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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5.09.06 14:49:37
  • 최종수정2015.09.06 14:49:36

송보영

수필가

여름의 끝자락 8월은 성숙의 함성으로 충만하다. 들녘에선 한바탕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온통 초록의 물결로 출렁이는 들판에는 농부의 농심과 햇살을 받아먹고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자란 벼들이 힘차게 이삭을 밀어 올리고 있는 중이다.

한낮의 들녘으로 나선다. 길게는 한 나절, 짧게는 한 시간여를 살며 제 꽃가루받이를 통해 씨앗을 잉태시키고 나면 이내 떨어져 버리는 벼꽃을 보기 위해서다. 얼굴을 내민 이삭들 위로 어찌 보면 가년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작은 티끌 같은 꽃들이 하나 가득 피어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전혀 눈에 띠지 않는 자마구라 불리기도 하는 꽃. 볼품도 없고 향기도 없어 벌 나비조차 별로 찾아들지 않는 꽃. 수많은 꽃을 피워 내지만 벼에 꽃이 핀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태반인 가운데 피었다지면서도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먹여 살리는 꽃인 벼꽃이다.

벼이삭 하나에는 수 백 개의 꽃이 핀다. 껍질에 쌓인 채 숨어 있다가 꽃 밥인 수술이 바람의 애무에 의해 수분(꽃가루)을 터트릴 준비가 되면 이내 껍질이 열리고 암술은 수분을 받아들여 사랑을 나눈다. 단 한번 생명의 잉태를 위해 문을 열었던 껍질은 이내 빗장을 닫아걸고 잉태된 생명을 튼실한 알곡으로 키워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밥 한 그릇은 수많은 꽃의 결정체다. 꽃 한 다발인 한 그릇의 밥은 인간 세포 요소요소에 스며들어 삶을 영위케 하는 생명유지의 기본이 되어 준다. 보잘 것 없는 꽃이 생명의 씨앗이 되어 사람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때로는 소통의 가교가 되어 주기도 한다. 한 동안 적조했던 이들이나 소원한 관계에 있었던 이들이 화해를 청할 때에도 일상 하는 말이 '우리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자, 이다. 서로 마주 앉아 더운 밥 한 그릇을 먹다보면 소원했던 관계가 회복 되고 상한 마음이 치유 되는 역사가 일어난다. 하여 '사람은 밥의 힘으로 산다.' 라는 말은 변할 수 없는 진리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밥 한 그릇 배불리 먹는 것이 소원인 때가 있었다. 나라나 개인 모두가 어려운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네 부모세대나 우리 세대만해도 흰쌀밥에 고깃국 한 그릇을 먹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입 하나를 줄이기 위해 자식을 남의 집에 보내야 하는 아픔을 견뎌내야 했는가하면, 쌀 한줌을 아끼기 위해 혼식을 장려하던 때를 살아내지 안으면 안 되었기에 그랬다. 살아가면서 아버지의 눈물을 세 번인가 보았던 것 같다. 두 번은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 당신이 임종하기 몇 분 전이고, 한번은 남동생이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기 전날 저력 무렵이었다. 그날 저녁 아버지는 툇마루 끝에 서서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입학시험을 치르러가야 하는 날 아침에 따끈한 이밥 한 그릇 해 먹일 쌀을 준비하지 못한데서 오는 가장의 아픈 눈물이었으리라. 가세가 어려워 미리 준비하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쌀 자체가 귀했던 터라 임박해서 구하려니까 구 할 수 없어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모가 되어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아가면서 그때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셨을까. 싶어 목이 메곤 했다.

올 해에는 대풍이 들려나 보다. 금년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한 여름의 무더위에 사람들은 견디기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지만 벼들이 자라는 데는 더 없이 좋은 날들이 아니었나싶다. 여기에 비바람을 몰고 오는 태풍도 비껴갔다. 꽃이 피어 사랑을 나누는 시기에 비바람이 몰아치면 꽃가루받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알곡이 되지 못하고 쭉정이만 남게 되는데, 하늘의 축복이 대지에 충만하게 임하고 있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넘나드는 초가을 햇살을 달게 받아 먹으며 알알이 영글어 가는 나락들을 보며 생각해 본다. 이미 추수를 끝낸 내 삶의 밭에서는 알곡을 얼마나 거두어 들였고 오늘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어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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