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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영

수필가

살아 있음은 분명한데 생기가 없어 보인다. 때깔 고왔던 잎들이 조금씩 추색 해 지는가 하면 잎이 점점 작아져가고 있다. 제 때에 거름도 주었고 물도 주고 내 딴에는 온갖 정성을 기울인 것 같은데 영 신통치가 않다. 기대만큼 잘 성장하지 않는 것 같아 애가 탄다. 뽑아 본다. 정상으로 자라는 것들이라면 새 뿌리가 돋아나야 하는데 죽은 뿌리들만 가득 차 있다. 식물이 제대로 자라려면 그에 알맞은 공간과 그들이 숨 쉴 수 있는 질 좋은 토양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화분이라고 하는 좁은 공간에 저들을 가두어 놓고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결과다. 화분 안에서 제대로 자라게 하려면 제 때에 분갈이를 해 주어야 함은 물론이고 노쇠한 뿌리들은 잘라내고 새 뿌리들이 돋아나 그 곳을 통하여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다.

나무가 잘 자라는 가는 뿌리를 보면 알 수 있다. 뿌리는 생명을 공급하는 근원이고 나무가 살아 있는 한 끝없는 소멸과 생성이 그곳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화분이라고 하는 작은 공간이 아닌 자연 그대로에 두었더라면 노쇠한 뿌리들은 썩어져서 흙으로 돌아가고 그 자리에 새 뿌리들이 돋아나 모체인 나무가 성장 할 수 있도록 영양분을 공급하므로 때를 따라 새 잎을 내고 실한 꽃을 피울 수 있었으리라.

때로는 산다는 것이 지루하고 팍팍하여 몸서리 쳐질 때가 있다. 이만큼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구인가. 오늘 내가 행하고 있는 일들이 올바른 일인가'를 두고 갈등한다. 때로는 거울 속의 내가 너무 낮 설어 보여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한다. 내가 속해 있는 조직 속에서도 옳은 일이라 여겨 정색을 하며 주장한 일을 놓고도 돌아서서 후회하기 일쑤다. 이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름으로 기준을 삼았던 정체성에 혼란이 온 탓이 아닌가 싶다.

이제 나도 뿌리를 돌아 볼 때다. 나고 자라면서 부모가 나의 내면에 심어 주었던 삶에 대한 가치관, 풋풋하고 싱그러웠던, 뜨거운 열정을 몸살을 알았던 시절에 내 안에 삶의 토대를 놓았던 뿌리들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살펴야 할 때다. 맑고 투명한 거울을 놓고 거울 속에 투영되는 내 모습을 면밀히 살펴 퇴색되어 제 기능을 발휘 할 수 없는 죽은 뿌리들을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 세속에 찌들어 덕지덕지 눌러 붙어 있는 불순물 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새 뿌리들이 돋아 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아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의 묵정밭을 기경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리야 할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묵정밭이기에 이를 갈아엎어 새 생명이 움트는 땅으로 기경하려면 아무래도 날카로운 호미와, 날선 검이 필요 하지 않을까 싶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늘의 다짐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마음 판에 새겨야 하리라.

나무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기의 뿌리를 돌아본다고 한다. 폭풍우가 휘 몰아치는 들판에서 쓰러지지 않고 버텨내려면 스스로를 돌아보며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뎌내기 위해 땅 속으로 더 깊숙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 할 것이다. 아무리 튼실한 나무라도 뿌리가 흔들리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하리라.

제 본연의 자태를 잃어가고 있는 화분 안의 생명들을 돌아본다. 주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며 웨치고 있다. '내 상태를 보아 달라고,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느냐며' 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호소하고 있다. 봄의 전령사가 내 심장을 두드려 댄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저들이 숨 쉬며 살아갈 질 좋은 토양을 만들어 주어 새 뿌리들이 돋아 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채근한다. 끝이 날카롭고 예리한 연장으로 마음의 묵정밭을 갈아엎어 쑥대밭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라 한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했던가. 화분 안에 가두어 놓고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도, 마음 밭에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들도 나를 통해 빚어진 일이거늘 스스로 풀어야 할 일일게다. 이제부터는 지난 삶을 돌아보며 매듭을 푸는 일에 전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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