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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4.11.26 14:53:31
  • 최종수정2024.11.26 14:53:30

정미영

충주 한림디자인고 교사

86세 우리 엄마는 충주시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운영하는 치매쉼터학교에 다닌다.

약한 치매를 앓고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주 2회, 1회 3시간의 커리큘럼을 운영한다.

지난 7월 모의 수업에 참여한 이후, 엄마는 현재까지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은 개근 학생이 됐다.

수업을 맡으신 담당 선생님들과 보조 선생님들은 언제나 양팔 벌려 어르신 학생들을 맞이한다.

모의수업이 진행되던 날, 교실 안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는 '엄마가 이 수업을 한 번만 더 들어보겠다고 하시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한 번만 더 가보지 뭐" 이렇게 한 번 두 번이 되고, 엄마의 일상에서 이제 치매안심센터 치매학교 등하교는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일정이 됐다.

86세 시골 노인이라기에는 무지 똑똑한 우리 엄마는 장애인 택시를 불러 타고, 보건소에 먼저 도착해 침을 맞거나 물리치료를 받고 수업에 들어간다.

치매안심센터 쉼터학교에 다닌 이후 우리 엄마의 행복지수는 높아졌다.

그동안 자식 뒷바라지에 할 일이 늘 쌓여있던 엄마는 본인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쯤, 아빠는 몸이 편찮아지셨다.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남편을 두고 마음대로 나갈 수 없었던 엄마는, 그렇게 자주 가던 노인정에도 집에 혼자 남아있을 아빠에게 미안한지 혼자서는 가지 않았다.

또 엄마에게는 이런저런 걱정들이 많았는데, 이런 걱정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주는 행복감으로 압도할 수 있었다.

어느 날은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고, 어떤 날은 노래와 율동을 하기도 했다.

집에는 엄마가 만든 작품들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초등학교 2학년 때 6.25 전쟁이 나서 그 이후로 학교 문턱을 밟지 못했다는 엄마는 매일매일 무언가를 배우는 일, 또래 친구들과 만나서 소통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양팔 벌려 엄마를 환영해 주는 선생님들의 따뜻함이 지난 시간의 모든 아쉬움을 채워주는 듯했다.

퇴근 후 보건소에 가면 마치 어린이집에 보내 놓은 아이를 기다리는 것 마냥, 다양한 모습의 자녀들이 각자의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

엄마는 오늘 있었던 일, 배운 것, 그리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엄마의 가방에는 언제나 학교에서 받은 간식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집에서 기다릴 아빠를 생각하며, 엄마는 언제나 간식을 남겨 온다.

어쩌면 아빠도 매일 엄마를 기다리며, 오늘의 간식은 무얼까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충주시치매쉼터학교를 보며 복지체계가 잘 갖춰졌다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엄마가 본인 힘으로 등하교하고 수업의 내용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엄마가 없는 시간 동안 집에서 여유롭게 기다려주는 아빠에게도 감사하다.

그리고 엄마의 치매 증세가 있을 때면 늘 있던 "니가, 가져갔지"라는 등의 전화가 요즘엔 오지 않는다.

86세 강규대 여사의 치매학교 등하교가 오래도록 계속되기를 기도하며,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오늘 기록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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