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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6.07 16:06:58
  • 최종수정2020.06.07 16:06:58

박의석

금왕 서울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지난번 칼럼을 작성할 당시 해외에서의 유입 이외에 국내에서의 신규감염자가 한명도 나오지 않는 날도 있을 정도로 전염병이 억제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대 잠복기가 2주라고 알려져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일상생활로의 복귀는 최소 2주간 국내발생 신규감염자가 0명인 상태가 유지된 연후에 고려해야 하는 일이다. 방역망이 미처 찾아내지 못한 감염자가 얼마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렇게 한다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하는 것이다. 백신이 없고 감염력이 높은 전염병은 단 한명의 숨겨진 환자로부터 언제든 다시 대규모 유행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며칠간 신규감염자 수가 없다는 것은 상황이 종식됐음을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허나 국가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전염병의 확산 방지에 관한 것만을 고려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인권이나 문화생활 등 정신보건과 관련된 문제는 물론 경제나 외교적인 문제까지 생각해야 한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선언할 것인지 조율해서 정책을 결정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정책적으로 일상생활로의 복귀를 선언하거나 방역 수위를 낮춘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주변의 위험성이 사라졌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애초 이러한 조치는 전염병을 다시 유행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의 방역 단계를 유지했을 때 의학 외의 다른 영역에 가해질 피해에 비해 위험성이 낮아졌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이미 사람들은 코로나에 대하여 심리적으로 면역이 생성되고 있는 상태로 보인다. 인간은 생소한 것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더 큰 공포를 갖기 쉽다. 반면 실제 위험한 것일 지라도 자주 접해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공포가 덜해진다. 동물원에서 맹수우리에 들어가는 위험천만한 일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발생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수개월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여러 가지 경로로 코로나에 대해 접해왔다. 매일 간접경험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서히 익숙해져간다. 처음 뉴스에서 접했을 때처럼 두렵지 않다. 지난 수개월간 안 걸렸다. 이제와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별로 걸릴 것 같지 않다. 더 나아가 감염된다 하더라도 더 이상 그리 큰일이 아닐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처음 감염자가 전국에 몇 명밖에 없었을 때는 밖에 나가기만 해도 걸릴 것 같고 걸리면 바로 큰일이 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감염자가 있는 지금은 그때만큼 두려움이 없다. 심리적으로 면역이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집단 감염 사건들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상태인 대중에게 있어 정책적으로 내려진 방역 완화 조치는 우리 주변의 위험성이 사라졌다는 의미로 잘못 인식될 수 있다. 무의식중에 위험성이 낮아진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공식적인 것이 된 것이다. 심리적으로 면역이 되었을 뿐 신체적으로 면역이 된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당 전염병에 감염된 적이 없으므로 면역이 없는 상태이다. 질병의 감염력이나 치명률이 낮아졌다는 증거도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정책적으로 방역 완화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국내에 감염자가 하나도 없는 게 아닌 이상 백신이 나올 때까지 최소한의 생활 방역은 유지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언젠가 모두 일상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모쪼록 빨리 그때가 오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때가 아직 오기 전에 일시적인 신규감염자 수의 감소나 정책상으로 내려진 방역 완화 조치를 놓고 위험성이 소멸한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소 2주간 국내발생 신규감염자가 0명인 상태가 유지되거나, 더 확실하게는 백신이 개발되어 실제로 접종이 이루어질 때까지 최소한의 생활 방역은 우리 모두가 유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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