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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순

수필가

현관 계단을 내려선다. 온통 푸르다. 작은 뜰이 마치 음악회를 여는 것처럼 갖가지 들꽃으로 여기저기 수놓는다. 보라꽃달개비 바이올린, 흰색달개비 비올라, 키 큰 섬초롱 콘트라베이스, 큰꽃으아리 하프, 자주종덩굴 클라리넷, 빨간 왜철쭉 피아노. 모두 모여 연주하는 듯 초 여름바람에 일렁이며 춤을 춘다.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열심히 연주하는 모습 같다.

분홍달맞이는 화사한 얼굴로 그들의 연주를 감상한다. 저쪽에 노랑달맞이 작은 손을 펴서 그들의 연주에 박수를 보낸다. 자연에서 눈으로 전해지는 소리 없는 들꽃의 연주는 꽃의 빛깔과 모습으로 마음에 가득 찬다. 아무것도 없던 불모지 같았던 작은 터만 있는 집이었다. 잡초 몇 포기가 담 밑으로 나있던 집, 열심히 그 집을 가꾸고 꽃을 심어 오늘 같은 푸른 여름을 이곳에서 맞는다.

작은 마당에 서서 바라보는 마음은 참 흐뭇하다. 조물주가 에덴동산을 아름답게 만드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말씀하셨던 창세기 구절처럼. 들꽃은 도입종에 비하면 화려하진 않다. 소박하고 은은한 매력이 있다. 그 꽃의 매력에 이끌리어 어릴 때부터 나는 들꽃을 좋아했다. 고향집 뒷산에 가면 꿀풀, 진달래, 철쭉. 할미꽃, 철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이 나를 반겼다. 이곳으로 이사 오면서 유년의 기억 속에 있던 시간을 작은 집 뜰 안으로 하나하나 들이기 시작했다. 가끔 죽는 경우엔 내 마음을 서운하게 했고 다시 꽃집으로 가서 그 꽃을 구해다 심었다. 그렇게 하기를 이 집 이사 오던 때부터 40년 가까이 계속했다. 제법 야산처럼 조성된 작은 숲이 되기까지 오랜 날들이 쌓였다.

남편도 어느덧 그 속에 빠져들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소박한 꽃들에게 부지런히 물을 준다. 그 모습을 보니 지난 시시간들이 생각난다. 결혼 초에 사글셋방에 살면서 주인집 꽃밭에 열심히 꽃을 가꾸던 일, 내게 참 여유 있어 좋다는 말을 했었는데…. 남편도 뜰이 푸르게 변하며 여기저기 들꽃 피는 모습에 마음이 열린 것 같다. 그래 내가 조금 편해졌다. 지금은 남편이 물도 열심히 준다. 물도 주려면 한참 걸린다. 어느 땐 힘들어 귀찮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직은 꽃이 좋아 작은 뜰, 작은 화분에 사랑을 심는다. 푸른 생명을 심는다. 그들을 가꾸고 진실을 배우며 또한 삶의 길잡이로도 삼는다.

그들이 싹이 나서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한 해를 보내는 모습 어쩌면 우리들의 삶의 여정과 같은 것을 옆에서 본다. 볼수록 빠져드는 것이 정직한 자연이다. 작은 뜰에서 자연은 계절을 연출하고 철에 따라 작은 들꽃을 피우며 세월을 엮는다.

몇 해 전에 심은 으아리가 매화나무를 터전 삼아 아주 흐드러지게 자잘한 꽃을 피웠다. 그 향기 얼마나 감미로운지. 하얀 꽃과 어우러져 작은 뜰은 축제의 아침처럼 황홀하다. 흰색이 얼마나 화려한 색인지. 아무 티가 없는 순백의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곱다.

주일이 지나면 꽃을 좋아하는 손녀에게 영상통화로 보여주고 싶다. 이제는 많이 자라 소녀가 된 온유와 소명이. 대문 앞에 이웃에서 나누어준 백일홍이 곱게 피었다. 내 사랑을 먹고 자라 꽃을 피운 백일홍도 우리 가족의 하나다. 지난겨울 이곳에 들렀을 때 큰 손녀는 꽃이 보고 싶다고 했다. 꽃을 보면 큰 손녀는 얼마나 좋아할까. 여기저기 곱게 핀 꽃들이 손녀를 기다리는 것 같다. 만나기를 애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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