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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비

시인, 한천초등학교병설유 교사

꽃을 심기로 한 날이다. 좀 쌀쌀하지만 그래도 봄 아닌가. 모종삽을 들고나온 아이들의 손을 잡고 꽃의 다리를 흙에 묻는다. 아이들이 추울까 봐 잠바를 입히고 준비해 둔 목장갑을 끼게 하고 최대한빨리 꽃을 심고 교실로 들어간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홀로 화단으로 향한다. 오전에 대충 묻어둔 꽃에 흙을 더 덮어 꼭꼭 눌러주고 물을 준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느껴보게 하려고 이런 활동을 하지만 뒤처리는 언제나 교사의 몫이다. 그래도 식물을 만져보고 심어보며 느껴본 아이와, 심어 놓은 것을 눈으로만 더듬는 아이는 분명 다르다. 아마도 그것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과 걸어서 여행하는 이의 차이쯤 될 것이다. 전자는 빠르고 편리하게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오는 동안에 있었던 사물과 풍경은 보지 못한다. 반면 후자는 비록 힘들고 오래 걸리겠지만 오는 동안 골목길에 서 있던 가로 등과 그 아래서 눈을 비비는 고양이의 눈빛과 들판에 핀 꽃향기와 숲속의 새 소리와 하늘에서 모양을 바꾸는 구름을 만나고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아이들이 직접 꽃을 심으면 더 자세히 보게 되고 생육 과정에 더 관심을 갖게 되며, 그것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그런 교육적인 효과 때문에 교사는 힘들지만 아이들과 꽃을 심고 물을 주며 계절을 건넌다.

물을 마신 수선화가 노란 웃음을 던지고 히아신스가 향기로 말을 건다. 교실로 들어가자 빅토리아가 서툰 한국말로 묻는다. "선생님 모하고 왔어요?" "꽃에 물 주고 왔어." 그러자 막심은 "따듯한 물 줬어요?" 한다. 봄이지만 아직은 서늘하니 따듯한 물을 주라는 뜻인 것 같다. 이어 옆에 있던 아르텸이 말한다. "꽃은 어떤 살이에요?" 꽃이 몇 살이냐는 뜻이다. "이번 봄에 태어났으니 한 살이에요."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소피아가 웃으며 입을 연다. "내가 얘들아 하고 다 했어요." 아이들과 자신이 함께 꽃을 심은 것에 대한 뿌듯함을 담은 말이다. 그때 방과후교육사가 '내일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다고 말한다. 걱정이 밀려든다. 그러나 걱정만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3월은 공문 폭탄의 달이다. 잠시 꽃 생각은 접어두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일개미처럼 공문에 열중하고 있는데, 방과후 과정을 마친 아이들이 인사한다. 내가 눈을 맞추며 "잘가!"라고 하자 코이가 밝게 웃으며 "잘가요 너도!"라고 답한다. 나는 웃으며 아이의 손을 잡고 말을 정정해 준다.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그러자 아이는 몰랐다는 듯 수줍게 웃으며 그대로 따라 한다.

집에 돌아와서도 눈 온다는 말이 귓속을 맴돈다. '며칠 더 있다 심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에 잠을 설친다. 새벽이 되자 병뚜껑 따듯 눈을 뜨고 베란다로 달려간다.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아뿔싸! 살짝 눈이 내려앉았다. 얼른 출근해서 비닐이라도 씌워줘야겠다. 꽃이 얼굴 시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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