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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8.10.01 18:42:40
  • 최종수정2018.10.01 18:42:40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북한이 영변 핵폐기를 들고 나왔다. 북한은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고 있다. 남북정상이 평양에서 만나서 나온 내용이다. 어떻게 보면 종전선언과 영변 핵 폐기의 빅딜을 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변 핵 시설은 북한 핵의 역사이다. 8천 개의 핵 연료봉으로 이루어진 5MW 원자로에서 최소 33㎏~53㎏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영변 핵시설이 폐쇄된다면 상징적 의미가 있다.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의지를 천명하는 구체적 방식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런 핵시설을 북한이 폐기한다고 선언했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만약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다면 당연 주요의제에 올려 질 수밖에 없다.

 이미 2008년 6월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밝히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한 적이 있다. 당시 국제사회는 북한 핵 불능화의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아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북한이 다음 해에 다시 핵실험을 재개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평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비핵화 논의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논의의 관건은 2차 북미정상회담이다. 과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까? 북미간 물 밑 대화가 이어지면서 기대감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이번 73차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대통령이 북미관계가 평화의 시대로 갈수 있음을 언급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한 회의적 반응보다는 긍정적 반응이 더 많은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미군 유해 송환 조치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 불을 지피고 있다.

 남한도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종횡무진이다.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통해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남한 정부의 의지는 읽을 수 있다.

 사실, 평양공동선언문에서 비핵화합의와 관련해서 과거와는 다른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전문가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 조치 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추가적 조치용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 위해 남북 긴밀 협력 등 이 그것이다. 적어도 전문가의 참관 하에서 핵 폐기와 관련된 시설과 실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문서화 했다. 북한으로서는 핵 폐기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미국도 일단은 북한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나서고 다른 한편에서는 실무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종래 북한으로부터 핵·미사일 리스트, 북한은 종전선언을 요구해왔다. 이번에 북한이 핵·미사일 리스트 대신에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일단 협상 테이블에 놓여지는 형국이다.

 당장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영호 북한 외무상의 4차 회동이 이루어진다면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이미 지난달 26일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는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만나 미·북 정상회담과 북한의 비핵화 후속 조치를 논의했었다.

 곧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예정돼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대화상대자로 원하는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과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문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구체적인 실무단계에 들어가면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이 산재해있다. 비핵화에 대한 정치적 선언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구체적인 폐기 과정은 10년, 20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럼에도 비핵화 과정에서 영변 핵 폐기라는 첫 걸음이 중요하다. 우리 정부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 종전선언이 올 해 안에 이뤄질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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