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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1.03.03 18:05:23
  • 최종수정2021.03.03 18:05:23

박의석

금왕 서울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의대 6년을 졸업하고 의사고시에 합격하면 의사가 된다. 이렇게 의사가 되면 대학에 갈 때 수능점수나 내신점수 등으로 각 대학에 원서를 넣는 것처럼 본인이 지원하고 싶은 병원에 인턴 원서를 넣는다. 의사고시 성적과 의대 내신 성적, 자기소개서 등을 종합하여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면접을 통해 최종 당락이 결정되게 된다. 인턴 과정은 1년이며 전문과가 없이 여러 과에 일정기간씩 근무하고 이 과정에서 각 과는 해당 과에서 근무했던 인턴들에게 점수를 부여한다. 이 인턴과정 막바지에 의사고시 성적과 의대 내신 성적, 인턴 성적을 바탕으로 본인이 원하는 병원의 특정과에 레지던트 지원을 하게 된다. 이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하면 비로소 의사는 전문과를 가지고 해당과의 의국 일원이 된다. 레지던트 과정은 3년제인 일부 과를 제외하면 모두 4년 과정이다. 그리고 이 레지던트 4년 과정을 무사히 마치면 전문의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유급은 있어도 월반은 없기 때문에 의대 입학부터 시작하여 최소 11년의 과정이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되어도 끝이 아니다. 상당히 많은 과들이 전문의 이후 과정인 '펠로우' 과정을 거쳐야 대학병원 밖에 나가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때문에 보통 2~3년의 펠로우 기간을 또 보내야한다. 남자는 여기에 38개월간 군의관 복무도 해야 한다. 글로 쓰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실제 사람은 이 문장까지 오는데 17년이 걸린다. 거듭된 유급이나 인턴/레지던트 불합격으로 인한 재수기간까지 더해져 20년 이상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 근 20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고된 하루하루를 보낸다. 특히 의대를 졸업하고 부터가 진짜 고됨의 시작인데, 인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레지던트들도 일부 편한 과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과의 레지던트들은 정말 너무나 바빠서 엘리베이터 한층 올라가는데도 그 사이에 잔다. 그나마 엘리베이터를 타는 레지던트는 조금 편한 축이다. 보통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어서 10층 건물도 계단으로 뛰어다닌다. 너무 힘들어서 실제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일을 하고 있는 인턴이나 레지던트들도 왕왕 볼 수 있다. 펠로우가 되면 그래도 인턴, 레지던트보다 윗사람이니까 생활이 나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월급도 더 적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고 매일 응급수술이나 중환자실 치료로 밤을 지새우고 레지던트 숙소에서 잠깐 자다가 레지던트가 자러오면 비켜주고 논문 쓰는 생활이다.

이러한 생활 속에 외부세계와는 당연히 단절된 삶을 살게 된다. 본 필자가 대학병원에 있을 때 어느 레지던트는 겨울왕국이 나온 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수술방 휴게실 텔레비전에 나온 엘사를 보고 신데렐라인줄 알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교수까지 되게 되면 그 생활을 은퇴할 때까지 하게 된다. 물론 교수님들은 거의 매일 퇴근이야 하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내고 응급환자 발생 시 한밤중에 불려나와 밤을 지새우는 것은 마찬가지다. 보통 새벽에 출근해서 새벽에 퇴근하고 그 사이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다시 간다. 극히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극히 다수의 이야기다. 그런데 흉부외과는 수익이 많아 레지던트 연봉이 수억씩 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인 적자과로서 운영을 할수록 적자가 나기 때문에 흉부외과를 운영하는 병원이 적어 외부 병원에 취업을 하기도 쉽지 않다. 교수 자리가 날 때까지 수년 혹은 수십 년씩 기약 없는 펠로우 생활을 지속해야만 하는 것이다. 생사의 최전방에 있는 과 특성상 최선을 다해도 발생하는 의료소송에 보람과 자부심도 찾기 힘들다.

인턴 때 과를 선택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표 중에 하나가 무엇보다도 내가 저 생활을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수술방 탈의실에서 잠깐 자면서 대충 배를 채우고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대수술에 들어갔다가 다시 탈의실에 나와 보면 다음 응급수술이 들어와 있어서 다시 거기서 잠깐 자면서 대충 배 채우고 곧바로 다음 수술에 들어간다. 이러한 일을 계속 반복하다보니 수술방 밖으로 몇 개월 만에 나왔는데 그사이 외부공사로 인해 병원 구조가 바뀌어 나가는 길을 물어보며 나갔다는 어느 흉부외과 펠로우의 괴담을 듣고, 또 비슷한 일들을 옆에서 지켜본 인턴들은 억만금을 주더라도 도저히 지원할 자신이 없다. 위인전에 실리지 못할 우리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20년이라면 어떻게 버티겠는데 은퇴할 때까지 평생을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것이다.

흉부외과를 예로 들었지만 이것은 비단 흉부외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몇 년 전 흉부외과와 일반외과 지원자를 늘리기 위해 수가를 대략 두 배로 올렸었으나 지원자는 여전히 없었다. 시스템 자체에 근원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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