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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12.17 16:39:57
  • 최종수정2020.12.17 19:24:34

안남영

전 HCN충북방송 대표

 # 냉장고는 왜 오른손으로 열어야 할까. '양문형'이 대세지만 예전엔 왼쪽 개폐형 일변도였다(아직도 소형은 그렇다). 오른손잡이들에겐 불편 사항이다. 왼쪽 벽에 붙여야 할 부엌 구조라면 불만은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문 형태를 골라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가전회사에 편지를 써 봤다. 30년 전 일이다. 답이 없었다. 2년 전 그 회사 홈페이지에 같은 제안을 올렸더니 '수용불가'라는 답신이 왔다. 정중했지만 "특허 문제로 다툴 수 있으니 당신이 특허를 내시든가"라는 투였다.

 # 모든 운전자들이 비올 때 겪는 일이겠다. 우산을 접고 탈 때마다 운전석을 적셔야만 하는 불편 말이다. 자동차회사 개발 부서에 있는 지인한테 아이디어랍시고 던져 봤다. 우산 수납공간을 설계에 반영해 보라고. 또 운전 좌석 크기에 체형별로 2~3가지 옵션을 두는 건 어떤가도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뭐 그런 걸 다…"였다. 15년 전쯤 일이다.

 # 넥타이는 그 끝이 버클을 살짝 덮도록 매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키 작은 사람이 '플레인 노트'방식으로 매면 너무 길고, 키다리가 '윈저 노트' 방식으로 매면 짧아지는 게 문제다. 남성 패션을 완성한다는 넥타이에 디자인만 중요하고 치수는 불필요한 게 왜 상식이 됐을까. 소량 다품종 시대인데 말이다.

 # 날이 갈수록 까칠해지는 우리말. 이를 바로 쓰자는 외침은 한글날 빼고 어딜 가나 덧없어 보인다. 비대면 소통 시대에 문자 발신이 늘어나면서 자칫 망신살이 그물처럼 뻗칠 노릇이다. 얼마 전 만난 어느 대기업 간부에게 신입직원 대상의 국어 교육 필요성을 언급했더니 그는 "요즘에 먹힐까요?"라며 시큰둥했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조사결과 '연인에게서 정떨어질 때' 2위가 맞춤법 실수였다는 최근 보도가 어찌나 반가웠던지….

 고객만족은 옛말이고 고객감동으로도 부족한 세상이다. 기업이든 기관이든 혁신 마인드, 창의성에 목말라하면서도 정작 외면하는 사례를 종종 본다.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에 어떤 아이디어는 실망스러운 수준일 수 있다. 혁신의 결과가 반드시 '게임 체인저'급이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작은 변신조차 때로 인색한 것은 조직의 경직성, 개인의 안일한 습성 탓일 수 있다. 상식을 벗어 던지는 데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실용화 또는 적용은 어차피 변화의 과정이다. 당연히 비용·효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혁신은 비용 문제보다 효과에 초점을 맞췄을 때 더욱 빛나게 마련이다. 그 예를 우린 비싼 스마트폰에서 본다.

 그럼에도 의사결정권자나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타성이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하고도 '파괴적 혁신'을 외면하다 시장 선점에 실패하고 필름 시장에 매달린 끝에 도산한 130년 기업 코닥의 예는 참 교훈적이다. 외부의 자극과 아이디어를 환영하는 '크라우드 소싱'이니 '오픈 이노베이션'이 요즘 왜 뜨고 있겠는가.

 문제는 관성이다. 관성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관성 때문에 낙오하거나 도태된다면? 하긴 일상에서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도 사소한 습관 하나 고치기란 어디 그리 쉬운가.

 미국 작가 월리스가 2005년 한 졸업식 강연에서 습관에 대해 했다는 말이다. "두 어린 물고기 앞으로 큰 물고기가 다가오더니 '물이 어떠냐?'라고 물으며 지나갔다. 한 물고기가 옆을 보며 '물이 뭐냐?'라고 물었다." 그렇게 습관은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것이어서 웬만해선 잘 안 보이고, 눈여겨보려고 할 때 비로소 보인다고 한다.

 일본 작가 야마구치 슈는 혁신의 정체, 즉 혁신의 병목현상을 유발하는 요인에 대해 "아이디어나 창의성 결여가 아니라 애초에 해결하고픈 과제 또는 어젠다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상식, 고정관념을 의심하는 데서 혁신이 시작된다며 교양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볼 것을 권했다.

 습관은 아무 힘도 안 들이고 뭔가를 하게 하는 힘이라고도 한다. 당연히 좋은 습관 얘기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에서 "습관은 운명이 아니다. 잊힐 수도, 변할 수도, 대체될 수도 있다"고 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또 정부든 혁신을 외치지만 말고 관성주행 중인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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