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6.1℃
  • 맑음강릉 7.7℃
  • 맑음서울 7.4℃
  • 맑음충주 7.4℃
  • 맑음서산 8.3℃
  • 맑음청주 8.8℃
  • 맑음대전 10.1℃
  • 맑음추풍령 8.6℃
  • 맑음대구 12.0℃
  • 맑음울산 11.9℃
  • 맑음광주 11.2℃
  • 연무부산 12.6℃
  • 맑음고창 8.6℃
  • 맑음홍성(예) 7.7℃
  • 맑음제주 13.0℃
  • 맑음고산 11.0℃
  • 맑음강화 4.8℃
  • 맑음제천 6.9℃
  • 맑음보은 9.5℃
  • 맑음천안 8.5℃
  • 맑음보령 9.2℃
  • 맑음부여 9.6℃
  • 맑음금산 8.9℃
  • 맑음강진군 12.7℃
  • 맑음경주시 11.9℃
  • 맑음거제 11.9℃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5.01.30 14:15:37
  • 최종수정2025.01.30 14:15:37
클릭하면 확대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신윤복 혜원전신첩 - 월하정인

ⓒ 뉴시스
그림에는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한다. 이야깃거리가 많아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그림이라 생각한다. 그림 속에 어떤 이야깃거리를 담을 것인가는 작가의 역량에 달려있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풍속 화가로 단원 김홍도(1745~1806)와 혜원 신윤복(1758~1814경)을 꼽고 있다. 단원(檀園)은 풍속화 외에도 산수, 도석인물, 화조 등 여러 방면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당대 이름을 크게 떨쳤다. 필자도 '단원 김홍도 진경산수화 연구(檀園 金弘道 眞景山水畵 硏究)'로 석사학위 논문을 작성했다. 반면 혜원은 풍속화라는 한 우물을 판 작가였다. 단원이 농사짓는 모습, 나들이 가는 모습, 씨름하는 모습 등 서민들의 모습을 간결한 선으로 인물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에 반해, 혜원(蕙園)은 유흥을 즐기는 양반들과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여인네들을 섬세하고 화려한 색채로 세련되게 표현했다. 혜원과 단원은 파적도(破寂圖)로 유명한 긍재 김득신(1754~1822)과 함께 조선 시대 3대 풍속 화가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화가이지만, 누구 그림이 더 좋은가를 떠나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측면으로는 혜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조선 시대 풍속화(風俗畵)는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반영시킨 그림이다. 조선 후기 신분제의 동요와 상공업 발달로 인해 부를 축적한 백성들이 많아지자 자연스레 서민들의 생활 수준 및 문화 수준도 높아졌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그동안 무시되던 일반 서민들의 풍속이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풍속화 역시 유행하게 된다. 혜원은 양반의 생활과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많이 그의 그림에서 많이 표현했는데, 오늘날 조선 시대 사회 풍속의 이면과 생활사, 복식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간송미술관에 소장 되어 있는 신윤복필풍속도첩(국보135호)에 '월하정인(月下情人)'이라는 작품이 있다. 늦은 밤, 넓은 갓에 겉옷인 중치막을 입은 사내와 머리와 몸 윗부분을 가리는 쓰개치마를 쓴 여인이 달빛 아래서 밀회를 즐기는 장면을 포착해 그린 그림이다. 그림 왼쪽에는 '月沈沈夜三更 兩人心事兩人知(월침침야삼경 양인심사양인지)'라는 글귀가 쓰여있다.

그것을 풀어 보면 '달은 기울어 밤 깊은 삼경인데,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이 안다'는 뜻으로 삼경(三更)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 사이를 말한다. 당시 한양에는 오후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통금이 있었다. 통금시간에 은밀히 만나고 있는 남녀는 부부가 아닌 것으로 보이며, 기생이 통금시간에 외부에서 남자를 만날 이유도 없을 것이다. 여성이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린 것으로 보아 보통 양반집 여성으로, 만나서는 안 될 사이의 만남으로 추정된다. 눈썹달이 은은하게 비추는 밤, 고요한 달빛 아래 두 사람 사이 잔잔한 애정이 흐르며, 달빛은 이들의 사랑을 비밀스럽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고, 이들은 지금 데이트를 끝내고 아쉬운 이별을 앞두고 있다. 양반의 눈길은 여인을 바라보고 있지만, 발길이 반대편을 향하고 있는데, 이는 헤어짐이 아쉬워하며 가던 길을 멈추고 연인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이 그림은 그 시대 남녀의 욕망과 연정을 과감하게 담아낸 그림으로, 혜원 특유의 감성과 섬세한 필선, 세련된 색채가 적절하게 균형을 잡으며 애틋하고 은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일반적으로 그림 읽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이 그림은 혜원이 실제 장면을 직접 보고 그린 것도 카메라로 찍어 그린 것도 아니지만, 집요한 21세기 천문학자들은 그림 속에 나타난 달 모양과 복장을 보고, 이 장면이 일어나고 있는 일시(日時)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흥미롭게 유추하고 있다. 국내외 어느 작가의 그림 속에도 월하정인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모양의 달이 그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월하정인에 그려진 달은 초승달을 잘못 그린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면 신윤복은 왜 이런 모양의 달을 그렸을까?

