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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문 뒤에 숨어있던 두 아이가 나를 놀라게 한다. 계단 올라오는 동안 지켜보다가 숨은 것 같다. 깜짝 놀라는 나를 보며 원하던 그림이 그려진 듯 재미있다며 깔깔거린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어야 하는데 매일 둘만 놀다 보니 내가 오기를 기다리는 듯 아침마다 반갑게 맞이해 준다.

두 소년 소녀는 스리랑카에서 온 중도입국 자녀들이다. 외국인 노동자로 먼저 한국에 와서 일하던 아빠가 취업 비자를 변경하고 가족을 초대해서 한국에 와 살게 되었다. 스리랑카에서 엄마와 살며 7~8년 동안 아빠를 그리워했는데 한국에서 가족이 같이 사니까 행복한 날들이란다.

4학년으로 편입됐는데 당연히 아직은 한국어가 서툴지만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이다. 한국어 공부는 물론이고 한국 생활에 적응도 잘하고 한국 음식도 아주 잘 먹는다. 특히 매운 음식을 좋아하며 케이팝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학교 친구들하고는 은연중에 물과 기름처럼 완전히 섞이지 못하고 귀퉁이에 따로 서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기만 한다. 어울려 놀 때도 있지만 아직은 뭔가 겉도는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하다. 나이가 어리면 천진난만하게 어울릴 수 있을 텐데 고학년이다 보니 쉽게 접근이 어려운 것 같다.

친구들과 가깝게 어울리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니 어떻게 알았냐고 반문하며 한국어를 잘못해서 같이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자신들이 다른 한국 친구들과 다름을 인정하기에 끼어들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런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온 중도입국 자녀들하고는 아주 잘 어울린다. 모국어가 서로 달라 소통하기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같은 중도입국 자녀라는 동질감이 그들을 친밀하게 만든다. 나라가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며 큰 소리로 말하고 뛰어놀 때는 영락없는 초등학생들이다.

한국어 공부를 하며 매일 아침 일기장을 검사한다. 숙제로 일기쓰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이제는 제법 잘 써 온다.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쓰라고 했더니 매일 즐거운 날이었다고 끝낸다. 다른 표현도 써보라고 했더니 기쁜 날, 슬픈 날, 재미있는 날, 첫눈이 내린 날은 아름다운 날이고 외식은 한 날은 맛있는 날이 된다. 나름대로 형용사를 활용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나를 웃음 짓게 했다.

한국 학교생활은 수업 시간표, 선생님과 친구들, 방과 후 수업까지 모든 것이 스리랑카와 비교했을 때 다 좋단다. 숙제도 많이 없고 학생들을 체벌하지 않으며 컴퓨터를 활용한 수업, 체험 학습 등 자율적인 초등학교 수업이 다 마음에 든다고 한다. 특히 급식 시간이 아주 좋고 음식도 맛있다며 아이답게 좋아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알게 모르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열 한 살 소녀의 꿈은 파일럿에서 의사로 바뀌었다. 의사가 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했더니 매일 집에서도 혼자 한국어를 공부한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더니 표정이 어두워진다. 자신이 성공해서 가족들을 도와주고 싶은데 한국에서 그것이 가능할지 자신이 없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지울 수 없는 듯 보였다. 열한 살 어린 나이에 벌써 가족을 생각하는 모습이 어른스럽다. 가족을 사랑하는 소녀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반듯하게 잘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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