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봄 김선희 눈을 튼 고구마를 유리그릇에 올렸다 옆으로 누운 고구마는 온몸으로 초산의 고통을 참아낸다 짙은 자색 잎들이 오밀조밀 올라오더니 하트를 펼치며 넝쿨째 사랑받기를 원한다고 줄지어 내려온다 아침에 마실 온 햇살은 다복한 가족이라고 함박웃음으로 수다를 떨다가 다녀간다 사랑 타령으로 시끌벅적한 고구마 집에 화분의 사랑초도 세를 늘리고 베란다에는 봄볕이 가득하다 어미 살로 키운 잎들은 날로 푸르러지고 물만 삼킨 어미는 날로 몸집이 줄어들고 있다
계엄 원상규 충북시인협회 회원 분명 까닭이 숨어 있을 진데 의문 덩어리를 반죽에 뒤섞어 치대고 또 치대고 자꾸 치대고 있다 점점 질겨지는 반죽 자장 요리를 만들어 낼지 죽탕 개죽을 만들어 낼지 사뭇 애가 타든다
돌탑 오하영 충북시인협회 회원 우암산 보현사 뒤 등산길 돌탑 아흔 개 우뚝우뚝 버려진 고목 기둥 세우고 그 위 쌓아 올리니 예술작품 눈길조차 받지 못하고 업신여김받는 돌인데 하루아침 귀여움 차지 멋져 예뻐 사랑의 눈길 그리스 신전 기둥처럼 고목 기둥 등산길 양쪽 그 위에 날렵하게 오뚝 등산객 발길 붙잡는다
새해 첫날 우종준 충북시인협회 회원 떠오르는 태양 바라보며 두 손 모아 한해의 무사 형통 기원합니다 새해 해맞이 축제는 아니더라도 마음만큼은 올 한 해 건강 잘 챙겨서 좀 더 나은 즐거운 삶 살아갈 수 있게 긍정의 힘 실어봅니다 복 받는 거 복을 주는 거 다 내게서 이쁨도 미움도 다 내게서…
내 고향 개천안(開天安) 東荷 이수진 충북시인협회 회원 오색 비단 헝겊 조각 나풀거리던 그 옛날 장선 고갯마루 당산나무 아래 치성드려 쌓아놓은 서낭당 돌무더기 지나 구부렁길 돌고 돌아 성큼성큼 다가가면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 반가이 마중 나오던 곳 궁궐 같은 꽃동네 황홀하게 유혹하던 봄날의 정취가 망종 절기 따라 황금빛 보리밭 출렁이던 여름날의 정취가 단풍잎 울긋불긋 잉걸불처럼 훨훨 타오르던 가을날의 정취가 함박눈 펑펑 내리면 산 까치 깍깍깍 울어대던 겨울날의 정취가 옥녀봉과 풍류산을 휘돌아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던 곳 조상님들의 숨결 어린 만년유택 선영 아래 아늑하게 감싸 안은 포근한 기운들은 어머님의 온화하신 성품인 듯 닮고 닮아 곱디고운 천사처럼 사뿐사뿐 다가오던 곳 천년을 가부좌한 법경대사자등탑비와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솟대들의 수호신도 어서 오라 손짓하며 따뜻하게 반기 우는 훈훈한 정겨움 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곳 하여, 하늘이 열린 고로 개천(開天)이라 하였던가 성스러운 평안의 빛 두루두루 깊이 서
옥수수 성낙수 충북시인협회 회원 잔재주 없이 순수한 옷 걸쳐 폼나지 않는 들어 보게나, 색깔 없이 부르는 질긴 노래가락 하찮은 모지랑이라 욕하지 말라 그 누구라도 팔다리 바람 따라 움직이는 일상의 뒤란에서 마주한 눈빛으로 보듬어 햇살 아래 어우러 억센 고집부려 버리지 못한 사연 등에 업어 놓아 눈에 띄지 않아 볼품없어 보여 잘난 멋으로 버텨 두 눈 감아 별 무리 섞어 볶아 감내해 자라고 흔해 빠져 대접받지 못해 구슬 옥자 붙은 예쁜 짓 저마다 잘난 멋 따라 버텨 흉내로 욕심내지 않아 뜸 들여 말을 뱉어 알차게 들리는 어절 모아 놓아 골 따라 번져 햇살 배웅해 맛깔 난 이야기의 변두리
생각 폴더방 김경인 충북시인협회 부회장·충주지회장 덧칠 없는 수채화 같은 오늘이 좋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이 무지개색이라면 중년의 여인이 보는 세상은 어떤 색일까? 웃고픈 마음도 울고픈 마음도 여러 개의 다양한 색을 쪼개 내고 있다 폴더방이 늘어나고 있다 중년의 여인이 좋아하는 수납장처럼 내 마음이 보고 그린 대로 내 마음이 읽은 대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낯선 세상인 것처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풍물놀이는 좋-은 것이여 Ⅰ 이선숙 충북시인협회 회원 -깨갱 - 깨갱 - 깽깽깽- 묵은 사람과 나를 이어주는 실 같은 은가락지 같은 가락 있지 나는 원반 돌리는 사람- 얼쑤 공중, 웬 비행접시 빙빙 웽웽 초가집 옆 우물가 아낙네들 빨래하러 나오지 흰 수염 단 할아버지 새끼줄 꼬는 냄새 나지 구리 비녀 꽂은 할머니 송편 찌는 향기 퍼지지 나는 상모 돌리는 사람- 절쑤 허공, 둘둘 말아 우주 휘감는 흰 꼬리 푸른 물살 비단 물결 흐르지, 발칙하게 뱅그릉 역사가 돌지, 팽팽하게 얇고 좁은 구름 띠 구경꾼 칭칭 묶지, 구름꽃 핀 듯이 산신령 옥황상제 용왕 도깨비 말뚝이 북청사자 모두 친구 되어 장구 북 소고 징 꽹과리 날라리 깨어지도록 놀아 보세 깨금발로 쾅쾅쾅 -따단 - 따단 - 딴딴딴 -
삶을 묻는다 이임선 충북시인협회 이사 가끔은 정갈한 밥상 마주하고 맘 깊숙한 진실까지 소통하는 이와 끝없는 수다로 시간을 죽이기도 하지 하루쯤 유유자적하며 데워진 가슴으로 커피향에 취해 노을빛 물드는 서쪽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지 사는 게 별거겠어 하루하루 켜켜이 쌓이면 역사가 되고 역사책이 되는 거지 그냥 펄떡이는 심장으로 희로애락 울고 웃으며 반쯤 눈 감고 살면 되는 거지 뒤틀어진 세상 모르면 약이 되기도 하잖아.
