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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2.11.06 15:05:29
  • 최종수정2022.11.06 17:19:12

이기태

단양군 지역인구정책팀장

만추의 계절, 1년에 1천만 관광객이 찾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내륙관광의 1번지 단양의 소백산과 월악산은 오색단풍이 흐드러지며 단양호의 아름다운 물결과 어우러져 가을의 절정을 노래하고 있다.

한편으론 노랗고 빨갛게 말라버린 낙엽들이 한산한 도로에 나부끼며 아우성치는 소리가 시끄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 또한 찬란한 빛을 받고 충만한 물기를 머금은 넉넉했던 여름철 어느 때에는 저마다 싱그러움과 생기를 자랑하며 늠름하고 조용히 그 자태를 뽐냈을 것이다.

내 고장 우리 단양군의 찬란한 여름은 언제였을까? 아마 시멘트 사업이 호황을 이루던 1960년에서 1970년대가 아닐까 싶다. 필자는 태어나기도 전이다.

그 시절 단양군은 시멘트 산업이라는 충분한 양분을 받으며 인구가 9만 3천명에 달했다. 그랬던 단양군의 인구는 올해 9월 말 기준 2만7천 명으로 1/3 토막이 났다.

결정타는 1980년대 초반 충주댐 건설이다. 댐 건설로 인해 읍소재지 대부분이 수몰되며 1989년까지 10년간 2만5천 명이 지역을 떠나갔다.

이때 필자의 고향도 수몰돼 같이 모여 살던 큰집 가족은 할머니와 함께 서울로 떠났고 우리 가족은 지금의 단양읍인 신단양으로 이주했다.

결국 2019년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여겼던 인구 3만 명도 무너지고 말았다.

미래는 어떨까? 충북도가 2020년 발표한 '충청북도 장래인구 추계'에 따르면 15년 후인 2037년 단양군의 인구는 3만 명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우려스럽다. 현재도 단양군의 인구 피라미드는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진행되며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지만 2037년 단양군의 인구 피라미드는 유소년인구와 65세 이하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인구의 증가로 인구 피라미드는 차라리 인구 남산타워 또는 인구 우산 될 것으로 예측됐다.

과거 정권부터 이어진 국가 불균형발전 정책 탓에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성장했는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교육의 기회와 재산의 크기 달라지고 심지어 혼인의 기회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많은 지방의 인구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회를 접할 수 있는 수도권으로 떠나게 된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사회 구조는 공정한가· 역사적으로 충주댐 건설로 인해 삶의 터전을 상실하고, 2개의 국립공원 지정으로 지금까지도 재산권 행사에 제한받고 있는 단양군민의 입장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짜인 경제·사회 구조는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못하며 지난날 국가정책의 소외자 또는 희생자로서 제대로 된 정책적 배려와 보상을 받지 못한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는 한 지역 균형발전 실현이라는 목표는 요원하기만 할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과 지역 균형발전에 해결을 위해 지난 20년간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많은 정책을 추진했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역행하는 결과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국가정책 속에 희생만 강요당한 지역에 정당한 정책적 배려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충주댐과 국립공원 지정으로 제한된 규제를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주도의 지역발전을 위한 충분한 권한과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고, 지역에서 추진하는 균형발전 사업에 대해 합리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는 지방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지방은 더 이상 희생자가 될 수 없고 국가도 더 이상 가해자나 심판자로만 있어선 안 된다.

그리고 그들이 썩어 흙 속으로 영영 사라져 버리기 전에 떨어진 낙엽들은 또 한 번의 찬란한 여름을 위해 더욱더 아우성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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