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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5.14 17:48:2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박천호

영동 황간초 교장

찔레덤불 속에서/정신없이 조잘대는 참새 떼/마치, 선생님 없는 우리 반 같다//몇 마린데 저리 소란스러울까?/살금살금 다가가는데/뚝!/수다가 그쳤다//"선생님 오신다!"/한 마디에 조용해지는 우리처럼/참새야/나, 선생님 아니야// 이혜영 시인의 '난, 선생님이 아니야' 중에서

충북 최남단 영동(永同), 그 곳에서도 가장 멀리 떨어진 상촌면(上村面)이 제 고향입니다. 그해 삼월, 6학년이 되던 첫날에 담임선생님께서 새로 오셨습니다. 선생님의 첫인상은 자그마한 키에 둥근 얼굴로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으로 어렴풋이 기억됩니다. 그 당시 우리 학교는 6학년이 두 반이었습니다. 1반은 남자 반, 2반은 여자 반이었는데 선생님께서는 남자 반을 맡으셨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운명적으로 스승과 제자로 맺어졌습니다. 그 때만해도 중학교 들어갈 때 입학시험을 치렀습니다. 우리 학교를 비롯해 인근 고자리, 물한리, 대해리, 궁촌리 다섯 마을에 학교가 있었는데, 소재지에 있는 중학교는 딱 한 반만 뽑았답니다. 그러다보니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이 엄청 치열했지요.

선생님은 갓 결혼하셨는데 집안 사정상 혼자 학교 근처 마을에서 방을 얻어 하숙을 하셨습니다. 언제쯤인지 확실한 기억은 없지만 우리 넷은 저녁을 먹고 나면 으레 선생님 하숙방으로 모였지요. 그리곤 선생님과 함께 공부를 하다가 거기서 잠을 잤는데, 새벽 동네 전파사에서 보내주는 라디오방송이 시작되면 우리를 깨워주시곤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기숙형 과외였는데, 과외비는 한 푼도 드리지 않은 무상 과외였지요. 이렇게 우리 네 명의 친구들은 학교와 선생님 하숙집을 오가며 일 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답니다. 가끔 선생님께서 우리 집에도 들리셨는데, 그 때마다 아버지께 '쟤는 나중에 선생님 시키면 잘할 거예요'라며 나를 칭찬해 주시곤 했습니다.

선생님과 우리는 일 년 동안 정말 많은 추억을 쌓으며 지냈습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들을 한두 가지 떠올려 봅니다. 가을 소풍을 물한계곡으로 갔는데 사십 리가 훨씬 넘는 거리였지요. 물론 모두가 걸어서 갔는데 점심 먹고 놀다가 돌아오는 길에 날이 저물어 부모님들이 횃불을 들고 동네 입구까지 마중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같으면 아마 난리가 났겠지요? 또 한 가지 잊히지 않는 것은 겨울방학 숙제였지요. 졸업을 코앞에 둔 겨울방학이어서 모두들 방학과제를 제대로 챙기지 않았어요. 설마 졸업식이 며칠 안 남았는데 방학과제를 검사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던 거지요. 졸업식을 이틀 남겨두고, 눈과 얼음이 뒤섞인 질척이는 운동장을 과제 하나마다 맨발로 한 바퀴씩 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렇게 초등학교를 마치고 우리는 중학교로 진학을 했습니다. 셋은 인근 소재지에 있는 중학교로, 나머지 한 명은 읍내 중학교에 입학하였지요. 그리고 사 십년이 넘는 세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선생님의 하숙방에서 공부하던 친구들 중 세 명이 교장이 되었고, 한 명은 대학교수가 되었습니다. 대학에 있는 친구도 학교에 남아 있었다면 단언하건데 교장이 되었을 겁니다. 충남 대천에 근무하는 남 교장, 대구광역시의 중학교에 근무하는 강 교장, 춘천에 있는 대학에 근무하는 곽 교수, 그리고 영동에서 근무하는 저까지 네 명이 교장이 되었습니다(물론 다른 직장에서 성공한 친구들도 많지만 오늘은 교직만 언급합니다). 하지만 우리 담임선생님께서는 평생을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시다가 정년퇴임을 하시고, 지금은 추풍령에서 터를 잡고 여생을 보내고 계십니다. 시골 학교 한 반 학생들 중에서 교장을 넷이나 만든 담임선생님이라면, 오늘 같은 날 박수 한번 우렁차게 받아도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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