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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11.29 15:08:46
  • 최종수정2015.11.29 15:08:45

송보영

석양이 내려앉기 시작한 바다는 온통 붉은 빛이다 하루의 삶을 온전히 살아내고 임종을 맞이한 저무는 해가 마지막 남은 열정을 불태우기라도 하려는 듯 붉은 화염을 쏟아내고 있다. 쏟아져 내리는 석양과 맑고 푸른 물결이 어우러진 바다는 부드러운 바람에 온 몸을 내 맡긴 채 춤을 춘다. 춤추는 바다위로 갈매기들의 날개 짓이 여유롭다. 한가로이 떠있는 유람선들은 노을이 머무는 해질녘 바다와 더불어 한 폭의 수채화가 되어 시야에 어린다. 때깔고운 모래위에 털퍼덕 주저앉아 해조음을 들으며 파타야의 바다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내 마음도 어느 샌가 노을빛 물결로 출렁이기 시작한다.

이곳 태국은 왕도 있고 총리도 있는 입헌 군주제 국가다. 현지인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상징성을 지닌 국왕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여 영향력을 미치는 국왕이라고 한다. 그 말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큰 도로 주변에는 대형 스크린만큼이나 큰 국왕의 사진들이 세워져 있어 낯선 여행객들에게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고서야 어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어서다. 그 의문은 방파인 이라고 하는 국왕의 여름 궁전을 다녀오면서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몇 년 전만 해도 국왕인 라마9세는 왕궁의 탑 위에 올라 색소폰을 불고 왕비가 피아노 반주를 할 때면 왕의 연주를 듣기위해 근처의 주민들은 궁전 뜰로 모여 들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현재의 국왕은 역대 왕들 중 국민의 신임을 가장 많이 받아 대왕이라 불려 진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 반목과 질시로 얼룩진 우리나라의 모습이 떠올라서다. 우리도 이들처럼 통치권자는 백성들을 사랑하고 백성들 또한 그를 진심으로 존경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내 나라에도 신뢰와 존경과 사랑으로 하나가 된다면 참으로 좋으련만.

이번 여행지를 태국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동생들의 이야기가 있었을 때 동남아 여행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내가 기꺼이 동의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꼭 한 번 와 보고 싶었던 아유타야 유적지를 돌아보는 것이 여행일정에 들어 있어서였다.

아유타야는 태국의 고대 왕조 아유타야 왕국의 수도로서 버마에 의해 멸망당하기 전 400여 년 동안 찬란한 불교문화의 꽃을 피웠고 이곳의 젖줄이었던 풍성한 물길로 해 무역항으로서 번영을 누렸던 곳이다. 버마가 이곳을 침략한 것도 사원의 탑들 속에 숨겨진 황금을 탈취해 가기 위한 것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부유했던가를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지금은 부서진 왕궁 터와 세월의 때가 끼여 이끼에 뒤덮여 있는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탑들만 남아서 찾아오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지만 남아 있는 흔적들을 통해 수세기동안 번영을 누렸던 옛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전쟁을 겪으면서 파손 된 것들을 25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목이 잘려나가 몸통만 남아 궁전 터를 지키고 있는 불상. 저만치 나 뒹굴고 있는 불상의 팔과 다리. 부서진 왕궁의 벽돌 조각들. 전쟁에 의해 파손 된 유적들이 아픈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채 보존 되어 있는 이유는 후세를 살아가는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안내자의 말에 의하면 이전의 태국은 외교부족으로 외세의 침략이 잦았지만 지금의 라마왕조가 통치한 이후로는 뛰어난 외교 능력을 발휘해 외세의 침략이 없었다고 한다.

열과 성을 다해 설명을 하고 있는 안내자의 모습은 흡사 태국의 홍보 대사쯤 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나라에서는 특별이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국가에서 인정한 곳은 국가에서 임명한 현지인 가이드만이 안내를 할 수 있고 이는 자국의 역사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란다. 이곳 아유타야 유적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서로가 너무나 많이 닮아 있어 때로는 쇼윈도의 불빛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그인 줄 착각하기도 하는 우리 피붙이들이 일탈을 꿈꾸며 떠나와 보낸 여러 날들. 아름다운 절경에 취해 탄성을 지르며 꽃길을 걸어가기도 하고 레드카펫이 고운 호텔 라운지에서 와인 향기에 취해 지난 속내들을 털어 놓으며 위로하고 위로 받기도 했던 시간들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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