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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4.07.13 14:38:06
  • 최종수정2014.07.13 14:37:59

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아주 오래 된 것들. 낡은 것들이 모여 제 나름대로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어 아름다운 바닷가 작은 카페. 세월의 흔적들로 얼룩진 주물난로에서 들려오는 마른 나무 타는 소리가 정겹다. 나무가 타면서 내뿜는 향기를 깊게 들이 마셔본다. 솔 향이다. 기억의 저편에 머물고 있었던 고향의 냄새다. 차고 매끄러운 바람이 고샅을 돌아 대문 안으로 기어들기 시작하는 저녁나절이면 마당에는 연기가 자욱했고 정지 간에서는 투두둑 투두둑 군불 때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그럴 때면 자욱한 연기가 데불고 온 향기를 들이 마시느라 숨을 크게 들이쉬곤 했던 정겨운 솔 향이다.

마른 잎 구르는 소리에도 가슴이 저려서 무작정 길을 나서 달려오다 보니 발걸음이 머문 이곳은 동해 바닷가의 남애 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찻집이다. 아무데나 버려져 있음직한 판자조각에 "언덕위의 바다 째즈 카페"라 쓰여 진 팻말을 둥글고 긴 막대기에 고정시켜 꽂아 놓은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글자하나하나에 사용한 색채의 조화가 오가는 길손들의 눈길을 끈다.

팻말의 화살표를 따라 언덕을 조금 오르다보면 양철 우체통이 얹혀있는 초록빛깔의 담장이 있고. 문지기인 배불뚝이 아저씨가 장난스런 웃음을 지으며 길손을 맞이한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주변을 장식하고 있는 소품 하나하나의 풍경이 흡사 소인국에 온 듯 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카페 안까지 가는 길은 아주 짧은 거리에 불과하지만 길 양쪽에는 작은 들꽃이 곱고, 그 사이에는 조그마한 오두막 두 채가 있다. 그중 한 채에는 모형으로 된 농기구들과 볏짚으로 만든 집단. 역시 모형인 송아지와 개, 고양이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한 채에는 들일을 끝내고 한가로이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부부의 조각상이 정겹게 다가온다. 어느 샌가 나도 그들 옆에 앉아서 함께 차를 마시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찻집 안으로 들어서면 빛바랜 낡은 가죽의자.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녹슨 램프.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누렇게 색깔이 변질 된 나무로 만든 모형 배.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작은 그림들이 길 손을 반긴다. 녹슨 램프에서 흘러나오는 여린 불빛은 실내를 더욱 아늑하게 하고 감미로운 째즈의 선율이 그 모든 것들과 어우러져 묘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전혀 아름다울 수 없는 것들이 모여서 빚어내고 있는 이 아름다움을 무엇이라 표현해야 할까.

벽난로를 마주하고 앉아서 카페의 주인장인 자칭 몽상가님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인생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오늘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고, 최고가 돼야 한다는 억지 논리에 휘말려 그 또래의 아이들이 누려야 할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는 오늘의 아이들이 너무나 가엾다고 한다. 서양화를 전공했다는 그 사람. 젊은 날에 친구들이 자기를 몽상가라 불렀었다며 그 별명이 싫 치 않다고 한다. 몽상 속에 그려 보았던 것들을 현실로 옮겨보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지금의 삶이 더 없이 행복하단다.

내가 살고 있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그의 야기를 듣고 있으려니까 가슴에선 청량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내려놓지 못하고 비우지 못하는데서 오는 내 안의 소요스러움이 잠잠해 지는 듯하다.

어느 샌가 더없이 맑고 푸르러 쪽빛이던 바다에 일몰이 드리워지고 있다. 저녁노을이 머물기 시작하는 바다는 점점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하루의 삶을 살아 낸 바다는 노을이 마련 해 준 황금이불을 덮고 사랑을 나누려한다.

이 저녁엘랑 번다함이 부담스러워 딱 한 팀만 머물 수 있는 숙소를 마련했다는 카페 이층의 바다가 보이는 작은 방에서 머물러야겠다.

"몽상가님 커피를 주문하는 우리 부부에게 나이 드신 이들에게는 커피보다는 따뜻한 레몬차가 좋다며 레몬 한 조각을 띠운 레몬차를 권하던 그대의 마음 씀씀이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밤에 건네 준 와인은 정말로 향기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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