변곡점(變曲點) 최종진 충북시인협회 회장 갑진년 돌아보니 어질 타 질곡의 삶 고통의 기나긴 밤 어찌 다 꼽을까만 그래도 작은 우주로 부여받은 이 생명 을사년 새해 아침 어기찬 꿈을 꾸네 숫눈 길 걷는 심정 신발 끈 고쳐 매고 바다를 먹물 삼아서 써 가야 할 새 소명(召命)
[충북일보] 최근 청주에서 고령 운전자가 대형교통사고를 내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반납제도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지역의 65세 이상 고령운전자 운전면허반납률은 1.6% 수준으로 기록됐다. 고령운전자 중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사람이 100명 중 1명 꼴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나머지 99명은 운전면허를 소지한 채 운전대를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충북 전역에서 고령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한 지 벌써 5년이 됐지만 반납률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각 지자체가 지난 2021년부터 고령운전자들의 운전면허 반납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2022년도에 1.9%가 최고기록이다. 이후 2023년 1.79%, 2024년도 1.6%로 오히려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충북지역의 운전면허 반납률은 타 지자체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부산광역시가 3.5%, 서울 2.9%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인근 지자체인 대전의 2.5%보다의 절반 정도다. 그렇다보니 충북지역 고령운전자들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 역시 당연하게도 늘고 있다. 실제로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충북일보]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북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 원 미만 선물 물량은 지난해 설 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 원 미만 선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이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성 상품들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청주지역 기준 배(신고)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2천900원 이다. 지난해 보다 27.37%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 감소와 저장단계에서 고온 피해로 인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여파를 미쳤다. 이에 기존 사과·배에 더해 샤인머스캣이나 애플망고를 섞은 혼합세트가 증가했다. 명절 주요 선물 상품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설 보다 '5만 원 미만'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커피·차 세트, 김·양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1
[충북일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국가 인공지능(AI)컴퓨팅 센터' 유치전에 충북도가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도는 센터 유치에 성공하면 청주 오창에 들어서는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와 연계해 데이터 허브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충북도는 지난 2월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30일 밝혔다. 현재 도는 컨소시엄 구성을 위해 국내·해외 클라우드, 통신, AI 기업 등과 접촉하고 있다. 센터 구축 사업에는 기업이 단독 또는 이들 기업 등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까지 컨소시엄 구성을 마친 뒤 참여 기업과 협의해 사업 계획서를 수립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센터 건립 부지도 확정한다. 청주와 충주 등 도내에서 전력 공급이 풍부한 지역을 대상으로 최적의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이어 정부가 오는 5월 공모에 들어가면 지침에 따라 계획서를 최종 작성해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도는 충북이 국가 AI컴퓨팅센터 건립의 최적지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데이터 수요가 가장 큰 수도권과 가까운 데다 국토 중앙에 위치한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충북일보] 이영석(60) 충북예총 회장이 27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이달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영석 신임 충북예총 회장은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지는 만큼 더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고 있다"고 취임 소감을 전했다. 이영석 회장은 선거 공약으로 △예술인의 권익과 위상 정립 △창의성과 혁신을 위한 미래기반 구축 △충북예술의 글로벌 강화 △지속가능성과 통합적 비전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어느 한 가지부터가 아니라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만들어져야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예총의 위상을 세우기 위한 뿌리 찾기 일환으로 70년사를 발간하고, 원로 예술인의 발자취를 후배예술인들이 바라보며 귀감을 삼을 수 있도록 명예의 전당격인 충북예술원을 설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열악한 충북예총 재정현황 개선을 위해서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해 자생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지원금만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모사업이나 지자체 위탁사업 등을 통해 수익사업까지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자립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시대속에 순수예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