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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가슴에 박힌 아주 작은 가시 때문에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누군가가 찔러서 그렇다며 분노와 질타를 쏟아낸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또 다른 이들의 가슴에 상처를 남긴다.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누군가의 눈에 작은 티만을 보는 내 모습이고 우리네 모습이다.

아무리 결이 곱고 단단한 나무라도 가시가 많으면 어떤 재목으로도 사용 할 수 없다. 가시가 가지고 있는 속성상 그가 원치 않더라도 누군가를, 그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찔러대기에 그러하다. 가시 많은 나무를 사용하려면 쓰고자 하는 이의 용도에 맞게 다듬어져야 한다. 이스라엘의 황량한 벌판에서 가시투성이로 살아가는 싯딤나무(아카시나무)도 그를 필요로 하는 이가 있어 다듬어졌을 때 성막의 귀한 재료로 쓰임을 받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막의 가시나무처럼 태어날 때부터 제 나름대로 가시를 지니고 태어난 것은 아닌지 모른다. 이런 우리의 성품이 쓰임을 받으려면 쓰고자하는 이와 쓰여 질 곳을 위해 끈임 없는 자기 절제와 낮아지기 위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이런저런 소리도 아우를 수 있는 모습으로 새롭게 빚어진다.

한 해를 마무리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 시점에서 가뭇없이 내려앉는 저녁 어스름을 바라보면서 생각한다. 내게는 어떤 가시들이 돋아나 있을까. 조금은 독선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성품 때문에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가슴에 상처를 입히는 비난의 말들을 쏟아 낸 적은 없는지. 때로는 나와 다를 뿐인 것을 가지고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소리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본다. 무릇 다스려야야할 것 중에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화를 면하는 첫 걸음임을 알면서도 순간순간 이를 망각하고 지나친 감정의 배설을 하는 바람에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상처를 남긴 적도 많았으리라.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다른 이에게 아픔을 주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찔려 상처를 받기도 한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다디단 향기를 내 뿜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다가가고자하는 이들을 찌르는 가시나무를 닮아 있다.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느냐는 내 몫이다. 곰삭은 상처는 화농만 짜 내면 곧 아물어 새살이 돋아나지만 설익은 상처는 굳은살이 박여 항상 아프게 마련이다. 아물지 않은 상처에서는 쓴 뿌리가 내리고 그 곳을 통해 볼상 사나운 가시들이 돋아난다. 이 가을엔 소슬한 갈바람에 떨어져 내리는 낙엽들이 들려주는 메시지를 유추해보며 내 안에 남아 있는 굳은살을 삭혀내기 위해 눈물겨운 사투를 벌려야 하리라. 상처가 잘 아물고 그 자리에 새살이 돋아나야 다른 이들을 아프게 하지 않을 수 있음이기에 모진 아픔을 견뎌 내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자루의 쓸 만한 연장이 만들어 지려면 풀무 불에 던져 달구어진 쇠붙이를 쇠망치로 두들기고, 다시 꺼내 찬물에 식히고 달구어 두들기기를 수 없이 반복한 뒤라야 비로소 제몫을 다하는 하나의 도구로 빚어진다. 발가락에 밖인 티눈처럼 뽑아 버리려 해도 뽑히지 않고 버티면서 가슴을 후벼 파는 굳은 살 같은 상처를 녹여내고 새살이 돋아나 쓰여 질 곳에서 바르게 쓰임을 받으려면 자기 성찰을 위한 담금질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내 마음 안에 쉴 새 없이 돋아나는 가시에 누군가가 찔려 아프다면 나는 그보다 훨씬 더 아파야 한다. 아프지 않고는 온전한 치유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성과 감정이 하나가 된다고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머리에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외쳐대지만 가슴에서는 그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 심한 자괴감에 시달리곤 하니 말이다. 백발이 성성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전전긍긍 하는 것을 보면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을 참으로 먼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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