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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02.15 16:50:57
  • 최종수정2024.02.15 16:50:57

한송이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요즘 우리 사회에서 MBTI는 빠질 수 없는 대화 주제이다. 새로운 사람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MBTI를 물어보며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도구이며, 나와 다른 사람의 성향을 이해하는데 무척 유용하다. E와 I, S와 N, T와 F, J와 P라는 단순한 구분이지만 16가지의 조합에 대한 설명은 굉장히 과학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종종 MBTI 결과에 매몰되어 한 개인을 평가하고 판단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유명한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는 판단에 굉장히 서툴다고.

그는 저서 '타인의 해석'을 통해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서 우리는 그 사람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간단한 결론을 제시한다. 인간의 서툰 판단은 다음의 세 가지 근거에 기인한다. 첫째,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진실'을 기본값으로 가지고 있다. 거짓말을 잘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의 꼬드김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둘째, 인간의 행동과 태도에 곧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담겨져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의 행동과 태도가 그의 실제 성향과 전혀 다를 수 있음을 간과한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과 만나는 맥락을 중시하지 않는다. 서로가 놓인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편적인 시각으로 빠르게 판단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우리의 판단이 굉장히 유의미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스스로 또한 늘 자신의 제한된 경험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한 개인에게 축적된 경험은 각자가 가지는 하나의 편견으로 작용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의 지난 경험들은 그들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필터가 된다. 그리고 그 필터로 단숨에 평가하고 판단한다. 사회 현상을 탐색하는 사회과학자들은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질적 연구를 수행할 때 '판단 중지'라는 개념을 적용한다. 연구 대상인 현상 혹은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자 개인의 편견이 작용하지 않도록 판단하는 것을 잠시 중지한다는 의미이다. 개인의 주관적 인식에 따라 판단하기를 잠시 멈추고, 그 현상과 개인에 집중하고 온전히 빠져들고자 한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다. '사람이 온다는 건 …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마주한 찰나의 순간에 이루어진 판단이 아니라, 그의 깊은 내면을 포용하고자 하는 '환대'의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의미이다.

MBTI는 무척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그러나 E와 I, T와 F 등 각 요소는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펙트럼에 위치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따라 스스로도 어쩔 땐 E처럼, 어쩔 땐 I처럼 행동한다. 그러한 모습 또한 그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다시 말콤 글래드웰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쉽게 누군가를 평가하지만, 그 판단은 무척이나 서툴다. 서툰 우리를 인정할 때 우리는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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