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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충북여성문인협회장

숲속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수많은 생명들을 품어 안고 기르는 곶자왈에 발길이 머문다. 곶자왈은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윗덩어리로 요철 지형으로 굳어지면서 형성된 지역으로 푸른 숲을 이루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생명의 보고다.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는 숲 곶자왈에는 열대 북방 한계선의 식물들과 한대 남방 한계선의 식물들이 함께 공존하며 자란다. 예덕나무도 있고 새우난도 있고 천량금도 있으며 고사리밥이 지천이다. 숲의 정령들이 바람을 타고 그들 사이를 드나들며 속살대는 소리가 가슴을 뒤 흔들어 댄다. 가슴을 열고 저들이 내 뿜는 신선한 향기를 들이 마시며, 귀 기울여 그들의 속살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곶자왈의 숲이 이토록 청청하고 향기로울 수 있는 것은 햇살과 바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물길을 잡아주는 숨골이 있어서라며 수런거린다'

곶자왈을 이루고 있는 바위 틈새 사이사이에는 물을 흡수하고 내 뿜는 구멍인 숨골이 있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두터운 구름무리가 바람을 타고 달려가면 굵은 빗방울이 쏟아져 내리고 빗물은 용암틈새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숨골을 통해 바위 밑으로 비집고 숨어 들어가 빈 공간에 저장된다. 그렇게 저장된 빗물들은 때를 따라 필요를 알고 숨골을 통해 솟구쳐 올라 생명들을 키워내는 자양분이 되어준다. 한 겨울에 수목들 위에 뽀얀 물안개 같은 것이 서리는 것도 숨골을 통해 하얀 김이 쏟아져 나와 수목들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어서라 한다. 이로 인해 곶자왈에 존재하는 꽃나무들은 일찌감치 고운 꽃을 피워낸다.

숨골은 곶자왈에 서식하는 수많은 식물들을 길러내는 생명의 통로다.

생명의 숲인 곶자왈을 형성해 가는데 한 축을 담당하는 숨골은 어머니의 속성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의 성품 속에 존재하는 모성은 유연하면서도 강하다.

여인이 어머니가 되면 품안에 생명을 길러내기 위해 손 안의 작은 것들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고 아껴 두었다가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이 되어 주고, 모진 칼바람을 막아주는 외투가 되어 주며, 허기진 배를 채워 주는 양식이 되듯이, 숨골도 장마가 질 때면 곶자왈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명들을 위해 빗물들을 받아 지하로 내려 보내기도 하고, 바위 틈새 여기저기에 저장해 두었다가 가뭄이 들면 다시 품어 올려 갈증을 해소해 주기에 그렇다.

숨골이 없다면 곶자왈의 생명들은 어떠할까. 어머니의 품이 없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자랄 수 있을까. 수목들은 아마도 퍼붓는 장맛비를 견뎌내야 하는 모진 고통과 타는 갈증을 해소하지 못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처참한 몰골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라는 아이들도 홀로 비바람을 견뎌 내야 하는 고통에 시달릴 것이고 주린 배를 채우지 못해 쓰러지기도 하고 사랑의 결핍에서 오는 슬픔을 견뎌 내느라 가슴 속에는 구멍이 숭숭 뚫릴 것이다.

우주에 속한 모든 것들은 하나의 고리로 연결 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도 독립된 개체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서로서로 상호 보완의 관계를 가지고 존재한다. 때를 따라 하늘에선 햇살과 비를 내리고 대지는 이를 받아 들여 제 품안의 생명들을 기르고 그렇게 성장한 자연 속의 모든 것들은 세상의 살아 있는 생명체를 위해 나름의 몫을 감당한다. 이는 참으로 위대한 자연의 섭리다.

오늘 나는 이곳에 조성된 자드락길을 걸으며 세속에 찌든 내 안의 추한 것들을 토해 내기 위해 가슴을 활짝 열고 심호흡을 한다. 자연이 베푸는 치유의 능력을 힘입어 새롭게 빚어지고자 힘껏 기지개를 켠다.

모진 고난 속에서도 자식을 위해서 애면글면하며 모든 진액을 쏟아 붓는 어머니의 헌신을 통해 자식들은 자랄 수 있음이듯이, 숨골이 제 역할을 다하므로 곶자왈의 수목들은 튼실하게 자라고 꽃나무들은 실한 꽃을 피워 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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