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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순

수필가

모처럼 교회 1부 예배를 다녀온 후 스틱을 가지고 흥덕사지로 향했다. 오늘은 비탈길을 올라 양병산*을 한번 가보고 싶었다. 직지교를 지나 산길의 초입에 접어들었다. 양병산 진입로는 고인쇄박물관 입구 쪽에서 가는 길은 비탈길이다. 다리가 조금 불편한 내겐 스틱을 이용하면 편할 것 같아 미리 스틱을 내게 맞게 조립해 가지고 왔다. 일요일이지만 진입로는 고요했다.

퇴직 후에는 그곳에서 버섯도 따고 도토리도 줍고 여러 활동들을 했었다. 집에서 가까워서 도토리도 한말 가량 주워서 묵을 쑤어 이웃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그렇게 내게 쉼터 같았던 곳인데 오른쪽 무릎이 아프기 시작하며 가지 않았다. 그 공백 기간이 거의 10년 가까이 되었다. 내겐 집에서 가까운 산책 길이었는데… 생각하며 입구에 들어서며 마음도 설렜다.

스틱을 가지고 오르는 진입로는 온통 마른 상수리나무 잎으로 수북하다. 등산로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 반들반들 달아있다. 요즈음은 가정에 땔감이 필요하지 않으니 나뭇잎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갈퀴로 마른 나뭇잎을 모두 긁어 가서 땔감을 했을 텐데. 지금은 도시가스로 난방시설을 대부분 하기에 산이 울창해졌다. 양병산은 주로 상수리나무 숲이다. 이젠 시간이 많이 지나 나무도 굵어지고 가을에는 도토리도 많이 달려 사람들의 손에 들려간다.

잎이 다 진 커다란 상수리나무들은 하늘을 향해 잔가지들을 가득 올리어 뻗어간다. 여름 같으면 보이지 않을 하늘이 오늘은 나뭇가지 틈새로 정겹게 보인다. 걸을 때마다 바스락 거리는 상수리 나뭇잎들이 마치 내게 이야기를 하듯 정겹게 들린다. 처음 내가 이 산을 찾았을 때는 잡풀이 길을 덮어 조심스레 등산로를 찾으며 산을 올랐었다.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자주 주말이면 찾았던 곳이다.

겨울산을 오르니 산의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숲길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반들반들 길이 나 있다. 나는 40대부터 이 숲길을 다녔다. 그때는 까치수영, 잔대, 흰색 자잘한 꽃이 피는 참으아리 토종 풀들도 눈에 보였었다. 마치 원시림 같았던 산이었다. 사람의 발길이 많아지면서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변했다. 길은 흙이 반질반질 드러나 있었다. 온통 마른 상수리나무 잎들로 가득한 산길이 정겨워 보였다.

내가 찾았을 때 중년의 숲길은 모르는 식물들도 많고 길이 드러나 있지 않았다. 지금은 때 묻지 않았던 산길이 넓어지고 닳고 닳아서 보기 안쓰럽다. 가끔 이름 모를 산새 소리가 조용히 정적을 가른다. 이따금씩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내가 즐겨 찾던 마른 숲엔 고요가 흐른다. 조금 불편한 다리를 위해 가져간 스틱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내 다리는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불편하기에 느릿느릿 걸어 내려왔다. 비탈길은 옆으로 비스듬히 내려가고. 내려와서 흥덕사지 마당에서 양병산을 바라보니 마른 가지가 하늘을 행해 수없이 뻗어있다. 머지않아 설이 지나면 입춘이 오고 입춘이 지나면 파릇파릇한 연둣빛의 봄이 오겠지.

양병산

흥덕사지와 고인쇄박물관의 뒷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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