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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6.15 17:57:44
  • 최종수정2014.06.15 17:57:35

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누군가 나에게 향기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서슴없이 대답하리라.

아무리 맡아도 싫 치 않은 향기는 밥을 지을 때 알맞게 뜸이 들고 있는 밥솥에서 풍겨나는 구수한 냄새라고.

일생을 밥을 지으면서 살아 왔으니 그 횟수는 얼마나 될까. 지금의 내 나이와 내가 밥을 짓기 시작한 때부터를 환산 해 본다면 실로 엄청나게 많은 숫자 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냄새가 역겹다거나 너무나 많이 맡아서 실증이 난 적은 거의 없다. 혹여 그런 적이 있었다면 아기를 가져 입덧을 할 때 정도라고 할까. 그러니 내게 있어서만큼은 가히 모든 향기 중에 으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밥에서 나는 향기는 어떤 밥을 짓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흰 쌀밥을 지을 때 나는 향기가 달착지근하면서도 구수한 냄새라면 보리밥을 지을 때 나는 향기는 오랜 세월을 두고 함께 해온 벗에게서 풍기는 무덤덤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그런 향기라고나 할까. 그런가 하면 질 좋은 찹쌀에 콩이며 팥 은행 밤 대추 등의 각종 견과류를 넣어 오곡밥을 지을 때엔 오감을 뒤흔들어 깨우고도 남을 만큼 달디 단 향기가 진동을 한다. 여기에 한 가정의 안주인이 가족들의 입맛과 건강상태를 염려하며 짓는 밥솥에서 나는 향기는 사랑이라고 하는 재료 한 가지가 더해져 그 풍미가 참으로 깊고 오묘하다. 척도를 가늠할 수 없는 그 달디 단 향기는 밥에서 풍기는 모든 향기를 아우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밥은 우리의 삶이다.

그 속에 사랑이 있고 눈물이 있으며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의 땀과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문득 오래 전 어느 날 툇마루 끝에 서서 몰래 눈물을 삼키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나 밖에 없는 당신 아들이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보기 전날 저녁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박봉의 살림에 미리 쌀을 준비해 두지 못한 탓에 시험이 임박해서야 쌀을 구하려다 구하지 못한 것이 너무도 가슴 아파 눈물짓던 아버지의 모습이다. 돌이켜 보면 이는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가장들의 고뇌에 젖은 한 단면이었는지도 모른다. 밥 지을 때의 향기가 그리도 정겨운 것은 이처럼 그 밥 속에 우리의 인생이 담겨져 있기에 그렇다. 밥 한 그릇에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고 우리네 일상 속의 수많은 살아가는 이야기가 함께 녹아 흐른다.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밥상머리가 아이들의 교육의 장이 되기도 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삶의 형태가 바뀌어 핵가족화 된 시대를 살아가는 요즈음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것도 어쩌면 함께 모여 밥을 먹기 위해서가 아닌지 모른다.

한 동안 소원했던 지인들이나 보고 싶은 이들과 전화를 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말 또한 밥 한번 먹자라고 할 정도로 밥은 우리네 삶의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런가하면 어떤 이들은 함께 밥을 먹어 줄 이가 없어 밥맛이 없다하고 또 어떤 이들은 아이들에게 먹일 밥 한 그릇이 없어 눈물을 쏟아 내기도 한다. 밥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생명유지의 기본이 되는 것은 물론이지만 때로는 사랑과 소통의 가교이기도, 그리움이기도, 눈물이기도하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오랜 세월을 밥을 지으며 그 향기에 젖어 살아 왔다. 그러면서도 그 향기가 이렇게 구수하고 달콤하고 모든 향기의 으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이삼십 때를 지날 때엔 그 때의 삶의 열정만큼이나 강한 향기에 마음을 빼앗겼고 사오십 때를 살아가면서는 강하지 않으면서도 오랜 여운을 남기는 수수꽃다리(라일락)향 같은 여린 향기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런 모든 향기를 아우를 수 있는 향기는 어쩌면 우리네의 삶이 녹아 흐르는 밥 뜸들일 때 나는 향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내 안에 자리 잡아 가기 시작했다.

순간인 듯 지나간 세월을 돌이켜본다.

수많은 날들을 살아 내면서 때로는 알맞게 뜸이 든 맛있는 밥을 지을 때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적도 많았다. 지나온 내 삶의 뒷면에도 뜸이 제대로 들지 못해 밥알이 곤두 서는 것처럼 삶의 여정이 평탄하지 못할 때도 있었고 밥물을 너무 많이 부어 질척한 밥처럼 인간관계가 서로 얽히는 바람에 애를 태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버텨 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항상 같은 향내를 풍기며 나와 함께 해 준 밥 심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도 나는 밥을 짓는다. 밥솥에서 풍겨나는 구수한 향기를 깊게 들이 마시며 감사한다. 지금 이렇게 살아 있음에. 내 손으로 밥을 지을 수 있고 함께 먹어 줄 가족이 있음에.

향기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모든 것의 완성일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앞으로 남아 있는 나의 삶이 밥 뜸들일 때 나는 가슴 훈훈한 향기처럼 내 인품도 좀 더 성숙해저서 모든 것을 아우를 줄 아는 향기 나는 모습으로 살아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어본다.

여기에 더불어 함께하는 삶을 통해 밥 한 그릇이 없어 목이 메는 이들이 없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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