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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석

충북중앙도서관 영양사

신문을 뒤적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동안 소식이 없었던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습관적으로 밥 한번 먹자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신문의 한 페이지에 어느 국회의원이 설렁탕에 밥을 말고 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을 보는 순간 친구에게 밥 한번 먹자라는 거짓말을 하고 전화를 끊은 것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나는 늘 전화 말미에 "그래 언제 밥 한번먹자"라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곤 했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막역한 사이가 아니고서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별히 볼일이 있거나 부탁할 일이 있기 전에는 밥 한번 먹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늘 말로만 밥 한 끼 먹자는 말을 했지 진정으로 그와 함께 밥상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지 못 하였다.

요즈음 TV에서는 먹방이 대세다. 먹방이란· 먹는 것을 방송한다는 신종어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지만 이 말뜻을 모르면 시대에 뒤처진 취급을 받는다. 아이들이 천진난만 하게 맛있게 먹는 모습은 TV를 보는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특히 '아빠 어디가?'의 윤후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의 추사랑의 모습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먹방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배우 하정우이다. 영화의 한 장면 이지만 왠지 짠한 마음이 들게 한다.

먹는 모습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도 한다. 때로는 기특하게 때로는 안쓰럽게 때로는 미련하게 보이게도 한다. 먹는 모습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활용한 것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국밥을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대선용 CF를 찍어 서민의 마음을 산적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선거용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듣겠다고 재래시장을 방문하고 마지막엔 꼭 국밥 한 그릇을 먹는 장면을 보여준다. 일회성의 얄팍한 쇼 인줄은 모두 잘 알지만 국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만은 왠지 든든하고 믿음직스럽게 보인다. 그들은 그것을 노렸을 것이고 서민들은 또 속을 것이다.

밥 한 그릇의 힘은 대단 하다. "밥 먹자" 아버지의 위엄 있는 그 한마디에 떼를 쓰며 울던 막내 동생과 형제끼리 뒤엉켜 싸우던 오빠들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제지하던 엄마는 밥상머리에 앉아 모두 공손해 졌다. "밥 먹었니?" 하고 물으시면 아버지의 관심과 따뜻한 마음을 혼자만 받는 것 같아서 행복했다. "밥 먹어야지" 아버지의 걱정스런 말씀엔 열이 펄펄 끓어도 일어나 앉아 밥을 먹었고 "밥 먹지 마라" 그 말씀에 서러워서 쪼그려 앉아서 울던 기억도 있다. 아버지는 밥 이라는 한마디로 마음을 다 표현 하셨다. 관심과 사랑 그리고 걱정과 노여움 까지도 자식들에게 전하셨다. 우리는 아버지가 밥으로 표현하신 마음을 미처 읽지 못했다. 세월이 지나고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지금에서야 밥에 담긴 많은 이야기와 추억과 아버지의 마음까지도 새록새록 느끼고 있다.

밥은 편하지 못한 사람과는 먹기 힘들다. 밥을 먹으면서 상대방의 마음을 떠 보거나 계산하고 밥을 먹는다면 어찌 그 밥이 맛있겠는가?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서로가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야 편안한 자리가 된다. 한 수저 듬뿍 떠서 입이 미어져라 먹는 밥과 땀을 훔치며 달게 먹는 국은 다시 힘을 내어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가족끼리 도란도란 모여서 달가닥 달가닥 밥 먹는 소리는 생각만 해도 아름답고 즐겁다.

나는 다시 수화기를 들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요일에 시간 나니" 했더니 "시간은 되는데 왜 그러냐고" 묻기에 "밥 한번 먹자." 일방적으로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친구와 밥을 가운데 두고 마음을 무장 해제 시키고 입이 미어져라 쌈밥을 먹을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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