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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9.03 15:44:05
  • 최종수정2023.09.03 15:44:05

김미경

충청북도 정보통신과 주무관

얼마 전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체중이 많이 늘었다며 여름방학 동안 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체중이 얼마나 되냐고 물었더니 oo킬로그램이라는 아이의 대답에 나는 무심코 "응…여자애 체중이 그렇게 많이 나가면 어떡하니~, 우리 딸 운동을 하긴 해야겠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황당해 하는 아이 표정을 보았다. '아차, 이런 성인지감수성이 한참 떨어지는 말을 딸에게 하다니'

나는 곧 아이에게 사과를 했다. "딸아! 엄마가 말을 잘못한 것 같아. 체중은 남자든 여자든 관계없이 건강을 위해 조절해야 하는건데, 그렇게 말해서 엄마가 미안해"라고.

이와 같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성차별적 언행으로 종종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있다.

"여자가 겁도 없이", "남자가 소심하게", "여자가 꼼꼼하지 못하게","남자가 약해빠져서" 등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성인지감수성이 떨어지는 말들이다.

성인지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대체로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과 유·불리함 또는 불균형을 인지하는 민감성을 말한다.

우리 공직사회도 MZ세대 공무원이 많아지고,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아지는 등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더 높은 수준의 성인지감수성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단지 친밀감의 표시로 또는 전부터 그래왔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성차별적 언행은 세대 및 성별 간의 소통이 차단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구성원 간의 소통의 차단은 활력있고, 신뢰감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기 어렵게 한다.

이에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해 남녀 공직자는 물론 나이가 많거나 적은 것에 상관없이 전체 공직자들이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일상에서 나와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요즘 시대에 필요한 소통의 기본이며 바람직한 공직문화를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내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또한 생활 속 차별적인 언어들에 대해 의문을 갖고 평등한 언어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 도에서는 공직자 성인지 교육을 필수로 이수하게 하고,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브라운백미팅 등 부서별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인지감수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성별에 따른 어려움을 서로 이해하고 해결해 나갈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소통하는 조직문화가 형성돼 양성 평등에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은 작은 노력이 계속되다 보면 결국 모든 구성원에게 일하기 좋은, 신뢰하는 직장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이는 곧 행정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져 도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며칠 전 방학 동안 복싱 체육관을 다니기 시작한 딸아이가 가족들 앞에서 복싱 시범을 보였다. 제법 그럴싸한 '원투 쨉' 시범을 보면서 내가 갖고있는 고정관념을 다시 한번 버리는 계기가 됐다.

우리 딸이 살아가야할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떠한 이유로든 생물학적 차이로 사회적 차별을 받지 않으면서 그것이 성차별적 언행으로 연결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한 사람의 기성세대로서 또한 공직자로서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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