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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옥

구연동화 강사·전 수필가

 어느 강좌에서 '누구를 만났을 때 기쁨의 탄성이 터져 나온 적이 있는가? 토스트 한쪽,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도 행복에 잠겨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눈을 감고 지난날을 곰곰이 되짚어 봐도 감동적인 장면이 별로 떠오르지 않았다. 그건 내 삶이 무미건조했다는 말이 되겠다. 이것도 준비해야 하고 저것도 챙겨야 한다며 바쁘게 동동거리느라 소중한 순간을 지나쳐버린 셈이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이 시각이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는 일이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명언들을 인용하며 전개되는 강의는 내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 후로 난, 지금이라는 찰나를 들여다보며 살게 됐다.

 그동안,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나다. 자식들에게도 절제를 가르쳐야 한다고 지나치게 엄격했다. 저축이란 미명 아래 검소의 옷을 입었고 바쁘다는 이유로 성의 없는 밥상을 차려내기도 했다. 한 끼의 식사가 내 몸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고 건강을 지켜주는 원천이라는 걸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잠을 반납해 가며 무리하기도 했다. 덕분에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지혜롭지 못해 건강, 재물,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무지개를 좇다가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쳐서야 하겠는가.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지금에 비추고 한동안 집중하다 보면 과거도 미래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현재라는 찰나가 있을 뿐이다. 누구도 살아보지 않은 지금 이 순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이 순간이 모여서 삶이 되고 인격이 되고 미래가 된다는 사실을 좀 더 일찍 터득했어야 했다. 아침 햇살 같은 내 손자에게나 저녁노을 같은 나에게나 지금이라는 순간은 동일한 양이 아니던가. 괜스레 미래라는 불확실한 것에 지나치게 힘을 빼앗겼다는 생각이다.

 '행복학'의 탈 벤 샤하르교수는 1등만을 추구해온 하버드 학생들에게 내일의 성취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기를 권한다. 지금 졸음이 몰려오면 자라. 잠도 투자이다. 잠은 생산성에서 벗어나는 과정 같지만, 실상은 더 생산적이고 더 혁신적인 사람, 그리고 더 행복한 사람이 되는 지름길이라고 가르친다고 한다.

 가끔 지난날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무지갯빛 추억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시간여행을 떠나 보지만, 흐린 날이 더 많다. 그때는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후회가 되기도 하고 어느 부분에서는 원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나를 아프게 한 일들일랑 다 지워버려야 하리라. 말끔히 지워지면 그 매듭도 사라질 테니까. 과거는 이미 무지개 저편으로 지나가 버렸다. 내 손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 갔다. 아쉬움, 후회, 미움, 원망 그리고 그리움까지 모두 보내려고 마음먹으니 내 안에 자유로운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다.

 마음이 헐렁해지니 지금, 여기에 집중이 된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존재가 이렇게 새록새록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길가에 핀 들꽃에도 안부를 묻고, 현관 앞에서 만난 옆집 꼬마와도 정다운 인사를 나눈다. '구구구' 비둘기에게도 내 손에 든 것을 나눈다. 지금은 내가 만들 수 있다. 기쁨, 평안, 감사. 사랑 모두 현재의 감정이다. 삶이 순간의 연속일진데 지금, 이 순간을 기뻐한다는 건 항상 기뻐하는 것이 되겠다. 나를 즐겁게 하는 만남을 하고 행복한 밥상을 차리리라. 내가 해야 하는 일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마음을 살찌우는 책을 읽다 보면 담백한 글 한 편 나옴직도 하다.

 행복한 삶은 고통이나 슬픔이 없는 삶이 아니라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지금에 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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