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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떠나기 싫어 머뭇거리는 여름의 끝자락을 훠이훠이 내몰며 갈바람이 불어온다. 초록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변신을 위해 빛을 잃어가는 나무들이 수런거리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들길을 간다. 바람결을 타고 갖가지 냄새가 스민다. 포도나무가 즐비한 포도 밭가를 지나려니 다디단 향기가 진동을 한다. 들깨나무가 하나 가득한 밭둑에 서니 들깨 내가 한가득 안겨온다. 콩 밭에선 콩이 여물어가며 내 뿜는 무어라 표현 할 수 없는 구수한 향내가 나고, 나락이 익어가는 논가에선 밥이 끓을 때 나는 구수한 냄새가 느껴진다. 이 모두는 농익어 풍부한 향취를 내기 위해 모진 고독과 담금질의 과정을 거친 뒤 빚어 진 아름다운 결과일 게다. 만추의 들녘에서 나는 향내는 나름의 고통과 인내를 온전히 감당한 뒤에 내뿜는 절절함이 녹아 흐른다.

바람결에 묻어나는, 마음으로 느끼는 향기에 취해 저무는 길을 가며 상념에 젖는다.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나름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 본연의 자태를 온전히 간직한 채 무르익은 것들에서 나는 향기는 깊은 맛의 울림을 준다. 그 위력은 대단하다. 농익은 데서 나는 숙성된 냄새는 사람을 모으고 꿀벌을 모은다. 마력을 지니고 있어 그로 인하여 마음이 겸허해지고 상한 심령이 치유가 일어나기도 한다.

상한 것들은 본래의 제 맛을 내지 못한다. 역겨운 냄새 때문에 근접할 수 없게 한다. 이는 본래의 제 속성을 잃어버리고 변질 되어 버렸기에 그렇다. 잘 익은 과수 목에서는 다디단 향을 내지만 비바람을 견뎌내지 못하고 떨어져 부패한 것들에서는 썩은 내가 난다. 상한 것들 곁에는 쇠파리가 날아들고, 무르익어 제 맛을 내는 것들 위로는 꿀벌이 넘나듦은 당연한 결과다. 냄새는 참으로 정직하다.

사람에게서는 사람냄새가 나야하고 사람다워야 한다고 한다. 무엇으로 그 잣대를 가늠할 수 있을까. 너무 깊고 폭이 넓어 함부로 정의할 수 없다. 굳이 언급한다면 늘 마주하는 이웃들과 손을 맞잡고 무탈하게 살아가는 것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보편적인 상식을 삶의 잣대로 알고 이에 순응하며 살고자 한다면 이 또한 사람다움에 한 걸음 다가서는 길인지도 모른다. 가슴 한 자락에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흘려 줄 눈물 한줌 고여 있다면 사람냄새 나고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게다.

사람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들로 하여 상처도 받는다. 때로는 인간답지 못하다고, 악취가 난다며 몸서리 칠 때도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사람으로 하여 상처가 치유되고 사람이 그리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이것이 사람살이다.

나다운 것은 어떤 것일까. 어떤 향기가 날까를 두고 고민한다. 사람살이가 원만하지 못해 늘 한쪽 가슴이 시리다. 자존감이 부족해서인가 거절당할까 두려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주억거린다. 글 동네를 서성인지 강산이 변할 만큼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낯설다. 이런 나를 두고 남편은 말한다. 어쩌다 군중들 사이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던 터라 그들이 나를 기억 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내게 있어 그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 나다운 모습은 결국 이런 것인지 모른다.

시답잖은 내 모습이 드러날까 봐 날을 세우고 안으로 침잠해가는 내가 싫어 전전긍긍하는 내 안을 반추해 보며 생각한다. 적어도 다디단 향기는 발하지 못할지라도 사람냄새가 아닌 독소를 내 뿜지는 말아야 한다고. 꿀벌을 모을 수는 없을지라도 모여 있는 꿀벌을 흩어 버리는 일을 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작심한다.

좀 전 까지만 해도 결실한 열매들이 내 뿜은 향기가 가슴 한가득 스미더니 지금은 가축들이 내 뿜는 분뇨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 길을 벗어나면 노송이 아름다운 한적한 길이다. 그 곳에 가면 솔 향이 그윽하리라. 역시 냄새는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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