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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옥

구연동화 강사·전 수필가

설 명절이 다가오면 어린이집에서는 예절 교육을 의뢰해 온다. 설날의 의미와 유래, 풍습 등에 기본을 두고 식사예절, 인사예절, 특히 절하는 법을 가르친다. 꼬까 한복을 차려입고 고사리손을 모아 공수하고 서 있는 모습이 얼마나 앙증맞고 사랑스러운지 꼭 깨물어 주고 싶다. 가르쳐준 대로 살포시 절을 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엉덩이를 쳐들고 머리만 땅에 대는 녀석, 아예 배를 깔고 길게 엎드리는 녀석 등 진풍경이 벌어진다. 연습이 끝나면 교사들은 둘씩 짝지어 내게 세배를 시키며 장면 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바쁘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튀어나온다. 어떤 녀석은 "동화 선생님 사랑해요."라고도 한다. 원에서 준비한 천원 세뱃돈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녀석들이 꼬마요정으로 보인다.

어느 어린이집에서 예절교육을 마치고 나오는데 원장님이 봉투 하나를 내민다. 손사래를 치는 내게 "애교로 보아주세요. 천 원짜리 신권 조금 넣었어요. 세뱃돈으로 쓰세요. 재미있을 거예요" 하며 가방에 밀어 넣는다.

천 원짜리 세뱃돈이라! 돌아오는 내내 생각이 많았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세뱃돈의 크기도 많이 커졌다. 요즈음엔 아이들도 천원 오천 원을 세뱃돈으로 주면 단박에 실망한다.

받을 때는 더 많이 받고 싶은 세뱃돈. 하지만 세뱃돈을 주는 입장에선 적잖이 부담도 되고 '과연 얼마나 주는 게 적당할까.'라는 교육적 차원에서 고민에 빠지게도 된다. 세뱃돈의 적정 금액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가 성인남녀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 미취학 아동 및 초등학생에게 적당한 세뱃돈 금액은 '1만 원'이 1위, 중·고등학생은 '5만 원' 대학생도 '5만 원'이 가장 많았단다. 이른바 1-5-5의 비율이다. 1-3-5나 3-5-10의 비율이 다음이란다.

이맘때쯤이면 SNS상에서 새해 인사에 '마법의 단어'까지 더해지면 세뱃돈을 더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내용인즉 세배를 드린 뒤 웃어른이 건넨 질문에 '마법의 단어'로 대답하는 거란다. 예를 들어, "올해 몇 살이냐·"는 질문에는 나이 대신 "고등학생이 된다."고 답하란다. 고등학생 하면 자연스레 수능을 떠올리게 되고, 힘든 시기구나, 안쓰럽다. 생각되어 무의식적으로 세뱃돈을 더 꺼내게 된다는 것이다. 고등학생 이외에도 재수생, 취업준비생, 등이 대표적인 마법의 단어로 꼽혔다고 한다.

깜찍한 묘수를 써서라도 많이 받고 싶은 게 세뱃돈이다. 그렇다고 주는 이의 사랑의 척도나 인격까지도 액수에 정비례해서야 되겠는가. 사랑받고 보호받는 느낌으로 거듭나는 세뱃돈이기를 바란다.

설날 아침, 언제나 그랬듯이 남편이 세뱃돈을 주었다. 내 역할은 옆에서 덕담을 한마디 보태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나도 호기 있게 봉투를 열고 세뱃돈을 꺼냈다. 빳빳한 천 원짜리 지폐 3장을 부채처럼 펴서 큰아들부터 주었다. 분위기가 빵 터졌다. 두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마지막으로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막냇손자 차례다. 그런데 3장 하고도 몇 장이 남았다. 그걸 쫙 펴서 막내에게 다 주었더니 입이 딱 벌어지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대학생인 손자 손녀도 눈이 커지고, 아들 며느리들도 정말 부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다시 한 번 폭소가 터졌다. 이 유쾌하고 신선한 느낌, 이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우리는 너나없이 행복을 원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커야 하고 성공을 해야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착각하기 쉽다. 큰 것에 집착해서 작은 행복을 놓치기에 십상인 게 우리네 일상이다.

오늘 도토리 원장님은 내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의 길라잡이가 되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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