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대기실에서 이정문 충북시인협회 편집주간 토요일 아침은 늑장 부리고 싶지만 8시에 정해 놓은 약 먹는 시간을 지키려 알람을 밀쳐놓고 기지개를 켠다 손끝 내밀어 모기에게 헌혈하듯 한 모금 접수해 놓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리라네 한 바퀴 돌아와도 앞 순서가 십 리는 될 듯 형사 앞에 앉은 죄지은 사람처럼 양지쪽 졸고 있는 봄 병아리 되어 휴대폰에 고개 숙이고 찡그리고 있네 차례 되어 불리어 가면 삼십 초면 쫓겨나올 테지 똑같은 약 몇 년째 받아들고 은행빌딩 모퉁이 돌아서면 몇 년째 달래 냉이 두어 줴기 쌓아놓고 지나는 사람 불러세우는 노점상 할머니 계신다 할머니 손등 같은 밭고랑에서 캐어오시겠지 지난번 사가신 거 다 먹었거든 또 사가요 한 움큼 덤이 더 많다
염전 서용례 충북시인협회 회원 바다에 떠돌던 나는 사람 사는 곳이 그리워 그리워서 눈물 한 방울까지 한 무더기 소금꽃으로 피워내 사람들 닫힌 문 힘껏 열어 바다를 한 아름 안겨주었습니다
천변의 갈대밭 오무영 충북시인협회 회원 비바람 몰아칠 때마다 휘청거리며 서걱거리는 갈대 아무도 돌보지 않는 천변에 뿌리내리고, 싸늘한 아침이슬 머금고 온종일 비바람에 시달리면서 허리 한번 곧게 세우지 못하고, 밭두렁 넘어 그늘진 언덕 위를 기웃거리며 넋이랑 버려둔 채 바람 부는 데로 쓰러지는 갈대들 이제는 얼어붙은 천변 시무룩한 얼굴도 감추지 못하고, 밭두렁 넘어 소곤대는 발자국 소리 따라가며 기웃거리며 아무 말도 없이 은구슬만 흩뿌리는 갈대밭
마음 김창영 충북시인협회 회원 꽃이 실체가 없다면 아름다운 꽃과 향기를 없는 것으로 보는 마음이네 세상의 모든 일은 마음을 따라서 하네 착한 법을 지키는 양심도 마음이고 악한 죄를 짓는 것도 마음이네 지혜로운 이는 죄의 성품을 허무하게 보는 마음을 갖네 선한 마음을 모아서 악한 생각은 없다는 마음으로 새 사람으로 살아가네
연탄(煉炭) 덕향 김병철 충북시인협회 재무국장 쪽방촌 할머니가 잠이든 단칸방에 십구 공 검은 진주 몸 태워 보시하던 뒤바람 칭얼거리면 커져가는 그리움 연탄불 앞에 놓고 울고 웃던 그 시절에 혼 빠진 흰 몸뚱이 아무렇게 던져 저도 내 가진 모든 것들을 다 주어도 모자라
언제쯤이려나 김상언 나의 애마가 눈 속에 푹 파묻혀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포근하게 감싸인 하얀 솜이불도 숨을 쉴 수가 없으니 걷어 달라는 애원을 하얀 솜이불 걷어 내고 시동을 걸며 그래 어여가자 너와 내가 숨 쉬며 분탕질이 없는 넓은 뜰 그곳으로 어른 아이 모든 국민이 염원하고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을 향하여 이랴 어여 가자
의자 박영규 충북시인협회 회원 쉬어가라고 이제 그만 좀 쉬어가라고 긴 문장에는 쉼표를 찍는 것이고 악보에도 쉼표를 찍는 것이고 긴 숫자는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는 것이고 해마다 긴 여정을 다녀오는 제비도 우리 집 처마 밑에 쉼표를 찍는 것이다 제발 쉬어가라고 지치고 힘들면 언제든 쉬어가라고 하느님도 엿새는 일하고 하루쯤 쉬라고 달력에는 빨간 글씨가 있는 것이고 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있는 것이고 공원에는 쉼터가 있는 것이고 등산길에는 너럭바위가 있는 것이고 고향마을 어귀에는 덩그러니 의자가 놓여있는 것이다
지나가다 김생수 충북시인협회 회원 대숲에 휘날리는 눈발 검은 머리도 흰머리도 지나가다 꽃잎도 낙엽도 언덕도 벌판도 달밤도 별밤도 지나가다 모든 지나간 것들이 처음부터 다시 지나가다 대숲에 몰아치는 눈보라 혜숙이도 금자도 지나가다 모든 형상 있는 것들이 형상 없는 것들이 태어난 것들이 죽은 것들이 처음이 되어 또다시 지나가다
갑진년을 보내며 山情 장광수 충북시인협회 회원 희망과 설렘으로 시작했던 갑진년이 저물어간다 봄을 지나 구슬땀 흘려가며 곡식을 심고 가꾸며 노력했던 날들 그 무더웠던 긴 여름을 건너 결실을 맺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가을 기대했던 성과는 올리지 못했지만 그 모든 시간들이 올해 아름다운 생의 한 장면으로 남길 바라며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다시 힘을 내어 봅니다.
