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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5.02 18:06:01
  • 최종수정2023.05.02 18:06:01

강희권

충주시립노인요양원 원장

조금만 더, 한 걸음만 더. 우리 모두 숨을 죽이고 손에 땀을 쥐었다.

그리고 마침내 '와아' 하는 함성과 탄성을 쏟아냈다.

함성의 주인공은 휠체어에만 의지해 사시던 어른이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던 어르신이 요양보호사 선생님의 간곡하고도 집요한 설득과 보살핌에 감동돼 발분하신 지 한 달여 만에 보행기를 이용해 50미터가 넘는 복도를 왕복하고 골인한 순간이었다.

어르신께서는 자신감 가득 찬 웃음을 지은 채 요양보호사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여기저기서 '어르신 최고'라는 격려의 외침과 감동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어떤 선생님은 어르신을 얼싸안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어떻게 이런 순간이 가능했을까.

첨단의 시설과 장비, 전문화된 프로그램, 전체의 시너지를 더하는 시스템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 효를 실천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이다.

우리 모두에게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다.

건강한 부모님을 고마워하며 효도를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며,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회한에 젖는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노구를 감당하기 힘든 부모님을 바라보며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을 새삼 느끼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은 모름지기 효심이 깊다.

부모를 공경하고 편안하게 모셔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DNA에서부터 뿌리를 내린 삶의 방식이고 문화이자 윤리였다.

부모를 모신다는 것은 의무인 동시에 자식의 자긍심이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은 이제 효의 방식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존경하는 마음에 효의 정신은 여전하지만, 더 이상 가족 중 누군가가 부모를 전적으로 부양하기에는 사회적인 구조가 너무나도 달라진 것이다.

2022년 기준 노인독거비율은 20.8%에 육박한다는 통계수치는 효심의 부재가 아니라 부양환경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고 해석돼야 한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부양의 제도화'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

특히 심리적 고립감이 깊어지는 노인들의 경우 더욱 더불어 살지 않으면 안 된다.

더불어 사는 것이 건강과 잔존능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하면서 가족부양시대에서 사회부양시대로 진입했다.

부모 돌봄의 의무가 가족에서 국가로 이양되면서, 돌봄은 더 이상 국가의 시혜가 아닌 의무이자 노인들의 권리가 됐다.

2022년 12월 20일 개원한 충주시립노인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도 사회적 부양의 사명을 가지고 탄생한 곳이다.

비록 방식은 달라졌을지라도 우리의 마음 속에 변함없는 모습으로 선명히 새겨져 있는 효의 정신을 실천하며 자식 세대의 도리를 다하겠다는 충주시의 결단이 만들어낸 결정체다.

일천한 역사이나마 30여 명의 종사자들은 서두에 소개한 기적의 순간들을 일구어가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충주시 노인복지의 작은 디딤돌이 되겠다는 열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민 여러분의 끊임없는 관심과 지도, 격려가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자 응원이 될 것이다.

어버이날에 즈음하여 사회적 효에 아낌없는 투자를 보여주는 충주시에 감사하고, 더욱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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