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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2.25 14:45:23
  • 최종수정2024.12.25 14:45:22

이효순

수필가

내가 늘 가는 슈퍼마켓 길 모퉁이 두부집엔 진돗개 황구가 산다. 12월에 접어들며 황구의 모습이 달라졌다. 늘 하고 있던 갈색 가죽 목걸이가 바뀌었다. 초록색과 흰색줄이 있는 알록목도리에 빨간 털실로 짠 방울을 달았다. 황구에게 주인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주었다. 앞다리를 곧게 세우고 기분 좋은 듯 의젓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본다. 평일보다 늠름하다. 아쉽게도 왼쪽 뒷다리가 잘려 나가 세 다리로 서있다. 멋진 노신사 같다.

황구는 얼굴이 잘 생긴 진돗개다. 그 진돗개는 내가 슈퍼 갈 때마다 나를 늘 바라본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곧게 서서 나와 눈 맞춤을 했다. 그 잘 생긴 얼굴에 아쉬움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네 다리 중 하나를 잃어 세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안타가운 마음이 든다.

그 잘생긴 얼굴에 없어진 다리가 안쓰러웠다. 여름날 한동안 안 보여서 매우 궁금했었다. 요즈음은 주로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황구가 나이가 더 들어 힘이 없어진 것 같다. 언제부터인지 서 있던 황구는 점포 앞의 자동차 세워둔 공간 한쪽에서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초점 없는 눈으로 쓸쓸히 바라본다. 동물이지만 애잔한 생각이 든다. 왠지 황구를 보며 연민의 정이 조금씩 더해진다.

오래전에 우리 집에서도 진돗개 백구를 키웠었다. 황구의 잘생긴 얼굴이 그 백구와 많이 닮아 마치 우리 백구를 보는 것 같았다. 지나간 기억에서 안쓰러웠던 모습이 더 마음이 쓰이는 것은 아닐까. 오래전 어느 여름날 남편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가져온 하얀 쌀포대 자루에 백구가 담겨 집을 떠났다. 그 여름을 생각하면 백구의 하얀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아련한 기억 속에.

황구와 나의 삶을 한번 생각해 본다. 나는 왜 그 황구의 모습에 관심을 갖고 바라보는지 마음이 쓰인다. 식물이나 동물에 생명이 있는 것은 공통분모다. 사람은 말을 할 수 있고 동물 역시 소리 내어 짖어 자신의 의사를 표시한다. 식물은 살아있는 그 모습으로 상태를 파악한다. 그 황구에 대해 눈길이 멎는 것은 나도 어찌할 수 없는 관심인지, 습관인지 잘 모른다. 이제 나이 듦을 조금씩 느낀다. 활동이 느려지므로 일을 해도 빨리되지 않는다. 추진력이 떨어진 것을 눈으로 느낀다. 황구나 살아있는 사람 모두 생명을 가진 것은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던가. 사람은 말을 할 수 있어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연말이 가까워 온다 어제 성탄절이 지났다. 나라는 혼란하지만 목걸이 장식을 한 황구에겐 평안함으로 가득하다. 황구에게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준 주인의 살뜰한 마음이 싸늘한 연말 성탄절의 의미를 더 간절히 생각하게 한다. 빨간색의 사랑과 희생을, 변함없는 생명과 희망의 초록을 흰색의 순수함을. 황구를 보면서 주인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함께 사는 동물에게 가족으로 베푸는 작은 배려가 내 마음을 훈훈이 데운다.

오늘도 슈퍼 가는 길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황구를 바라보았다. 세발로 일어서서 나를 보고 힘차게 짖는다. 마치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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