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많음동두천 16.0℃
  • 맑음강릉 25.2℃
  • 박무서울 16.2℃
  • 흐림충주 21.1℃
  • 맑음서산 18.5℃
  • 맑음청주 22.4℃
  • 맑음대전 23.9℃
  • 맑음추풍령 23.8℃
  • 맑음대구 24.8℃
  • 맑음울산 24.8℃
  • 맑음광주 24.1℃
  • 맑음부산 20.7℃
  • 맑음고창 22.3℃
  • 맑음홍성(예) 20.3℃
  • 맑음제주 24.0℃
  • 흐림고산 17.1℃
  • 구름많음강화 15.5℃
  • 구름조금제천 20.7℃
  • 구름조금보은 22.4℃
  • 맑음천안 21.2℃
  • 맑음보령 16.7℃
  • 맑음부여 20.7℃
  • 맑음금산 24.7℃
  • 맑음강진군 21.1℃
  • 맑음경주시 27.1℃
  • 맑음거제 20.5℃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이광호씨 "불가능은 없다"

고졸 생산직 입사… 20년 만에 '박사' 취득
"고졸 후배들에게 희망 되고파… 도전 계속"

  • 웹출고시간2015.03.19 19:37:22
  • 최종수정2015.03.19 19:37:32
나는 '고졸'이었다. 시쳇말로 가방끈이 짧았다. 공부를 못해서는 아니었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시골에서 자그마한 노점상을 하던 부모님에게 대학을 보내달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난 전자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가방끈이 짧았던 나에게 허용된 직업은 공장 생산직 밖에 없었다. 불평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밤낮 없이 전자레인지 부품을 만들고, 반도체 설비에 기름칠을 했다.

입사 7년차 쯤 접어들었을 때, 난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외국어로 된 설비 매뉴얼만 펼치면 까막눈이 되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다. 낮에 일할 땐 밤에 공부를 했고, 밤에 일할 땐 낮에 학교를 다녔다.

입사 20년 차. 시간은 책장과 함께 흘러갔다. 어느덧 난 학사·석사를 넘어 모두가 부러워하는 '박사'가 돼 있었다. 난 도전했고, 불가능은 없었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이광호(41, NAND PKG1팀) 기장.

고졸 생산직으로 공장에 들어와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적어도 이 업계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다. 여느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밤낮 현장에서 교대 근무를 하는 공장 안을 들여다본다면 그의 피땀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전국 하이닉스 반도체공장 1만2천여 생산직 직원 중에 유일한 박사 취득자라고 하니 그의 노력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고졸이라고 못할 거 없잖아요. 또 나이가 들었다고 못할 거 없잖아요. 전 부족했고, 그 부족함은 간절함으로 이어졌습니다. 간절함이 독함으로 변할 때쯤 어느새 제 손에 박사 학위가 쥐어져 있더라고요. 비결이요? 저는 그저 도전했을 뿐입니다."

경북 김천 출신의 이 기장은 생계곤란으로 인문계 진학을 포기하고 구미전자공고를 다녔다고 한다. 졸업 후 곧바로 삼성전자 수원공장에 취직한 그는 전자레인지 만드는 일을 했다. 1996년 군 복무를 마치고 당시 청주LG반도체로 오게 됐는데, 역시나 생산직 일이 주어졌다. 고졸이란 꼬리표는 늘 그를 따라다녔다.

"현장 말단사원이었죠 뭐. 반도체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일이었는데, 도대체 매뉴얼(안내 책자)을 읽을 수가 있어야 말이죠. 당시 반도체 설비는 거의 일본 제품이라 매뉴얼도 일본어로만 쓰여 있었어요. 누구한테 물어보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오기가 발동했다. 2002년 충청대 일어통역과에 입학했다. 밤낮 교대근무를 하며 일주일에 12과목을 수강했다. 암기력은 예전만 못해도 열정과 끈기만큼은 자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장학생으로 졸업한 뒤 대전 한밭대 일본어과에 편입했다. 이곳에서 학사를 땄고,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창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장 근무를 벗어나 경영적 측면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살 순 없지 않은가.

2009년 충북대 경영대학원 박사 과정에 돌입한 그는 올해 2월24일 생산관리분야 박사 학위증을 손에 쥐었다. 고졸이란 꼬리표를 떼고 박사 학위복을 입게 되기까진 꼬박 20년이 걸렸다.

"이제는 '품질명장'과 '현장직 최초 박사'라는 꽤 걸출한 타이틀을 갖게 됐네요. 그 원동력을 묻는다면 전 '도전'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모르는 것에 다가가는 호기심,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적극성, 몇 번의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끈기…. 이 모든 걸 품고 있는 단어가 '도전' 아닐까요?"

그는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나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고. 아니, 계속돼야 한다고. 나를 바라보고 희망을 품는 수많은 고졸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 임장규기자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충북일보·KLJC 대선 주자 공동인터뷰③김동연 경기도지사

[충북일보] 김동연 경기지사는 "'당당한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울어진 경선 룰을 확정했지만 국민과 당원만 바라보고 당당히 경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아닌 '어대국'(어차피 대통령은 국민)을 강조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국회·입법·사법부를 세종·충청으로 이전하고 대통령 임기 단축의 지방분권형 개헌과 50조 슈퍼 추경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야 한다고도 했다. ◇6·3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민생경제의 위기에 더해 정치권에서 촉발된 분열과 적대의 골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내란과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념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과 확고한 비전, 실행력으로 경제위기 속에서 중심을 잡고 재도약을 이룰 리더십이 절실하다.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필수다. 다음 대통령은 임기 단축이라는 희생을 결단하고, 동시에 일관된 비전과 정책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해 국민통합의 마중물이 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문을 열어야 한다." ◇김동연 후보의 강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