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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 영아' 정식수사 대상 모두 미혼모

미혼모 영아유기 멈출 방법은
이들은 왜 비정한 엄마가 됐을까
도내 3명 '경제적 어려움' 이유로 불법 입양·유기
전문가 "양육 환경 조성·실질적 지원 마련 시급"

  • 웹출고시간2023.07.11 21:46:06
  • 최종수정2023.07.11 21:46:21

편집자주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으로 영아 유기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 등을 이유로 영아를 유기하는 미혼모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아이를 유기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미혼모들이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이야기, 미혼모를 위한 제도와 법률적 허점,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상·중·하에 걸쳐 짚어본다.

최근 영아 유기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아에 대한 전수 조사가 실시됐다. 사진은 한 종합병원의 신생아실.

ⓒ 김용수기자
[충북일보] 79명.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충북지역의 '출생 미신고 영아'의 숫자다.

지난달 28일 감사원은 2015∼2022년 출생 아동 중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이 충북에 79명이 있다고 관할 지자체에 통보했다.

충북경찰청에 따르면 11일 기준 도내 출생 미신고 아동을 대상으로 지자체로부터 의뢰를 받아 수사하고 있는 건수는 79건 중 46건이다.

이 중 영아의 소재가 파악된 11건은 범죄혐의점 등이 발견되지 않아 종결 처리됐다.

경찰은 나머지 35건 가운데 3건은 범죄 혐의가 의심돼 정식 수사로 전환됐다.

문제는 정식수사 대상에 오른 3건 모두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아이를 불법 입양하거나 유기한 미혼모였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범죄혐의점 등이 발견돼 정식수사로 전환된 사건 모두 피해자 아이의 엄마는 미혼모였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도내는 물론 전국적으로 미혼모들이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아이를 유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30대 미혼모 A씨가 지난 2016년 청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남아를 출산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인터넷을 통해 만난 신원불상자에게 아기를 넘긴 사건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A씨는 입양기관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만난 제삼자에게 아기를 넘긴 사실이 밝혀져 입건 전 조사(내사)를 받고 있다.

음성에서 아이를 출산한 뒤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서울의 한 베이비박스에 두고 왔다고 진술한 30대 B씨도 입건 전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영동에 거주하는 20대 미혼모 여성이 지인의 집 화장실에서 낳은 자신의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해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경제적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출산 사실을 숨기고 아이를 불법 입양하거나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학회에선 출산을 알리고 싶지 않은 상황과 경제적 곤란이 범행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김윤신 조선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지난 5월 발간된 대한법의학회지에 '영아유기·치사 범죄의 법의학적 분석'을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김 교수는 2013년부터 2021년 사이 영아 유기와 영아 유기치사 판례 91건 중 상·하급심 중복이거나 세부 정보가 부족한 사건을 제외하고 1세 이하 영아가 피해자인 판례 20건(유기치사 10건·유기 10건)을 추려 분석했다.

분석 결과 판례 20건 중 미혼 여성이 영아를 유기한 사례는 18건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아를 유기한 배경 중 가장 많은 이유는 '출산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게 두렵다'로 전체 20건 중 12건으로 집계됐다. 이어 '경제적 곤란 사례'가 8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영유아 범죄를 막기 위한 법제화에 속도를 내는 것보단 영유아 유기 범죄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대다수 영아 유기는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려 할 때 받을 수 있는 지원 정보를 모르거나 제때 얻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근본적 원인부터 해결하려고 노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출산통보제 등 관련 제도 도입 논의도 좋지만, 무엇보다 안전하고 건전한 양육을 위한 사회적인 환경 조성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며 "출산 전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임성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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