일반적으로 밤에는 달의 볼록한 면이 위를 향할 수 없고, 이런 모양은 달의 볼록한 면 쪽에 태양이 있기 때문이다. 밤에는 태양이 없어서 달의 볼록한 면이 지평선보다 아래를 향한다. 따라서 그림 속의 달 모양은 월식 날에만 볼 수 있는 모양이다. 월식은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상으로 놓여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달의 전부가 가려지는 현상을 '개기월식'이라 하는데, 그림 속에 그려진 달 모양은 일부가 가려지는 현상으로 '부분월식'이라 볼 수 있다.

그림 속 글에는 야삼경(夜三更)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이것은 자시(子時)로 밤 12시를 전후한 시간이다. 신윤복이 활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약 100년간 일어난 월식 중 한양에서 관측 가능한 '부분월식'이 일어난 날을 조사해 봤다고 한다. 그 결과 1784년 8월 30일(정조 8년)과 1793년 8월 21일(정조 17년) 두 번에 걸쳐 그림과 같은 달 모양의 '부분월식'이 있었다고 한다. 승정원일기 1719책을 살펴보면, '1784년에는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지역에 3일 연속 비가 내려 월식을 관측할 수 없었고, 1793년 8월 21일(음력 7월 15일)에는 오후까지 비가 오다 그쳐서 밤 2경에서 4경까지 월식(月食)이 있었다'고 정확하게 기록돼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근거를 토대로 분석해 보면 '월하정인'은 혜원이 35세이던 1793년 8월 21일 자정 무렵에 두 남녀가 은밀히 만나는 장면을 그린 것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그림분석들이 모범답안은 아니고,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 이것과는 다르게 그림을 읽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 그림은 조형적으로도 걸작이지만 많은 궁금증과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좋은 그림이다.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이 안다(兩人心事兩人知)'는 시적인 표현으로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 다행이다. 만약에 '00월 00일 00시에 000가 000를 무슨 일로 000에서 만났다'처럼 명쾌하게 그림을 설명하는 글귀를 혜원이 썼다면, 신문에 난 보도사진 느낌이 들고 인구에 회자 되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혜원의 풍속화는 '월하정인' 외에도 많은 그림들이 이야깃 거리가 넘치나고 있다.

전시회를 자주 하다 보니 그림에 표현된 이야기가 궁금해 설명을 요청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면 "그냥 보시고 느끼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면서 작은 힌트만 주고 정중히 거절한다. 어느 작가는 그림 제목을 무제(無題)라고 달기도 한다. 필자도 'Assembly 2025-1'라고 쓰고 구체적인 제목을 달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100명이 한 작품을 감상하면 나름대로 100가지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얻을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붙여진 그림 제목을 보게 된다면 그 제목과 관련된 생각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작가가 또 있다. tvN '알쓸신잡'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김영하 소설가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작품이 실리면 큰 영광으로 알지만, 김영하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엄청나게 반대했다고 한다. 작품 전체가 아닌 일부를 발췌하는 것과 독자 개인이 받아들이는 느낌보다 작가가 생각하는 바를 중시하는 식의 교육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을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는 것을 깨알같이 받아 적거나, 참고서에서 작품 분석한 것을 달달 암기한 것을 토대로 정답을 골랐다. 그런 방식으로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차단하고, 한가지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을 김영하 작가는 우려했던 것이다. 예술작품은 작가가 만들지만, 완성된 작품과 감상방법은 보는 사람들의 몫이다.

이제부터는 전시장에서 작가가 그림 설명 안 하는 것을 섭섭하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널리 이해해 주기 바란다. 다 감상자를 배려하는 것이니.. 그림은 감상자가 보고 자기식대로 느끼면 되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여지고 느껴질 것이다. 많이 느끼려면 미술 관련 매체를 접하고 자주 미술 전시장을 찾아 안목을 넓히는 방법밖에 없다. 고급문화인 예술을 향유하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도민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은행으로"

[충북일보] "올해도 금융지원 본연의 역할은 물론 지역금융 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임세빈(55) NH농협은행 충북본부장은 취임 2년차를 맞은 소회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일반 은행과 달리 농협은행은 농민과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책임을 지고 있다. 100%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은행으로의 기업가치를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금융의 측면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인정받는 리딩뱅크 운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농협의 기본 가치인 농업·농촌을 살릴 수 있는 지역사회 공헌과 농산물 소비촉진 등 공익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할 수 있는 허브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농협은행의 목표는 '금융을 고객 성장의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칙을 재정립하고 고객 신뢰를 더욱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임 본부장은 은행의 중점 추진사업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먼저 고객과의 동반 성장을 실현한다. 고객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맞춤형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둘째, 규정과 원칙을 확립해 고객이 믿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