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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수필가

그들 어미의 진한 사랑이 난도질당했다. 자식을 기리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준비한 것들이 버려야 할 짐 덩어리가 되어 길바닥에 내 동당이 처졌다. 굽은 허리를 두드리며 빚어낸 것들이 무참하게 버려져 쓰레기가 되고 말았다. 쓰레기 하차장으로 가기 위해 포크레인의 코에 찢긴 봉투 속에서 쏟아져 나온 송편이며 전들이 나 뒹굴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오매불망 자식 걱정으로 애끓는 어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가슴 아픈 일이다.

명절 연휴가 지나고 나면 고속도로 휴게소 근처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금번 추석도 마찬가지란다. 넘쳐나는 쓰레기 중 버리고 간 명절 음식이 한 몫을 단단히 한다고 하니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모의 정성 가득한 먹을거리가 길에다 버리고 가야 할 만큼 하찮은 것들이란 말인가.

추석날 아침이다. 며느리와 동서가 전을 부치느라 분주하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 생각하다 전은 바로 부처서 따끈따끈 할 때 먹는 것이 제일이라 싶어 준비는 미리 해 놓고 아침에 부치기로 한 것이다. 동서가 조카며느리와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며 손발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그런데 전을 다 부친 두 사람이 할 말이 있단다. 량이 많지 않아 싸가지고 갈 것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이란다. 며느리는 '어머니가 싸 주시는 것을 집에 가지고가 한 번 먹을 분량만큼 작은 통에 나누어 얼려 놓고 밑반찬 삼아 먹는다.' 하고 동서는 '얼려 놓고 조금씩 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올 해는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아 서운하다'며 다음에는 미리 와서 많이 부쳐 싸가지고 가야겠단다. 재료를 많이 준비하려면 힘든 일일게 분명한데 이리도 흐뭇한 건 무슨 까닭일까.

명절 무렵이 되면 단골손님처럼 매스컴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명절 증후군에 관한 내용이다. 이런 말이 언제부터 생겨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이야기다. 명절의 의미는 무엇인가. 명절은 흩어졌든 혈육이 한자리에 모여 맛난 것도 먹고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푸는 자리다. 그런데 어쩌다 병명에 해당하는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났는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가족의 개념이 바로 적립되지 못한데서 빚어지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대가족제도에서 소가족제도로 변화하다보니 나를 중심으로 한 이들만 가족으로 생각하고 부모동기간들은 기족의 범위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은 아니지 모른다. 여기에 매스컴까지 합세해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싶다. 참여한 패널들은 이구동성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사연들을 늘어놓는다. 부각되지 않아도 될 일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 하다 보니 부정적인 요소들이 녹아들어 명절이란 부담되고 힘들다는 인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히 염려스럽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피붙이로 이루어진 귀하고 귀한 존재다. 서로 섬기며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반달이 차서 온 달이 되듯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식탁에 둘러앉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함께 할 수 있는 동기간들이 있고 그들을 위해 헌신 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쁨이고 아름다운 권리다. 생각의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돌아오는 명절에는 먹을거리를 좀 더 넉넉히 준비 해야겠다. 다행스럽게도 시집에서 가져가는 음식을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리고 가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기에 그렇다. 실은 금번 추석에 음식 장만을 적게 한 것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듣다보니 생겨난 이런저런 기우에서였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어느 누구도 세월을 거슬러 올라 갈 수는 없다. 오늘의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늙어 갈 것이고 품을 떠난 자식들이 그리워 가슴에이는 날들이 오리라. 그 때가 되어 내가 젊은 날 했던 것 같은 행태를 내 자식들이 한다면 어쩔 것인가 생각 해 볼일이다. 명절 증후군이란 말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아도 병명이 너무 많은데 명절에 가족들을 위한 사랑의 수고로 몸이 좀 힘들었던 것을 가지고 거창한 병명을 붙여서야 되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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