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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5.20 16:11:19
  • 최종수정2021.05.20 16:11:19

안남영

전 HCN충북방송 대표

신록의 계절에 나무를 보면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어떤 철학과 경지를 보는 듯해서다. 헐벗고 죽은 듯하다가 손톱만 한 움을 틔워 빛을 반기더니 날로 그 품을 넓히고 넓히며 푸르름을 더해가는 품새는 매일 괄목상대해야 한다. 새소리와 함께 한들거리는 잎사귀 하나하나가 장엄한 용력의 서사시 아닌가. 5월의 싱그러움은 그렇게 철학적이다. 나무는 계절에 충직한 생태를 통해 비움과 채움의 미학을 온몸으로 일러주는 것이다.

저 지하 깊은 공극 어디엔가 숨어다니는 수분을 수십 미터까지 빨아올리는 경이로움을 굳이 과학적 풀이로 해체하려 드는 건 부질없다. 가로수든 공원수든, 아니면 등산로 주변 숲속 어디든 그저 한자리에 세세연년 묵묵히 서 있는 것만으로 나무는 고결하고 믿음직하다. 때가 되면 홀로 푸르러지다가 흔연히 옷을 벗고는 또 때를 기다리니, 가위 초탈의 면모다.

T.S. 엘리엇의 말마따나 소생의 진통으로 4월은 잔인한 땅이었다. 이를 지나 녹음을 향해 갈 즈음 연일 계속되는 나무숲의 비주얼은 거대한 패션쇼장이다. 색상과 무늬, 그림자에 이르기까지, 시선이 게으르다면 손해 보는 거다. 해마다 이즈음 나무들이 보여주는, 교향악과도 같은 생체리듬을 귀로 듣지는 못할망정 말이다.

예부터 나무는 단순히 쓸모만 따지는 경제재(經濟財)가 아니었다. 임금의 행차를 알아봤다는 이유로 정이품 품계를 받은 정이품송―사실 여부가 불확실하다지만―이라든가, 소백산의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주목 군락지를 보자. 울음소리로 나라의 큰 변고를 예고했다는 영동 천태산 은행나무는 이번 코로나 사태에 앞서 제 몸을 부러뜨렸다고 한다. 이들 나무는 길게는 천년의 풍진을 이겨낸 장생의 형질만 봐도 영물이 아닐 수 없다. 명실공히 천연기념물 아닌가.

청주 중앙공원의 압각수(鴨脚樹)나 괴산 공림사의 느티나무 같은 노목이 초졸한 모습일지라도 왠지 영험한 기운을 풍기는 건 왜일까. 당산목이라는 게 있다. 신령이 깃들인 것이라 해서 사람이 접신하는 통로로 여겨지는 것이다. 당산목으로는 9백 살 이상의 괴산 장연의 오가리 느티나무가 유명하다. 나무에 대해 사람들의 신심이 생겨났다면 긴긴 세월 간난신고를 이겨낸 그 공력이 짐작되기 때문이리라. 세월의 무게를 알면 철인이 되는 법, 사람들은 그 앞에 무릎 꿇게 마련이다.

괴산은 100년 이상 보호수가 196주에 이르고, 연리지(連理枝)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이라고 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가장 살만한 곳으로 절찬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뭔지 모를 서기가 서린 듯해 풍수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 <미나리>를 보면 주인공 아빠가 샘을 파려는데, 기술자라고 등장한 인물이 'Y'자형 나뭇가지를 들고 수맥을 찾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 묫자리 잡는 풍수가도 쓰는 방법이다. 양손으로 Y자형 나뭇가지를 '人' 모양으로 세워 쥔 채 걸음을 옮기다 보면 수맥 지점에서 가지 끝이 땅 쪽으로 확 기울어진다. 물이 나무를 살리는 '수생목(水生木)'이라는 오행의 상생론까지 알 필요는 없으되 누구나 해보면 물과 나무의 오묘한 교감을 손끝으로 체험할 수 있다.

청주 무심천의 벚나무 가로수 모습이 이런 생리와 무관치 않아 보여 신기하다. 인도 쪽 가지는 하늘로 쳐들고 있는 반면, 하천 쪽 가지는 죄다 물줄기를 향해 죽 내리뻗은 모양새다. 그러게 나무는 해와 물 말고 결코 한눈팔지 않는 미덕의 소유자인가 보다.

이솝이나 실버스타인의 작품에 등장하는 나무는 "아낌없이 주련다"는 은혜로운 캐릭터다. 고래로 인간의 의식주에 빠짐없이 등장해 생계나 정서적 안정을 책임져 주던 게 나무였다. 수필가이자 영문학자인 이양하(李敭河)는 나무의 그 후덕함과 고독을 예찬했다. 수필 '나무'에서 그는 나무더러 견인주의자(堅忍主意者)요, 철인(哲人)이요, 안분지족의 현인(賢人)이라고 했다. 죽으면 무슨 나무가 되고 싶다고까지 했다.

링컨은 "인격이 나무라면 평판은 그림자와 같다"라고 했다. 흔히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한다. 딴은 옳은 말인데 요즘 방귀깨나 뀌는 사람들이 나무라도, 아니 그림자라도 제대로 보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편 5월에도 빈번해진 산불 소식을 접하고 보니 영국사의 은행나무가 또다시 울음소리를 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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