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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새로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다. 하루를 잘 보내고 마감하는 시간쯤의 해는 더욱더 붉어진다. 하루 중 가장 크고 붉은 해는 아침 일찍 떠오르는 시간이 아니라 해질녘이다. 어느 날엔 저무는 해를 쫓아 무작정 운전대를 잡고 해가 가는 방향으로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붉던 해는 어느 사이로 숨었는지 형체 없이 사라졌을 때 얼마나 허망한지 모른다. 스멀스멀 어둠이 하늘을 덮는 시간엔 모두를 잃어버린 듯 두렵기만 하다. 해가 지면 어둠이 찾아오고 기다리면 밝은 아침이 오듯 삶 또한 명암의 연속이다.

남편의 삶은 지금이 해질녘쯤인 것 같다. 퇴임식을 코앞에 두고 사회적응기에 있다. 또한 남편의 일생을 마라톤으로 비유 한다면 지금쯤 쉬지 않고 달려와 결승점에 도착한 거라고 말하고 싶다. 남편의 목표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위해 가볍게 때로는 숨이 턱이 차오르도록 마라톤으로 뛰었을 것이다. 오르막도 있었을 것이고 경사가 심한 내리막을 달리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달려오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 기다리는 결승점을 향해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고 뛰었다고 한다. 이제 코앞인 결승점에서 기진맥진 하며 결승점에 도착 했을 때 그동안 수고 했노라고 그리고 당신의 노고에 감사하다고 등을 두드리고 다리를 주물러야겠다. 그가 쉬지 않고 뛰는 사이 아이가 태어났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으며 아이들이 자라났고 아이들이 학업을 마치고 취업을 했으며 두 아이 모두 결혼을 했다. 마지막 오르막길에서 남편이 주저 않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줄 알았으나 다시 털고 일어나 뛰어왔기에 결승점까지 올수 있었다. 이제 인생의 끝자락에서 줄 곳 뛰기만 했던 남편은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가보다. 퇴직 후 자신이 할 일을 찾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바라보는 마음도 편치 않다.

남편은 노후를 잘 보내기 위하여 중국어를 배우고 한문 공부를 한다. 색소폰을 열심히 배우는가 하면 인문학강의를 듣기위해 열심이다. 그뿐 아니라 박물관에서 개설한 박물관 강의도 빠지지 않고 듣는다. 매주 목요일은 사진 동우회원들과 함께 출사를 나간다.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뛰고 있는 남편을 보니 서글퍼진다. 본인은 아주 열심히 노후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욕심을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수필집 「두부」에서 "늙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산천이나 초목처럼 저절로 우아하게 늙고 싶지만 내리막길을 저절로 품위 있게 내려올 수 없는 것처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늙는다는 것을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것에 비유하였다. 또한 늙으니 "마음 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한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안하고 싶은 건 안할 수 있어서도 좋다." 라는 구절이 있다.

이제 남편이 헐렁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리막길을 품위 있게 내려오기를 바란다. 그동안 오로지 달리기만 했던 삶의 궤도에서 내려와 산천초목처럼 자연스럽게 늙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도의 시인이자 사상가인 타고르는 "인생이란 책을 들춰보면 대부분의 페이지는 텅 비어있다. 당신의 사색으로 그 공간을 채워 나가야 한다." 라고 말했다. 속도를 줄이고 이제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자연과 벗 삼아 사색하는 삶이 새로운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무줄 바지를 입은 것처럼 헐렁하게 살면서 그동안 쌓아두기만 했던 생각 욕심 그리고 미움 원망을 하나씩 하나씩 버리는 연습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남편과 나의 삶은 이제 늙어서 버리고 갈 것들만 남았다. 함께 살면서 채우지 못한 빈 공간들은 두 사람이 손을 마주 잡고 사색으로 채워나가는 삶은 품위 있고 아름답게 늙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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