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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02.14 16:39:02
  • 최종수정2023.02.14 16:39:02

이정민

청주시청 도시계획상임기획단·공학박사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 캠핑과 차박 등의 야외활동이 증가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원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과연 '우리 모두는 원하는 공원을 가졌는가?', '우리 모두는 공원을 충분하게 누리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 도시 보다 더 큰 공원, 싱가포르 '공원 속의 도시'

1967년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는 도시 비전으로 '공원 도시(Garden City)'를 선포했다. 도시에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개념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이었다. 실천 전략으로 '나무 심기의 날'을 지정하고, 공공 및 민간 건축물의 녹지 공간 확보를 의무화했다. 쓰레기 발생량에 따른 세금 인상법을 제정하고, 시민 환경 교육을 강화했다. 그 밖에 도로 청소·배수 시설 및 하천 정비 사업, 녹지 공간 확충 사업을 시행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곧 비전이 수정됐다. '공원 속의 도시(A City in a Garden)'이다. 도시에서 섬처럼 작게 따로 떨어져서 배치되는 공원의 도식이 '도시>공원'이라면, 싱가포르는 이제 공원을 도시보다 더 큰 개념으로 바라보고 공원 안에 도시를 배치하는 '도시<공원'으로 도시와 공원의 관계를 뒤집은 것이다. 공원 속의 도시 전략은 이렇다. 첫째, 세계적 수준의 공원을 조성한다. 둘째, 도시공원의 활기를 되찾고 가로경관을 생생하게 가꾼다. 셋째, 도시를 녹지와 여가의 최적화된 공간으로 조성한다. 넷째, 도시 내의 생물다양성을 풍부하게 한다. 다섯째, 조경과 원예 산업을 강화한다. 여섯째, 더 푸른 싱가포르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원한다.

싱가포르는 도심 녹화를 위해 2008년 친환경 건축 의무화를 시행하고, 건축물 녹화에 필요한 비용을 50%까지 지원했다. 그 결과 도시 곳곳에 계단식 정원, 옥상정원, 외벽녹화 등이 설치되면서 도시 전체가 공원화되었다.

주얼창이공항은 건축과 자연이 결합된 아름다운 녹색 건축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인공폭포, 계단식 숲, 10만 그루 관목이 조성되어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세계 최대의 공원 프로젝트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된 28㏊ 규모의 유리 온실 '플라워 돔'과 50m 높이로 15만 개의 식물이 식재된 인공 나무인 '슈퍼 트리'가 도시를 풍요롭게 한다.

개발 사업이 진행될수록 오히려 녹지율이 높아지면서 현재 싱가포르의 녹지율은 48%로, 전 세계 2위로 올라섰다.(전 세계 1위는 노르웨이의 오슬로로, 녹지율이 68%에 이른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원'이라는 싱가포르의 비전은 이제 현실이 되었고, 21세기 도시의 유토피아를 생생히 보여준다.

# 도시와 공원의 새로운 관계 맺기

2020년 싱가포르는 '공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에서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로 전환한다는 더 원대한 비전을 재선포했다. 도시 내 모든 녹지 공간을 연결하고 확장하려는 시도다. 녹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중심업무지구에는 옥상정원과 외부 파사드를 조성하고, 실내공간에는 자연적 요소를 들이며, 가로수 등을 통해 도시 전역의 녹지비율을 높이고 있다. 현재 350㏊에 이르는 자연공원 네트워크를 2030년까지 200㏊를 추가로 확장하고, 자연공원을 산책로, 자전거 동선, 캐노피 상단의 스카이브릿지 등으로 연결하여 사람들이 걸으면서 자연과 만나는 '파크 커넥터(Park Connectors)'도 현재 340㎞에서 50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도시는 자연을 훼손해서 만들어가는 것으로, 도시와 자연은 서로 상반되어 공존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실제 우리가 도시를 만드는 방식이 그러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도시=자연'의 도식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모범답안을 전 지구에 제시한다. 자연 속의 도시 싱가포르는 여전히 푸르게 성장하고 있다.

처음의 두 질문을 바꿔보자. '우리 모두는 공원을 충분하게 누려야 하는가?', '우리 모두는 원하는 공원을 가질 수 있는가?'에 쉽게 대답할 수 있다면, 그 다음 질문과 해결책은 이미 싱가포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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