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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6.01 15:14:26
  • 최종수정2014.06.01 15:14:24

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며칠 전 은행에 볼 일이 있어 들렸을 때에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창구 옆 복도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이 든 노인과 젊은 여인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 진 것 같았다. 무엇인가 서로의 마음을 꽤나 많이 상하게 했는지 오가는 어투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어찌나 큰 소리로 떠드는지 그들이 웨 치는 소리가 은행 안까지 들렸다. 피차에 이런 말은 안 했으면 좋을 성 싶은 욕설까지 오가고 있다. "이X아! 너 같은 며느리 얻을까봐 걱정이다."라고 외치는 노인에게 젊은 여인도 같은 내용의 말로 대거리를 하고 난 뒤에야 그 다툼은 끝이 났다.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그렇게 완악하게 했는지 몰라도 과연 그래야만 했을까싶어 여러 날을 두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툰 당사자들도 서로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어 버렸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해 버렸으니 아마도 두 사람 모두의 가슴에 오랫동안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으리라.

우리네 이웃들의 살아가던 옛 모습이 떠오른다. 고즈넉해 보이지만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정겹고 어둠이 내리는 밤이면 야트막한 토담위에 피어 있는 호박꽃 위를 나는 반딧불이의 춤사위가 눈부셨던 풋풋하고 정겨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라고 해서 왜 다툼이 없고 시기 질투 같은 것이 없었으랴. 농번기가 되면 물고 때문에 다투기도 하고,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기도 하며 장이라도 서는 날이면 시장 한 모퉁이에서는 술에 취한 취객들의 다투는 소리에 시끌벅적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곳이라면 이런 저런 살아가는 소리로 부산스러운 것은 어쩌면 당연 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소란스런 삶의 소리들 속에서 자주 들었던 말 중 지금도 가슴에 따듯한 울림으로 남아있는 어휘가 하나 있다 그건 '이(利)하나 해(害)하나' 라고 하는 말이다.

어쩌다 골목 어귀에서 싸움이라도 벌어 질 때면 "아저씨가 좀 참아유. 이(利)하나 해(害)하나 좀 참으셔유" 라며 싸움을 말리는 이웃 어른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젊은 날 한 때는 그 광경을 볼 때마다 저런 말이 어디 있을까, 시시비비의 내용이 분명하게 가려져야지 저렇게 하면 어떻게 하나싶어 참으로 의아해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는 세월이 나를 철들게 했는지 언제부턴가 두리 뭉실 해 보이는 그 말이 웬 지 모르게 정겹게 느껴지기 시작 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여 정답을 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이상 조금 손해 보는 듯 사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利하나 해害하나"라고 하는 이 어휘는 내게 그리움 같은 것이 되어 남아있다. 생각 해 보면 이웃 간에 상대방이 좀 이로운 것 같다고 해서 내게 좀 해가 되는 것 같다고 해서 안 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利)하나 해(害)하나 좀 참으면 안 되겠느냐고 하는 이 말은 급격한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속도감 넘치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인지도 모른다. 무엇인가 정확하지 않은 것도 같고 우유부단한 이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라고 흑백 논리를 좋아하는 누군가는 말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 한 마디 어휘 속에는 어울림이 있고 사람 사는 냄새 같은 것이 있어 웬 지 모르게 정겹다. 냄새로 표현 한다면 뜸이 알맞게 들고 있는 밥솥에서 나는 구수한 밥 냄새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싶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들이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너무 빨리 변해가는 사회의 이런저런 상황 속에서 변해가는 것들을 따라 잡느라 숨이 차다. 자고 나면 신종 언어가 생겨나고 거리의 모습들이 쉴 새 없이 변해가고 그 속을 헤쳐가야 하는 우리네 마음 또한 삶의 작은 여유조차도 찾아보기가 날로 힘들어 지는 것 같다. 시간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것이련만 왜 이렇게 마음들이 각박해져 가고 너나 할 것 없이 무엇에 쫒기는 사람처럼 허둥대는 느낌이 드는 걸까.

언제부턴가 우리의 삶 속에서 느림의 여유를 찾아보기 힘들고 아날로그적 감수성을 잃어 가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기계가 아닌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사람인 우리는 느림에서 오는 여유로움에 가슴 한 자락쯤은 내어 주고 살아 보는 것도 좋으리라싶다. 모자람이 넘치는 것보다 낫다는 말처럼 '이(利)하나 해(害)하나'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가슴을 맞대고 밥 냄새처럼 구수하게 살아간다면 우리네 삶이 조금은 더 풍요로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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