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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형 늘봄학교 모델 탐구' 8.'늘 봄처럼 따뜻한' 충북늘봄 방향은

  • 웹출고시간2023.11.13 16:02:07
  • 최종수정2023.11.13 17:01:52

편집자주

충북도교육청은 도내 42개 늘봄시범운영 초등학교에서 학교별·지역별 최적화된 늘봄학교 모델을 탐구 중이다. 운영 초기단계로 학교의 여건을 고려한 학교 내 돌봄과 함께 '지역연계·협력형' 늘봄학교를 만들어가고 이다. 이미 구축된 지역사회 인프라를 활용한 지역이 함께하는 돌봄생태계 조성이라는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충북의 늘봄학교 유형은 타 지역 사례와 다르게 아직 저녁돌봄은 실시하지 않고 있다. 아침돌봄 수요도 많지 않아 현재 일부 학교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학년초에 확정된 학사일정에 맞춰 자녀의 1년 단위 가정교육계획을 세워 학기 중에 변경하는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북은 2학기부터 늘봄시범운영에 들어가 1학기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 타 시·도의 교육청과는 상황이 다르다. 충북교육청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오후돌봄과 방과후학교 운영에 내실을 기하고 있다.

방과후 프로그램은 인공지능, 코딩, 드론 등 미래사회 대비 수요가 높은 신산업 분야를 개설해 디지털 교육기회를 확대했다. 예술·체육강좌도 시범운영학교의 필수사항으로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고학년을 위한 맞춤형·단계형 교과 강좌도 확대 개설했다.

기획취재 마지막 회차에서는 청주시교육지원청의 늘봄시범운영학교인 사직초등학교의 돌봄현장을 살펴보고 내년에 늘봄학교 확대시행을 앞두고 있는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충북일보] 청주시교육지원청은 관내 18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시범운영한다.

사직초등학교는 도심재개발지역에 위치해 학생수가 점차 줄면서 현재 재학생은 273명이다.

늘봄시범운영학교인 사직초는 아침·오후돌봄을 운영한다. 시범운영 18교 중 아침돌봄을 하는 학교는 사직초, 봉명초, 봉정초 3곳 뿐이다.

저녁돌봄은 매월 수요조사를 하고 있는데 원하는 학생이 없어 운영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지침대로 오후 7~8시까지 운영하려고 해도 이를 원하는 학부모가 없는 상황이다.

사직초가 시범운영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아침돌봄을 하기 위해서다. 아침에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안전한 공간과 돌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흥식 사직초 교사는 "아침에 일찍 출근하면 학교 주차장을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며 "학교 구조상 주차장과 아이들의 활동공간이 붙어 있어 위험한 상황으로 이른 아침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한 안전한 공간과 돌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침돌봄을 하면서부터는 담임 선생님이 오기전까지 건물안팎을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없고, 자원봉사자 두 분이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침돌봄은 1~2학년을 대상으로 오전 7시40분부터 8시40분까지 도서관에서 운영한다. 자원봉사자 2명이 운영에 참여한다.

한 명은 돌봄시간 내내 도서관에 상주하면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한 명은 학교를 계속 순찰하면서 아이들을 돌봄교실로 안내한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9일 오전 8시 도서관에 마련된 아침돌봄교실에는 책 읽고, 게임하고, 종이접기 등 아이들이 각자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한다.

1학년 석지원 학생은 친구들과 뜬뜬마라탕게임을 한다. 아빠가 일찍 출근해서 지원이도 학교에 일찍 왔다고 한다.

2학년 김다흰 학생은 구구단 문제풀이를 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자원봉사가 지원이를 도와준다.

3학년 김건율 학생은 종이방패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방패 앞면을 도서대출증으로 장식하고 손잡이를 만드는데 힘들어 보인다. 건율이는 "손잡이가 필요한데 지금 만들기가 힘들어요"라고 한다.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4학년 누나(조에스더)가 도움에 나선다. 헐거운 부분을 어느정도 손목에 맞춰 종이를 가위로 자르고 찢어지지 않게 테이프로 고정시켜서 방패를 완성했다.
이 학교의 아침돌봄교실은 학생의 자율활동, 휴식 등으로 운영한다. 틀에짜여진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름도 '포근한 아침돌봄교실'이다.

