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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에 묻힌 진실… "아직도 그날에 갇혀 있다"

지난해 7월 청주서 발생한 산사태로 A씨 사망
1년이 지났음에도 유족들 고통 속에서 지내
사망 장소 기재, 블랙박스 미회수 등 후속 조치 허점투성이
유족 측 "처벌보다 제대로된 사과 받고 싶어"

  • 웹출고시간2024.07.18 17:29:24
  • 최종수정2024.07.18 17:29:24

지난해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했던 7월 15일 청주시 흥덕구 석곡동의 한 도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20대 A씨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산사태가 발생했던 경사면은 콘크리트 시설물이 설치돼 복구된 상태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오송참사가 발생하던 날 청주에서는 또하나의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지난해 7월 15일 오전 5시 30분께 청주시 흥덕구 석곡동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20대 A씨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 사고는 '오송참사'에 가려 상대적으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유족들은 그날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실체적 진실과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토사에 매몰된 차량 수습을 하고 있다.

ⓒ 청주서부소방서
1년여 만에 만난 A씨의 형 B(30대)씨는 "아직도 그날에 갇혀 있다"며 고통스러워했다.

B씨는 "그동안 동생의 사망 후속 조치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사고 발생 후 유족은 A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병원과 경찰서, 소방서 등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심 씨의 동생 A 씨가 살아생전 지내던 방.

ⓒ 유족 제공
그러던 중 심 씨는 동생의 사망 정보가 알고 있던 사실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동생의 사망 장소였다.

B씨는 "동생이 사망한 장소는 청주시 흥덕구 석곡동인데 소방 구급활동일지에는 서원구 죽림동으로 적혀있었다"며 "이에 대해 소방 측에 정정 요청을 제기하자 'GPS에 사고 발생 장소가 죽림동이었기 때문에 이곳을 사망 장소로 알고 구급일지에 적었고, 장소가 달랐다면 수정해 드리겠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도 찾아가 사망 진단서를 살펴보니 사망 장소가 석곡동이 아닌 병원 주소로 돼 있었다"며 "우리가 일일이 정정 요청을 하지 않았더라면 동생의 사망 장소는 영원히 다른 곳으로 남을 뻔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경찰의 초동 조치도 엉망이었다고 주장했다. B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동생의 사망 원인 규명에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는 블랙박스조차 회수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동생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싶어 경찰 담당자에게 요청했는데 회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담당 경찰은 아직 공업사에 블랙박스 영상이 남아있을 테니 직접 가서 알아보라는 무책임한 말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외에도 사고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청주시, 보은국토관리부 관계자들은 유족에게 사과는커녕 단 한 차례 연락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그렇게 유족들은 1주기 장례조차 무관심 속에 치러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번 사고는 오송 참사와 같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 경사면은 청주시 발주로 지난 2001년 착공해 2016년 준공했다.

이 도로 경사면은 절토 사면으로 현행법상 2종 시설물에 해당해 국토교통부의 시설물 통합정보관리시스템에 등록하고 보수와 관리 등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시는 이에 대한 안전 점검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준공 이후 시는 2017년 10월에 보은국토관리사무소로 관리 주체를 이관했지만, 이들도 해당 시설을 관리시스템에 등록하지 않았고 관리도 부실하게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지난 4월 사고 장소의 관리 주체인 보은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 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 청주시 전 도로시설과 공무원 3명을 시설물안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아직 이들의 기소 여부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유족께서 원하신다면 면담할 수 있는 자리를 적극 마련해보겠다"고 설명했다.

B 씨는 관계자들의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상 규명과 진심어린 사과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자체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라도 한번 받았으면 좋겠다"며 "제대로 된 원인 규명과 사과가 우리 가족을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호소했다. /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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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민주당 오송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TF단장

[충북일보] "버티면 잊혀진다는 나쁜 선례가 생기지 않도록 유가족과 피해자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 오송참사 1주기를 맞는 더불어민주당 오송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TF단장을 맡고 있는 이연희(청주 흥덕) 국회의원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했다. ◇오송참사 1주기를 맞아 더불어민주당 '오송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TF' 단장으로서 소회는. "안타까움을 넘어 참담함을 느낀다. 지난 달 19일 유가족분들과 함께 궁평2지하차도에 다녀왔다. 자동진입차단시설이 설치되긴 했지만, 미호강 범람 시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는 차수벽이 설치되지 않았고, 관련 정비가 좀 더 필요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시 충북도는 장마를 앞두고 궁평2지하차도를 급하게 재개통하려 했다. 유가족과 시민사회의 반대로 개통이 연기되긴 했지만, 충북도가 벌써 오송참사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던 아픔을 잊은 것 같아서 화가 많이 났다. 유가족과 피해자의 시간은 아직 23년 7월 15일에 멈춰있는데, 충북도는 참사를 서둘러 무마하려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참담했다. 지자체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정부에서 진상규명을 외면하는 사이, 유가족과 생존자분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진상규명과 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