섬 김일복 청주문인협회 사무국장 섬은 늘 아파서 아픈 사람을 보면 더 아프다 그래서 아픈 사람을 위해 파도처럼 운다 밀려오는 파도를 받아들이고 때로는 밀어내기도 하지만 섬은 아프니까 더 아픈 사랑을 기다린다 섬은 늘 외로워서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며 기적을 이룬다 아픈 사람은 아프니까 아파하지만 섬은 아픈 사람 위해 물길이 되어주고 때로는 파도가 되어준다 사람이 섬이다.
[충북일보] 최근 청주에서 고령 운전자가 대형교통사고를 내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반납제도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운전면허반납률은 1.6% 수준으로 기록됐다. 고령운전자 중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사람이 100명 중 1명 꼴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나머지 99명은 운전면허를 소지한 채 운전대를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충북 전역에서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한 지 벌써 5년이 됐지만 반납률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가 지난 2021년부터 고령운전자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2022년도에 1.9%가 최고기록이다. 이후 2023년 1.79%, 2024년도 1.6%로 오히려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충북지역의 운전면허 반납률은 타 지자체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부산광역시가 3.5%, 서울 2.9%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인근 지자체인 대전의 2.5%보다의 절반 정도다. 그렇다보니 충북지역 고령운전자들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 역시 당연하게도 늘고 있다. 실제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충북일보]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북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 원 미만 선물 물량은 지난해 설 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 원 미만 선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이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성 상품들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청주지역 기준 배(신고)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2천900원 이다. 지난해 보다 27.37%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 감소와 저장단계에서 고온 피해로 인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여파를 미쳤다. 이에 기존 사과·배에 더해 샤인머스캣이나 애플망고를 섞은 혼합세트가 증가했다. 명절 주요 선물 상품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설 보다 '5만 원 미만'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커피·차 세트, 김·양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1
[충북일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국가 인공지능(AI)컴퓨팅 센터' 유치전에 충북도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도는 센터 유치에 성공하면 청주 오창에 들어서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와 연계해 데이터 허브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충북도는 지난 2월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30일 밝혔다. 현재 도는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국내·해외 클라우드, 통신, AI 기업 등과 접촉하고 있다. 센터 구축 사업에는 기업이 단독 또는 이들 기업 등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까지 컨소시엄 구성을 마친 뒤 참여 기업과 협의해 사업 계획서를 수립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센터 건립 부지도 확정한다. 청주와 충주 등 도내에서 전력 공급이 풍부한 지역을 대상으로 최적의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이어 정부가 오는 5월 공모에 들어가면 지침에 따라 계획서를 최종 작성해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도는 충북이 국가 AI컴퓨팅센터 건립의 최적지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데이터 수요가 가장 큰 수도권과 가까운 데다 국토 중앙에 위치한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충북일보] 이영석(60) 충북예총 회장이 27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영석 신임 충북예총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는 만큼 더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고 있다"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이영석 회장은 선거 공약으로 △예술인의 권익과 위상 정립 △창의성과 혁신을 위한 미래기반 구축 △충북예술의 글로벌 강화 △지속가능성과 통합적 비전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어느 한 가지부터가 아니라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만들어져야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예총의 위상을 세우기 위한 뿌리 찾기 일환으로 70년사를 발간하고, 원로 예술인의 발자취를 후배예술인들이 바라보며 귀감을 삼을 수 있도록 명예의 전당격인 충북예술원을 설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열악한 충북예총 재정현황 개선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자생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지원금만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모사업이나 지자체 위탁사업 등을 통해 수익사업까지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자립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시대속에 순수예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