대답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때 실제로 실험대상이 되는 피험자는 마지막에 앉아있고, 다른 여섯명은 가짜로서 사전에 실험자가 지시한 대로 대답을 하도록 한 일종의 실험조교였습니다. 물론 진짜 피험자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황입니다.

처음 몇 번의 시행에서는 조교들도 정답을 맞췄습니다. 먼저 바람잡이 노릇을 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몇 번의 시행이 지나고 난 뒤에 상황을 슬쩍 바꿉니다. 첫번째 조교가 20cm의 선(X)과 같은 길이의 선이 40cm의 선(B)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이후 두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 모두 한참을 생각하며 40cm의 선(B)이 정답이라며 틀린 답을 말합니다. 그러자, 마지막 실제 피험자는 당황하기 시작하고, 잠시 멈칫거리다가 역시 엉뚱한 답인 B가 정답이라고 대답을 합니다.

실험결과, 놀랍게도 똑같은 길이의 선을 찾는 것과 같이 가치판단이 분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35%의 피험자들이 다른 사람들에 휩쓸려 틀린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이 실험은 사람들이 뭔가 잘못된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기의 뜻대로 하지 못하고 남들을 속절없이 따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라는 우리 속담과 딱 맞아 떨어지는 실험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이 실험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스펙을 쌓고 주관대로 밀고 나가야 하는 우리 학생들이 혹시 자신이 가진 강점을 망각한 채 쓸데없이 시류에 휩쓸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조실험에서 보듯 혹시 친구따라 강남가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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