이날 만난 자원봉사자 박수남씨는 청주시교육지원청으로터 위촉장을 받고 9월 1일부터 사직초 아침돌봄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박 씨는 "우리 아이들(자녀)이 모두 사직초를 졸업해 이 곳에 대한 애정이 많다"며 "학생들이 학교와서 처음 만나는 사람으로, 편안하고 따뜻하게 맞아주고 안전하게 보낼 수 있도록 보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는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은 각자의 반에서 혼자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침 돌봄교실이 생기면서)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자유롭게 놀이 활동을 하면서 안정적으로 아침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오후돌봄은 3실을 운영하며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수용한다. 4학년까지 오후돌봄을 확대했지만 신청 학생이 없다. 돌봄교실 이용 학생은 1학년 11명, 2학년 12명, 3학년 12명이다. 돌봄 1실당 최대 수용인원이 20명임을 감안하면 여유가 있는 형편이고, 예산·인력 등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되레 2실로 줄여도 되는 상황이지만 돌봄전담사의 재배치가 안 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기존대로 운영하고 있다.

사직초는 내년에 노후화된 돌봄교실을 아동친화적 공간으로 바꿀 계획이다. 6년간 행복씨앗학교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혁신을 구축했지만, 돌봄교실 3곳만 제외돼 마지막 남은 과제를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자체협의회를 꾸려 사용자 중심 설계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박흥식 교사는 "단순히 돌봄만의 공간이 아닌 학교의 문화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 그에 걸맞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아이들에게 제일 편안한 공간, 부모님들이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선도학교인 사직초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학생들의 핵심역량 함양에 목표를 두고 다채로운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디지털 활용·리터러시 능력을 키우기 위해 3~4학년 대상의 코딩(드론 및 마이크로비트) 기초반과 5~6학년 대상으로 코딩(드론 및 IOT) 고급반을 소프트웨어 코딩 전용 교실인 '무한상상실'에서 진행한다.

예술·체육 방과후 강좌도 강화했다.

이 학교 교사의 재능기부로 도내 초등학교 중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펜싱동아리는 방과후 강좌로 정식 개설됐다. 3~5학년 학생 11명이 참여한다.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고 학부모들의 수요가 많은 오케스트라도 활성화시키고 있다.

김은현 청주시교육지원청 장학사는 "늘봄학교 운영은 다양성이다. 예술·체육분야와 디지털 교육을 필수과제로 확장해 아이들이 건강하고 심리적인 감수성을 키우고, 미래 인재 육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늘봄학교는 올 3월 5개 교육청 214개 학교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했으며, 2학기에는 3개 교육청이 추가 선정돼 총 8개 교육청 400여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늘봄학교가 내년에는 17개 시·도교육청으로 확대될 예정으로 학교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좋은 취지임에는 공감하지만 '탑다운(Top-Down ) 방식'의 교육정책이 갖는 '밀어부치기식'으로는 거부반응만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각 지역에 적합한 특화된 늘봄 유형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 적극 귀 기울이고, 운영주체인 각 시도교육청, 학교에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늘봄학교 운영의 장·단점은 지역마다, 학교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사직초의 경우 도내 다른지역에서 추진하는 지역아동센터 등과 지역연계형 돌봄을 하려고 해도 재개발 특성상 지역아동센터가 모두 이전해 학교 인근에는 없는 상태다. 충북은 시범운영 후발 주자로 이미 학년초에 짜여진 학사일정도 고려하면서 늘봄을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돌봄 전용공간, 인력, 예산 등도 학교·지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양상은 다르지만 선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나마 올해는 시범운영 예산이 넉넉한 상황이지만 내년에 학교지원 예산이 줄거나 끊기면 학부모들의 민원부터 현장의 혼란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늘봄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학교에만 책임지울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한 온마을 돌봄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자치단체장의 의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분리돼 있는 중앙부처 돌봄관리·운영시스템부터 점검해 중복되는 예산을 줄이고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충북형 늘봄학교가 '늘 봄처럼 따뜻한' 곳으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온마을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끝>

글·사진 / 김금란·김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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